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사상 처음으로 종군위안부 청문회가 실시됐다.

이용수 할머니 "나는 일본으로부터 사과받은 일 없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는 15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던 한국인 이용수(79),김군자(81) 할머니,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85) 할머니 등 종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명을 출석시킨 가운데 청문회를 개최했다.

지난 1944년 16세때 대만에 위안부로 끌려가 3년간 일본군의 만행을 겪었던 이용수 할머니는 “매일 4-5명의 일본군으로부터 강간을 강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폭행에 개돼지보다 못한 생활을 했다“며 ”너무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고 당시의 만행을 고발했다. 이 할머니는 "일본 정부는 사과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결코 사과받은 일이 없으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일본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진정으로 사과하기 전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6세때인 지난 1942년 중국으로 끌려갔던 김군자 할머니 역시 "위안소에서 하루평균 20명, 많게는 40명까지 일본군을 상대하는 지옥과 같은 생활을 했다"고 일제의만행을 고발햇다. 김 할머니는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다”며 “그들이 저지른 인권 유린과 전쟁범죄에 대한 대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라며 일본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네덜란드인 얀 러프 오헤른 할머니는 당시 일본군에 당한 강간과 구타를 소개한 뒤 한때 수모를 피하기 위해 삭발까지 했던 기억을 생생히 밝혔다. 그는 "일본군은 내 정신을 무참히 짓밟았다. 일본군이 한 짓은 용서했지만 절대 잊을 수는 없다“며 "일본은 전쟁 당시 잔학상을 시인하고 과거 오류들에 대한 역사를 똑바로 가르쳐야 할 것"이라고 절규했다.

청문회에 참석한 대다수 미국 의원들과 세계인권단체 관계자, 보도진 등은 일본의 만행에 전율했다.

혼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역사적 기회 상실"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한 일본계 미국인 마이클 혼다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증언을 통해 "지금 우리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일본정부로 하여금 위안부들이 당한 고통에 대한 책임을 시인하도록 할 역사적인 기회를 잃고 말 것"이라며 "일본 정부가 명확하고 분명한 사과를 해야 진정한 화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혼다 의원은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려는 일본정부의 집요한 로비를 지적하며 "결의안이 중요한 미일관계를 저해하는 과거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일부 인식을 알고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화해가 역사적 불안감을 해소함으로써 지역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혼다 의원은 앞서 지난달 31일 민주당과 공화당의 동료 의원 6명과 함께 "일본군 종군위안부는 20세기 최대 인신매매 사건이자 집단 강간, 강제낙태, 정신적 모욕, 성적 학대 등으로 신체적 장애, 학살 또는 자살이 포함된 전례 없이 잔인하고 중대한 사건"이라며 종군위안부 결의안(H.Res 121)을 제출했다. 결의안은 일본정부에 대해 ▲위안부의 존재 공식 인정과 사죄 ▲일본 총리의 공식 사죄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른 현재와 미래 세대들들에 대한 교육 등을 권고했다.

다나 의원 "일본은 이미 만족할만한 사과했다" 강변

그러나 일본의 결의안 채택 저지 로비도 집요했다.

가토 료조 미국 주재 일본 대사는 이날 하원 청문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과거를 망각하지 않고 있으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길 원하다”고 강변하며 결의안 채택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로비에 넘어간 다나 로라바처 공화당 의원도 “일본은 이 문제에 대한 충분하고 만족할만한 사과를 했다”며 "앞선 세대의 잘못으로 일본의 현세대가 처벌받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하원에 제출된 종군위안부 결의안은 그해 9월 하원 국제관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일본의 집요한 로비로 지난해 12월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 채 의회가 종료되면서 폐기된 바 있어, 과연 이번에는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