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때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했던 문창극 <중앙일보> 주필이 작심한듯 이명박 대통령을 질타했다.
문창극 주필은 20일자 칼럼 '대통령의 독(毒)'을 통해 "요즘 ‘이명박 때리기’가 유행병"이라며 "그를 찍었던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게 아닌데’라고 혼란스러워하다가 ‘이렇게밖에 못 하나’라고 안타까워한다. 마침내는 비난의 물결에 가세한다"며 이명박 지지층의 극심한 이탈 현상을 전했다.
문 주필은 "국민이 이명박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은 그가 성공한 CEO였기 때문이다. 나라 경영도 성공적으로 해주리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그의 CEO적 기질과 장점이 대통령인 그를 괴롭히는 약점이라니 아이러니 아닌가"며 CEO식 국정운영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그는 우선 "취임 후 그가 달려온 길은 CEO의 길이었다. 장관과 공무원은 그 회사의 직원이었다. '어려워도 죽겠다 말고 이럴수록 이마에 기름이 번쩍번쩍 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방문 때는 2시간밖에 안 잤다고 했다"며 "(그러나) 지금 나오는 반응은 ‘그래, 당신 혼자 잘났다’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CEO는 목표만 지향한다. 과정은 별로 문제가 안 된다. 이런 성품이 서울시장 때는 통했다. 청계천이나 버스전용차로 등은 다 CEO적인 사업"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이 되니 이런 마음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라며 쇠고기 졸속협상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한·미 FTA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고 그 목표를 위해 쇠고기 협상을 던져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앞서 가는 축산 농가는 개방돼도 문제 없다'고 말할 때 뒤처진 농가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지겠는가. CEO는 이기기만 하면 되지만, 대통령은 진 사람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라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할 때의 ‘공화’라는 말은 잘난 사람·돈많은 사람만의 나라가 아니라, 없는 사람·못난 사람도 같이 더불어 산다는 뜻"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인사파행과 관련해서도 "인사가 잘못됐다고 한다. CEO 마음으로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내 사람 내가 마음대로 쓴다’는 생각으로 인사를 했다"며 "우연인지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돈 많은 것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어떻게 교수나 월급쟁이를 하면서 몇 십억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불법 땅투기를 하며 자기 이익 챙기기에 앞장 섰던 사람이 과연 공동체가 필요한 공익을 염두에 둘까, 아니 ‘돈 독’이 오른 사람이 이제는 ‘권력의 독’ 까지 퍼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그들은 잘난 사람이었지만 국민의 마음을 노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렇다고 이번 쇠고기 파동 처리에서 보듯 유능하지도 못했다"고 각료들의 무능함을 비아냥댄 뒤, "공익을 생각했다면 위생 문제로 혹시 불안해 하는 사람들에 대해 미리 신경을 써야 했다"고 거듭 각료들을 질타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국민들은 귀를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울림은 진정성이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진정성은 내 몸의 독이 빠졌을 때 비로소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 마음이 샘물처럼 넘쳐날 때 국민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돌아올 것"이라고 이 대통령에게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