김현정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이 이스타항공 실질 대주주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전북 김제)을 대신해 이스타항공 노조에 체불임금 250억원 가운데 110억원만 받을 것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29일 <한겨레>에 따르면, 최근 김현정 부대변인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쪽에 여러차례 연락해 “2~3월 체불임금인 110억원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고, 노조에서는 제주항공에 전향적으로 나서라는 입장표명을 해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전달했다.

김 부대변인은 “110억원마저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주항공과의 딜은 성사되지 않을 게 명확하다”며 “딜이 깨질 경우 정부의 LCC(저비용항공사) 프로그램으로 지원받아야 하는데 조합원들에게 어렵다. 향후 계획이 있느냐”고 압박했다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논란이 불거지자 책임은 제주항공에 있다고 주장하다가 최근 이스타항공의 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를 소유한 이상직 의원의 두 자녀가 주식을 매입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지자, 2~3월분의 체불임금에 해당하는 110억원을 내놓기로 했다. 그 이후 발생한 체불임금 140억원은 항공사 ‘셧다운’을 지시한 제주항공 쪽의 책임이라는 것이나,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셧다운 지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스타항공 노조 관계자는 “딜의 책임을 왜 노동자에게 묻느냐, 딜이 깨지더라도 왜 대주주의 명분을 노조가 쌓아줘야 하느냐”고 수용 거부 입장을 밝히며 “이상직 의원이 직접 연락했으면 좋겠다”고 했으나, 김 부대변인은 “(이상직 의원이) 그건 안된다고 한다.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부대변인은 <한겨레> 연락에 응하지 않다가 이스타항공 관계자를 통해 “당 부대변인 자격으로 나선 게 아니라, 노동 전문가로서 중재를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평택을 지역구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 부대변인은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다.

보도를 접한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부대변인이 노조에 연락해 체불임금을 110억원에 합의해줄 것을 회유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협상 결렬의 책임이 노조에 있다는 식의 은근한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며 "총 250억여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의 절반도 안 되는 합의안을 받아들이라고 종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거니와, 애초부터 체불임금 문제해결에는 진정성도 없었다는 방증"이라고 질타했다.

황 부대변인은 화살을 이상직 의원에게 돌려 "계속되는 잡음 속에서도 이 의원은 관망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자 7년째 경영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임원진 회의록에는 이 의원의 발언이 떡하니 포함되어 있었다"며 "단순참여를 넘어 회사 실적, 특정 부서의 실수까지 꼼꼼하게 지적하며 경영 깊숙이 관여해온 증거도 드러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체불임금 근절을 외쳤고, 이번 총선공약에서도 ‘체불임금 해결’을 유권자에게 약속해왔다"며 "말로만 ‘을(乙)’, 본색은 ‘갑(甲)’인 여당의 모순적 행태가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지금은 당내 의원과 관련된 문제에 공조직까지 동원하는 허울 좋은 의리를 보여줄 때가 아니다"라며 즉각적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

앞서 경실련도 논평을 통해 "이상직 의원들의 자녀들은 400억원 가량의 매각차액을 누리는 반면, 1천600명 정도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5개월 가량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각차익만 누리려 하고 있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이 의원은 물론, 지배주주로 있었던 자녀들은 직원들의 급여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