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격돌이 장안의 화제다. 특히 박 전대표의 전투력이 단연 화제다.
모두의 허를 찌른 박근혜의 공격
4일 이른바 4자 회동은 대국민에게 '화합'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 전시장은 이날 오전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덕담이 오가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경선 룰'은 실무자들이 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대표와 대면해 싸울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였다.
강재섭 대표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어렵게 당대표 고수에 성공한 직후다. 당연히 이-박 모두가 자신의 체면을 살려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날 오후 당사에 나타난 박 전대표는 오프닝 멘트부터가 심상찮았다. "국민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들이 물러가자마자, 이 전시장에게 '경선 룰' 문제를 꺼내며 "당장 이 자리에서 결정하라"고 이 전시장을 몰아부쳤다. 당황한 이 전시장이 박근혜 진영의 '네거티브 검증' 공세를 문제삼자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이명박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를 열거하며 맞받아쳤다.
회담이 끝난 뒤 유기준 대변인이 내부설전을 숨기며 "강 대표에게 모든 걸 위임했다"고 발표하자, 즉각 "그런 일 없다"고 반박했다. 측근을 통해 자신이 이날 회의에서 이 전시장을 압박한 대화 전문을 즉각 공개하기도 했다. 설전을 숨기려 한 유 대변인과 강 대표에 대한 강한 의혹의 눈길을 던지기도 했다.
이 전시장과 강 대표측 모두가 아연실색했다. '허'를 찔렸기 때문이다.
회동후 박사모 등 박근혜 지지자들 사이에선 "박대표야말로 역시 최고의 검투사"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박근혜 전대표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해 거침없는 총공세를 전개하기 시작,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청계산 산행, 예고된 5월 총공세
박 전대표의 공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분위기다.
박 전대표는 휴일인 오는 6일 기자들에게 함께 청계산 산행을 가자고 제안했다. 한시간쯤 산을 타고 점심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테러사건후 박 전대표 주위에는 경호원들이 첩첩이 보호하고 있다. 때문에 평소 박 전대표에게선 현안에 대한 멘트 한마디 얻기가 힘들다. 기자들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할 때나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박 전대표가 모처럼 기자들과 식사 자리를 갖는 것은 '할 말'이 있어서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할 말'은 당연히 경선 룰, 검증 등에 관한 것일 게다. 4일 4자회동 석상에서 했던 강도높은 이명박 압박 공세가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근혜 캠프가 예고했던 '5월 총공세'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반노-비노세력 축출 공세로 풍비박산 위기를 맞고 있다면,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대표의 총공세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란 국면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박근혜의 '이명박 축출 공세'?
박 전대표의 맹드라이브에 측근들조차 내심 적잖이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한 측근은 "드디어 박대표만의 장기가 발휘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대표는 고비마다 무서운 저돌성으로 상황을 돌파해 왔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을 때도 청와대에 들어가 조목조목 반박해 좌절시켰고, 노대통령이 개헌을 제안했을 때는 '참 나쁜 대통령'이란 한마디로 무력화시켰다"며 "이명박 전시장을 향해서도 이제 마찬가지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박 전대표 전투력의 근간인 '외유내강'을 구체적 사태를 들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박 대표는 평소 조용하며 측근들이 잘못을 했을 때도 잘 참고 가능하면 감싸는 스타일이다"라며 "그러나 측근이 배신한다거나 결정적 실수를 할 때는 아무런 말도 않고 상대방의 눈을 오랫동안 쳐다본다. 박대표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그는 그날로 아웃된 것"이라고 전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박 전대표의 총공세를 '이명박 축출작전'의 일환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아무리 지지율이 높아도 나가는 쪽이 죽는다"는 판단에 따른 몰아붙이기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정운찬 불출마' 선언 직후 이명박 진영 일각에서는 "이제는 독자출마해도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식의 분위기가 나돌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곧 '모험주의적 발상'으로 결론났다. 나가는 쪽이 죽는다는 판단에서다. 아무리 과정이 힘들더라도 당내에서 결판을 내야 대선승리가 가능하다. 이 전시장이 이재오 최고위원을 주저앉힌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
그러나 박 전대표는 숨돌릴 틈도 주지않고 몰아붙이고 있다. 나갈 테면 나가보라는 식의 총공세다. 과연 탈당시 의원 몇명이나 따라나가는지 두고 보자는 식이다. 과연 이 전시장이 어떻게 대응할지, 공은 이 전시장쪽으로 넘어온 국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