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보식 "<산케이> 보도는 저급"
"내가 제기한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 당연"
최 선임기자는 이날 서울중앙지검 출입기자단에 보낸 '검찰의 산케이 보도 수사와 관련된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산케이 보도는 본인의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조선일보 2014.7.18.자 A30면)>이 나오고 4주쯤 지나서 어느 날 나왔다"며 "언론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정성 저급 보도를 한 뒤 본인 칼럼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산케이> 보도를 '선정성 저급 보도'로 규정했다.
반면에 그는 자신의 글에 대해선 "본인 칼럼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비판이었다"며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대면(對面) 보고를 받지 않았고, 또 대통령 주재 회의도 없었다. 이런 대통령 행적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본인 칼럼에서는, 김 실장의 답변이 풍문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의 그런 답변으로 '세간에 그런 풍문이 만들어졌다'고 한 것"이라며 모든 책임이 김기춘 실장에게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당시 '대통령이 모처에서 비선과 있었을 것' '공조직을 두고 비선과 대책을 상의했다' 등의 소문이 파다해진 세태를 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그날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이 본인 칼럼에는, 산케이 기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남녀 관계'라는 단어도 없고 특정하지도 않았다"면서 "그런데 산케이측에서 본인 칼럼을 그대로 베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황당했을 뿐이다. 이런 산케이측의 태도가 비겁하게 느껴졌다"고 <산케이>를 맹비난했다.
최 선임기자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파문후 처음으로 밝힌 것으로, 이는 <산케이>가 이날 보도를 통해 전날 자신에게 검찰에 회답을 했는지를 묻자 "내가 답할 필요가 있겠는가. 검찰에 취재를 해보라"며 답을 피했다며 우회적으로 힐난하는 등 계속해 자신과의 형평성을 문제삼고 나선 데 대해 반격으로 해석돼 향후 <산케이>의 대응이 주목된다.
다음은 최 기자의 입장문 전문.
<검찰의 산케이 보도 수사와 관련된 입장>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이른바 '산케이 보도' 명예 훼손 수사와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케이 지국장의 형사적 혐의 여부 혹은 검찰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본인은 참고인으로서 할 말이 없다는 것을 몇 차례 통화에서 이미 밝혔습니다. 산케이 보도에 대한 판단은 검찰이 내려야 할 것이고, 본인 진술로 판단의 잣대를 삼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본인은 산케이 지국장을 지금껏 만난 적도 대화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의 기소 여부와 관련해 참고인으로서 무엇을 얘기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습니다. 본인이 모르는, 본인과 무관한 것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개되는 상황은 이런 침묵으로 본인의 진의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또 수사를 매듭지어야 할 검찰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인 입장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마당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불필요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은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산케이 보도는 본인의 칼럼 <'대통령을 둘러싼 風聞'(조선일보 2014.7.18.자 A30면)>이 나오고 4주쯤 지나서 어느 날 나왔습니다. 언론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정성 저급 보도를 한 뒤 본인 칼럼을 그대로 베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산케이측에서 이런 주장을 할 때 27년간 언론인으로 살아온 본인의 명예가 상당부분 훼손됐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필 일본의 극우지로 통하는 산케이측과 연관됐기에 더욱 입장이 고약했습니다. 그럼에도 이에 대응하지 않았던 것은 본인 칼럼을 읽어본 사람들, 양식있는 사람들은 산케이측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다는 걸 알 것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본인 칼럼을 읽어보지 않은 채 일부 언론매체에 실린 주장을 따라가거나, 혹은 어떤 정치적 의도로 본인 칼럼을 산케이 보도와 같은 걸로 몰아가는 상황이 진행됐습니다.
본인 칼럼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국정 운영 방식에 관한 비판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대통령은 7시간 동안 대면(對面) 보고를 받지 않았고, 또 대통령 주재 회의도 없었습니다.
이런 대통령 행적을 묻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은 "모르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본인 칼럼에서는, 김 실장의 답변이 풍문의 단초가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실장의 그런 답변으로 '세간에 그런 풍문이 만들어졌다'고 한 것입니다. 당시 '대통령이 모처에서 비선과 있었을 것' '공조직을 두고 비선과 대책을 상의했다' 등의 소문이 파다해진 세태를 전한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날 대통령 7시간'에 대한 질문은 언론으로서 당연히 제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부에선 본인 칼럼에서 처음으로 정윤회씨의 실명이 거론됐다고 하지만, 정윤회씨 실명은 이미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나왔고, 이어 정윤회씨의 '미스터리한' 이혼 사실은 동아일보에서 보도됐던 것입니다.
더욱이 본인 칼럼에는, 산케이 기사에서 나오는 것처럼 '남녀 관계'라는 단어도 없고 특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저질과 선정성은 직업인으로서의 본인 스타일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글의 취지가 다른 것입니다. 본인 칼럼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관한 비판이고, 비록 글의 미흡한 부분이 있었을지 모르나 당시 여론에서 대부분 수긍했던 바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본인 칼럼이 나온 뒤 김기춘 실장은 다시 대통령 행적에 대해 질문받자 "모르겠다"에서 "대통령 소재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곤란하다"고 바꿨습니다. 이는 본인 칼럼에서 바로 그렇게 지적했던 대목입니다. 그 뒤 팽배한 여론 압력으로 청와대는 시간대별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공개했습니다.
본인 칼럼은 왜 이런 풍문이 만들어졌고 어떻게 해서 확산됐는지, 왜 현정권은 이런 풍문에 취약하게 됐는지,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에 대해 왜 국민들은 우려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산케이측에서 본인 칼럼을 그대로 베꼈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황당했을 뿐입니다. 이런 산케이측의 태도가 비겁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본인의 진술이 다른 언론매체인 산케이에게 어떤 법적 제재를 받는데 작용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봤습니다.
산케이측은 자기 의도에 맞추기 위해 본인 칼럼의 일부를 떼어내 쓴 것은 아닌지, 아니면 고의로 본인 칼럼을 오독(誤讀)한 것인지, 본인 칼럼과 일부 소재가 비슷하다고 취지가 같을 수 있는지, 가령 몇몇 식재료가 비슷하다고 접시에 나온 요리가 같다고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검찰이 법에 따라 판단하면 됩니다.
이 때문에 산케이 보도에 관해 본인이 참고인으로서 덧붙일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설명도 구구할 뿐입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은 본인 칼럼에 다 나와있습니다. 그러므로 검찰이 산케이 지국장에 대한 기소 여부의 판단 잣대로 본인 진술을 듣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봤습니다. 무엇보다 칼럼을 쓰는 언론인이 이런 경우마다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기 시작하면 그건 잘못된 언론의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산케이 보도의 명예훼손 관련 수사는 청와대의 강경 대응 방침에 이어 한 보수시민단체의 고발로 이뤄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본인은 산케이측에 그렇게 대응할 가치가 있었는지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없지 않습니다.
2014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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