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작가들 "우리는 '김재철 부역작가' 되기를 거부한다"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는 <PD수첩> 죽이기의 결정판"
MBC구성작가협의회는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PD수첩> 메인 작가 여섯 명 전원이 일시에 해고됐다. 이는 PD수첩 2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시사교양국 수십 년 역사에서도 유래가 없던 일"이라며 "우리는 이번 PD수첩 작가들의 전원 해고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벌어진 'PD수첩 죽이기'의 결정판으로 규정한다"고 사측을 비난했다.
이들은 김 사장에게 "그들을 축출한 자리에 새로 앉히려는 작가는 누구인가. 권력에 순응하는 작가, 불의에 눈감는 작가, 김재철 사장의 입맛에 맞게 구성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 빈자리를 채우려는 속셈이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MBC구성작가협의회 소속 회원 전원은 PD수첩 작가 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그들을 대체해 부역 작가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성명 전문.
PD수첩 작가 전원 축출을 규탄한다!
PD수첩 22년 역사상 초유의 사태-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PD수첩 메인 작가 여섯 명 전원이 일시에 해고됐다. 이는 PD수첩 22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시사교양국 수십 년 역사에서도 유래가 없던 일이다.
해고된 작가들은 최근 들어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정재홍)
‘김종익씨 민간인 사찰’(장형운), ‘기무사 민간인 사찰’(이소영),
‘오세훈의 한강 르네상스’(이화정) 등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했으며,
적게는 4년 길게는 12년 간 PD수첩 제작의 한 축을 담당해 온 작가들이다.
기습적이고 비밀리에 이루어진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
통상적으로 작가 교체는 정기적인 개편 시기를 맞아 프로그램 제작진이 새로 구성되거나
비일상적으로는 제작 담당 피디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진다. 부당한 사유가 아닌 이상,
정규직 사원이 아닌 프리랜서 신분으로서 작가들은 팀 개편에 따른 이동이나
작가 교체에 대해 불가피한 일로 감수해왔다. 그럴 경우에도 팀장이나 담당 피디가
제작 파트너이자 동료에 대한 예의로 해당 작가에게 최소한 한두 달 전에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작가 교체는 당사자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
파업 기간 중 채용된 이른바 ‘시용PD’들이 PD수첩 팀장의 지시에 따라 비밀리에
외부작가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퍼졌고, 그 과정에서 실상이 드러났다.
6개월이 넘는 파업 기간 동안 묵묵히 감내하며 복귀를 준비하던 작가들에게
날벼락과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PD수첩 피디들조차
팀 작가들이 전원 해고됐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메인 작가 전원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는 프로그램 제작의 주체인 피디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배연규 팀장과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이 비밀리에 독단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무엇을 위한 '분위기 쇄신'인가?
뒤늦게 해고당한 사실을 알게 된 PD수첩 작가들은 배연규 팀장과 김현종 국장을 찾아
해고 경위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돌아온 대답은 ‘분위기 쇄신’이라는 것이었다.
분위기를 쇄신하는데 왜 작가를 축출하느냐고 물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됐다.
현재 PD수첩 소속 피디들은 현 작가진을 해고하고 대체 작가를 채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피디들이 수차례 재고를 요청했지만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은
작가 교체는 국장의 재량이며 재고의 뜻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한다.
우리는 김현종 시사제작국장에게 묻는다. ‘쇄신해야 하는 분위기’란 무엇이며
‘쇄신하여 만들고자 하는 분위기’란 무엇인가? 또한 시사제작국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있어 유독 PD수첩 작가들이 전원 축출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답할 수 없다면 다시 묻는다. PD수첩 작가 전원 해고는 비판적 아이템 통제,
피디 대량 징계에 이은 ‘PD수첩 무력화’의 결정판이 아닌가?
PD수첩 죽이기의 절정 - 작가 축출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MBC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은 그 어느 시기,
어느 프로그램보다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검사와 스폰서’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을
제작한 PD수첩의 간판 PD인 최승호 피디가 축출되고, 권력층과 정권에 부담이 되는
아이템들은 철저히 통제 당했다. 한진 중공업 사태, 4대강, 제주 미군기지 문제,
한미 FTA, 대북경협 중단 등의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피디와 작가에 대해
국장과 팀장은 시기적으로 예민하다, 시청률이 안 나온다, 재미가 없다 등의
구차한 변명과 핑계를 대며 번번이 가로막았다.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의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피디 및 작가들과, 어떻게든 정권 비판적인 아이템들을 통제하려는
데스크의 충돌과 갈등은 PD수첩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이 과정에서 제작의 최일선에서 일해 온 PD수첩 작가들은 대한민국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이 국민의 편에서 또한 진실의 편에서 멀어지는 것을
뼈아프게 목도해야 했다.
결국 김재철 사장 체제하에서 벌어진 PD수첩에 대한 과도한 통제와 탄압은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의 불씨가 됐다. 현 경영진에 의해 방송의 공정성이
무너지는 과정을 직접 목격했기에 PD수첩 작가들은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건
MBC 파업에 지지의사를 보내며 긴 파업 기간 동안 생업을 잃으면서도 PD수첩이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묵묵히 감내해왔다.
6개월 만에 파업이 중단되고 피디들이 복귀했지만 PD수첩 제작 환경은
파업 이전보다 훨씬 악화되었다. 파업 과정에서 PD수첩 피디들 가운데 6명이
대기발령이나 정직 등의 중징계를 당했고, 그 자리는 파업 기간에 채용된 이른바
시용피디들로 채워졌다. 그리고 급기야 작가들마저 모두 축출된 것이다.
우리는 이번 PD수첩 작가들의 전원 해고가 김재철 사장 체제에서 벌어진
'PD수첩 죽이기'의 결정판으로 규정한다.
김재철은 영혼과 양심을 파는 ‘부역’ 작가를 원하는가
PD수첩과 같은 탐사보도프로그램 본래의 의무는 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의 불의를
고발하는 것이다. 따라서 PD수첩 작가에게 요구되는 것은 성역을 인정하지 않는
철저한 비판정신과 어떤 탄압에도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양심과 용기였다.
많은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을 받은 적도 없었지만, PD수첩 작가들은
그 동안 탐사보도프로그램 작가 본연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해 왔다.
PD수첩이 대한민국의 그 어떤 시사프로그램보다도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프로그램으로
우뚝 서는 데 에는 그러한 작가들의 열정이 한 축을 담당해왔다고 믿는다.
김재철 사장에게 묻는다. 숱한 악조건 속에서도 방송현장을 지키며 PD수첩의 성가를
높여온 PD수첩 작가들을 ‘분위기 쇄신’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전원 축출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가? 피디들에 대한 통제와 억압만으로는 부족해서 작가들의 비판정신까지
말살하려는 것은 아닌가?
또한 그들을 축출한 자리에 새로 앉히려는 작가는 누구인가.
권력에 순응하는 작가, 불의에 눈감는 작가, 김재철 사장의 입맛에 맞게 구성하고
글을 쓰는 작가로 빈자리를 채우려는 속셈이 아닌가?
우리 MBC구성작가협의회 소속 회원들은 이번에 단행된 PD수첩 작가 전원에 대한
해고를 PD수첩의 비판정신을 거세하려는 차원에서 진행된 폭거로 규정하며 규탄한다.
또한 MBC구성작가협의회 소속 회원 전원은 PD수첩 작가 전원의 복귀를 요구하며,
그들을 대체해 부역 작가가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MBC는 PD수첩 작가에 대한 해고를 즉각 철회하라!
우리는 영혼 없는 부역 작가가 되기를 단호히 거부한다!
2012. 7. 26
MBC구성작가협의회 소속 작가 일동
강혜연 고희갑 고혜림 권혜정 김보라 김미란 김세진 김솔지 김영지 김애란 김유경
김은아 김은진 김은희 김정숙 김정은 김주희 김초희 김현경 김현희 김혜란 남혜영
노경희 류가영 명지혜 문아름 명지혜 박민정 박보연 박지연 박수진 배주희 백수인
백종숙 서영빈 성이정 손수희 송보화 양재희 예치응 윤희영 이미령 이세라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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