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엄기영 밀어내기' 본격화
김우룡 "엄기영 스스로 물러나라", 노조 "추악한 소문 나돌아"
27일자 <한겨레>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26일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간 (경영진이) 잘못한 책임은 물어야 한다"며 "이사들이 질의를 하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이) 알아서 물러나겠다고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엄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굳이 드러내지 않았지만, 내가 한 말들을 잘 들여다보면 그 속에 무슨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다른 이사들의 의견을 물어서 이사회에서 (경영진 교체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끌어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뉴라이트 출신의 최홍재 이사도 "상식적인 선에서 (업무) 보고가 끝나고 나면 재신임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며 엄 사장 경질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내비쳤다. 야당 쪽의 한 이사는 "9월2일 이사회에서 업무보고 총평을 하기로 했다"며 "이때 (여당 쪽 이사들이) 경영진 교체 의견을 표면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MBC노조에 따르면, 방문진이 엄사장 경질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후임 사장 자리를 노린 전-현직 MBC 간부들의 치열한 로비가 시작된 상황이다.
MBC 노조는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2009년 초추(初秋)의 오늘, 우리는 추악하고 저열한 소문을 접하고 있다. 청와대의 시나리오대로, 방문진이 현 엄기영 사장을 전격해임하고, 노골적으로 MBC장악에 나선다는 것"이라며 "청와대로부터 차기 사장을 낙점받기 위한 각축전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자회사 K씨, 계열사 K씨, 전직 보도간부 K씨 등이 그 주인공들"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설(說)은 설(說)로 끝나지 않는다"며 "엄기영 사장의 중도 해임은 본격적인 ‘MBC 장악’의 신호탄이며,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의 시작"이라며 엄 사장 강제경질시 전면적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엄 사장 교체는 이미 결정된 것 아니냐"고 반문한 뒤, "문제는 엄 사장이 스스로 물러나느냐, 아니면 강제로 물러나느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 사장과 관련해선 "정부쪽에서 낙하산 인사가 온다는 등 한때 온갖 소문이 나돌았지만, KBS 이병순 사장 케이스처럼 MBC 출신 인사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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