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김경준 횡령 384억 중 184억, 이명박 관련인사들 계좌로 들어가"

금감원-법무부 등, 盧 지시후 'BBK 주가조작 자료' 전면공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2001년 4월 김경준과 동업해 만든 LK-e뱅크를 떠나기 5개월부터 김경준의 주가조작이 시작됐으며, 주가조작에 이 전시장이 회장을 맡고 있던 LK-e뱅크의 계좌가 사용된 사실을 금융감독위원회-금융감독원이 20일 국회에서 전격 공개했다.

이와 함께 법무부도 김경준이 횡령한 회사자금 3백84억원 가운데 1백84억원이 이 전시장과 깊은 연관이 있는 (주)다스, 심텍, 오리엔스 등의 국내계좌로 흘러들어간 밝힌 문건을 열린당 의원에게 최초로 제출, 파문이 일고 있다.

이명박 진영은 이같은 정부 자료 공개가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후보 유불리에 구애받지 말고 정부보유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특명을 내린 직후 나온 것이어서, 정부가 보유자료를 공개하는 형식을 빌어 '이명박 죽이기'를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경준, 이명박과 결별 5개월 전부터 주가조작 시작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 보고 자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명박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인 BBK 투자자문(주) 관련 현안 보고를 했다.

현안보고에 따르면, 김경준 씨의 시세조종금지 위반 혐의 등 주가조작 사건은 2000년 12월~2001년 11월 14개 명의의 역외펀드 26개 계좌 및 5개 국내법인 명의 12개 계좌 등 총38개 계좌를 통해 이뤄졌다.

김씨는 서울 강남 소재 (주)옵셔널벤처스코리아 사무실에서 주문 전용 트레이딩룸(trading room)을 설치하고 회사 직원들에게 각각 입출금, 매매주문 등 역할분담을 시키면서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시세조종을 했다. 또 통정매매, 고가매수주문, 고가허위매도주문, 저가허위매수주문 등 총 6백43회에 걸쳐 6천3백만주의 주문으로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주가를 2천3백50원에서 8천1백30원으로 4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김 씨는 특히 2001년 5월~2001년 9월 4회에 걸쳐 가공의 역외펀드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는 공시를 함으로써 일반투자자로 하여금 실제 외국인투자자가 참여하는 것으로 오인하게 해 주가를 상승시킨 혐의가 있다.

김 씨는 특히 2000년 12월~2001년 11월 주가조작을 하면서 증권회사에 개설된 38개 계좌를 이용했으며, 여기에는 이 전 시장이 김 씨와 동업해 만든 LK-e 한 계좌가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안 보고의 결론은 김 씨가 이 전 시장과 결별하기 5개월 전인 2000년 12월부터 주가조작을 시작했고, 이 전 시장이 공동대표이사로 있었던 LK-e뱅크 한 계좌가 관련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것.

금감원-법무부 등이 잇따라 김경준 주가조작 관련자료를 공개, 이명박 진영을 당황케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0년 5월 금감원 제출 BBK 개정 정관에는 ‘이명박’ 이름 등재

금감원은 진위 논란을 야기해온 ‘BBK 정관’에 대해서도 현안보고를 했다.

현안보고에 따르면 미국 국적자인 김 씨는 지난 1999년 4월 BBK를 설립하고 같은해 11월 16일 금감원에 투자자문업으로 등록했다. BBK는 금감원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위해 99년 10월 13일 최초로 BBK 정관을 제출하는데 여기에서는 이 전 시장의 이름은 찾을 수 없다.

문제는 BBK가 2000년 5월 16일 금감원에 제출한 정관변경신고서. 변경된 정관 내용은 ▲사업연도의 변경 ▲이사회결의에 관한 사항 변경 ▲투자일임업 삭제 ▲수권발행주식수 변경 등 크게 4가지를 골자로 하고 있으며, '이사회결의에 관한 사항'에는 이 전 시장이 공동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며 '이명박'이란 이름이 적시돼 있다.

“김경준이 다스에 39억 송금한 시기에 이명박 여비서가 자금 관리 업무”

금감원-금감위 현안보고에 대해 열린우리당 소속 정무위원들은 즉각 이 전 시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강력 제기했다.

김영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김경준 씨의 옵셔널벤쳐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 전 시장과 김 씨와의 관계가 단절된 이후 발생했기 때문에 이 전 시장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이 전 시장과 김 씨의 관계가 단절되기 이전, 즉 이 전 시장이 LK-e뱅크 대표이사 재임시절에 LK-e뱅크 계좌가 주가조작에 총 44회에 걸쳐 동원된 사실 ▲이 전 시장 측근인 이진영(현 이명박 캠프 여비서) 씨가 옵셔널벤처스에 대한 주가조작 기간(2000년12월~2002년2월)인 2001년 7월부터 옵셔널벤처스에서 근무했고, 담당업무는 주가조작행위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자금, 통장, 인장관리, 주식 주문입력, 주식매매대금, 해외 결제 등을 들었다.

"김경준 횡령한 돈 384억 중 184억, 이명박과 관련인사들 국내계좌로 들어가"

김 의원은 특히 김 씨가 2001년 12월 미국으로 도피하기 전인 2001년 7월 말부터 같은 해 12월 중순까지 횡령한 옵셔널벤처스 회사자금 3백84억원 가운데 2백억원 가량이 10개의 국내계좌로 송금된 점을 근거로 이 전 시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강력 제기했다.

그는 “김 씨의 돈을 송금받은 수신자 중 국내법인은 다스(이명박 맏형 이상은씨 회사), 심텍(이명박 고대 후배 회사), 오리엔스(이명박 대학동문 회사) 등 BBK에 투자한 기업들이었다”며 “특히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 전 시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밖에 “이렇게 김 씨가 횡령한 자금을 이들 회사들에 송금을 시작한 시기(2001년 7월~2001년 12월)는 이 전 시장이 현재도 여비서로 데리고 있는 이명박 캠프의 이진영이라는 여비서가 옵셔널벤처스에서 자금 송금업무를 하던 시기와 겹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이 날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씨의 횡령 자금 중 다스에 39억원, 심텍에 41억원, 오리엔스에 1백4억원이 송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이같은 사실은 법무부가 미연방법원에 김경준 국내송환을 요청하며 제출한 서류에 포함된 내용"이라고 밝혀, 법무부를 통해 입수한 자료임을 시사했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앞서 지난 11일 "검찰 조서에 따르면 김경준은 2001년 7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총 384억원을 옵셔널벤처스 회사계좌에서 빼내 31회에 걸쳐 다른 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그러나 해외의 페이퍼컴퍼니등으로 송금한 약 1백80여억원을 제외하고 2백억 정도가 국내에 남았으나 행방이 묘연하다"고 주장했었다. 송 의원은 그동안 금감원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었으나, 그동안 금감원은 자료 공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다.

열린우리당은 그동안 김경준이 횡령한 돈의 절반이 국내 계좌로 흘러들어간 대목을 '이명박-김경준 주가 공동조작'의 결정적 근거라고 주장해왔다.

이명박계 강력 반발 “2001년 당시는 DJ 정권”

반면 이명박계 정무위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이명박 캠프 대변인을 맡고있는 진수희 한나라당 정무위원은 “금감원 조사가 진행되던 2001년은 막강한 김대중 정권 시절아니었나? 그 정권에서 뭐하러 야당의 유력 서울시장 후보(이명박)를 봐주기 수사했겠나”라고 반문했다.

진 위원은 “김경준의 주가조작에 동원된 계좌는 이명박 후보가 김경준과 동업한 회사인 LK-e뱅크의 연결계좌가 있다고 여당에서 주장하는데 그러나 김경준의 주가조작 사기 사건 때 사용된 38개의 법인 계좌중 LK-e뱅크 계좌는 단 하나 뿐”이라며 “더군다나 주가조작에 관련 계좌가 쓰인 것도 아니고 BBK 자금을 빼고 나오는데 사용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 씨가 LK-e뱅크 계좌를 주가조작 사건에 동원한 데 대해서도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당시 LK-e뱅크 공동대표 이사인 김경준이 임의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 시장의 여비서 이진영 씨의 주가조작 연루 혐의에 대해서도 “이진영 씨는 LK-e뱅크 대표이사 비서로 채용해오다 LK-e뱅크 정리 단계에서 잠시 김경준의 지시에 따라 옵셔널벤처스에서 단순업무만 처리했다”고 반박했다.

이명박계 차명진 정무위원 역시 “김경준 씨가 ‘BBK는 내 회사’ 라며 솔직하게 금감원에 자료를 제출한 바 있다”며 “또 이명박 전 시장의 측근 김백준 씨가 BBK에 근무했다고 여권에서 주장했지만 김 씨가 '김백준 씨가 BBK 임원이라고 허위로 기재했다'고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경준이 횡령한 돈 3백84억 가운데 184억원을 왜 이명박 관련인사들의 국내인사 계좌로 집어넣었는가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박을 하지 못해,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동현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0 개 있습니다.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