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전' 돌입, 친이-친박 대충돌
친이 "세종시법 합의는 박근혜 책임" vs 친박 "비겁하다"
홍준표 "박근혜때 대선 때문에 통과시킨 게 세종시"
싸움은 이날 오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원내대표 퇴임후 처음으로 출석한 친이계 홍준표 의원이 걸고 나섰다.
홍 의원은 "수도이전보다 더 나쁜 게 수도분할"이라며 "나는 2002년부터 세종시 문제를 줄 곧 반대해왔고 2005년 3월 2일 국회에서 수도분할법이 통과됐을 때 한나라당 의원 중에 찬성한 사람은 8명 뿐으로, 한나라당 당론으로 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변했다.
그는 더 나아가 "특히 당시 (2005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도 민심 때문에 박근혜 대표가 대표로 있었을 때 고육지계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선거에 이겨야지 다음 대선에서도 이기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고육지계로 박 전 대표가 수도분할법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박근혜 책임론'을 폈다.
그는 "그것이 어떻게 됐든 개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거듭 박 전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린 뒤, "마지막으로 논쟁이 결론이 안날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다.

홍사덕 "여당이 무너지면 대통령도 저절로 가라앉아"
그러자 친박 좌장 홍사덕 의원이 더이상 못참겠다는 듯 발언권을 신청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후 정운찬 국무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에게 세종시 수정 로드맵을 보고하기로 한 것과 관련, "그저께 정몽준 당 대표가 청와대에 들어갔을 때 그 문제에 대한 논의나 토론이 전혀 없었다"며 "이런 식의 당정협조로 무슨 일을 하겠나"라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대통령과 정부는 여당이라는 기둥위에 올려진 지붕 일 뿐"이라며 "여당이 허약해지고 무너지면 지붕은 저절로 가라앉는다"며 이대통령에게 초강력 경고를 하기도 했다.
그는 더 나아가 "특히 '국정의 동반자'라고 말씀했던 분한테도 귀뜸도 안했다"며 "이런 당정관계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친이계의 국민투표 주장에 대해서도 "국민 전체로 따지면 충청도민은 4분의 1도 안된다. 그래서 국민투표를 하면 이긴다는 논리다. 충청도민 사람들은 다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것은 비겁 이상"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충청도 다 얹혀봤자 전국민 4분의 1도 안되니까 국민투표로 돌파할 수 있다?"며 "나폴레옹이 국민투표를 실시한 이래 내가 알기로는 이렇게 비겁한 국민투표를 제의한 적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내친 김에 전날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강 사업 비판을 거론하며 "우리가 정부원안 통과를 고집할 게 아니라 국회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자산인 예산정책처 보고서 내용을 잘 검토한 다음에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으면 좋겠다"고 4대강 예산 대폭 삭감을 주문하기도 했다.
친박 송광호 최고위원도 말을 받아 "충청도를 떠나 수도권에 있는 충청도민만 150만 내지는 180만"이라며 "이는 수도권 유권자의 15%, 많은 곳은 35%까지 있다. 그러면 내년도 지방선거에 캐스팅은 누가 쥐느냐? 바로 충청도를 떠난 수도권 충청도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우리 한나라당이 이길 수 있겠느냐"며 "유추컨대 내년 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완패했을 경우를 가정한다면 이명박 대통령께서 국정을 이끌어나갈, 또 계획했던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솟아나겠느냐"며 이 대통령 레임덕까지 경고했다.
공성진 "나는 비겁한 사람 아니다"
그러자 국민투표를 주장해온 친이계 공성진 최고위원은 발끈하며 "나도 정치학만 20년 넘게 가르치며 국민투표의 장단점을 잘 알고있다"며 "나를 뒤에 숨어서 비겁한 사람이라며 루이 나폴레옹까지 언급하셨는데 나는 뒤에 숨어서 비겁하게 한 것 없다"고 반발했다.
그는 더 나아가 "세종시 문제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국민들의 참여없이 정치타협의 산물로, 박근혜 전 대표도 기권했다"고 '박근혜 책임론'을 편 뒤, "밀실야합 정치적 산물인 세종시를 국가 백년대계를 중차대하게 다뤄야겠다는 차원에서 국민투표를 제안했는데 이를 얄팍한 수단으로 말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반발했다.
정가에서는 친이계가 '박근혜 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친이-친박 갈등은 이제 어느 한쪽이 완전히 백기를 들어야만 끝날 전면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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