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대통령 당선자가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추진해온 미사일방어(MD) 등 200여개의 정책을 퇴출시킬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 정책중에는 한미FTA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바마, 폴란드의 "MD 계속 추진 합의" 발표에 분노

오바마 당선자는 대통령 당선직후 지난주 17개국 정상들에게 당선 축전을 보내준 데 감사를 표시하는 전화통화를 했다. 오바마측은 이 가운데 폴란드 정부의 통화 내역 발표에 이례적으로 즉각 부인 성명을 발표했다.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대통령측이 지난 8일 “오바마 당선자가 폴란드에 미사일방어망(MD)을 설치하는 계획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임을 밝혔다"고 하자, 오바마측은 즉각 그런 일이 없다고 강력 부인하고 나선 것. 오바마의 외교정책 고문인 데니스 맥도너는 당일 반박성명을 통해 “카친스키 대통령이 MD 구축 문제를 거론했지만 오바마 당선자는 듣기만 했다”고 전면부인했다.

오바마가 이처럼 강력 부인하자 다음날인 9일 폴란드 대통령 측근인 미칼 카민스키는 폴란드 TVN24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친스키 대통령과 오바마가 7일 저녁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간 군사적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했으나 MD 체제와 관련 어떠한 구체적인 약속도 하지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부시는 이란 등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유럽을 보호한다는 명분아래 폴란드에 요격 미사일 10기, 체코에 레이더 기지를 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년 간 추진해 왔으며, 미국과 폴란드는 지난 8월 MD 협상 체결에 동의했다. 폴란드는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원조 등을 약속받았다.

따라서 MD에 비판적인 오바마 당선자가 출현하자 폴란드는 미국의 지원이 끊길까 우려, 오바마측이 마치 MD를 계속 추진하려 한다는 식의 언론플레이를 하려다가 오바마를 분노케 한 것. 오바마는 대선기간중 MD의 효율성이 입증될 때까지 MD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MD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오바마 진영은 러시아, 중국 등이 강력 반발하고 있는 MD계획이 미국의 재정만 축내고 국제긴장만 고조시킬 뿐이란 비판적 판단을 하며, 부시정책중 폐기대상 1순위로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 거듭 분명히 해

오바마 진영은 한미FTA 재협상 입장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오바마 당선자의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인 이매누엘은 9일 ABC와의 인터뷰에서 "의회는 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이전에 추가적인 경기부양책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콜롬비아(한국,파나마) 등과의 FTA 비준을 연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바마와 부시간 오는 10일 당선후 첫 회담을 앞두고 부시와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한미FTA 등을 추가경기부양 수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려는 데 대해 쐐기를 박은 것. 이에 따라 오바마를 압박하기 위해 한미FTA를 연내 비준하려는 정부와 한나라당 방침에도 급제동이 걸린 양상이다.

오바마측은 MD, 한미FTA 외에 부시 정권의 정책 가운데 200여개를 퇴출 대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는 줄기세포 연구 조건부 허용, 낙태 부분 허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존 포데스타 정권인수팀장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석유시추등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내린 행정명령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정권 인수위가 대대적 퇴출 작업을 추진중임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