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원구 녹취록' 전격 공개, "이현동이 지시"
'도곡동 땅' 의혹 재점화? 여권의 '차명계좌 공세'에 반격?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1일 공개한 음성파일은 4시간 22분 분량으로 지난해 7월 녹음된 것이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이현동 내정자와 안 전 국장, 안 전 국장과 유윤상 당시 감찰계장, 안 전 국장과 당시 감사관이던 임성균 광주지방국세청장간 대화 등 3가지다.
음성파일을 푼 녹취록에 따르면 유윤상 당시 감찰계장은 안 국장을 만나 "이걸(안 전 국장 감찰문제) 차장님(허병익 당시 국세청 차장)이 `난 결제를 못하겠다'고 해서...결국 서울청장(이현동 내정자)한테 가서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안 국장은 이에 임성균 감사관에게 "이현동 청장의 지시다?"라고 물었고, 이에 임 감사관은 "지금 하는 조치는 위에서 하는 것"이라며 "하여튼 근데 그러니까 꼭 한 사람은 아니고요, 세 분의 생각이 같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세 사람은 전후맥락상 이 내정자와 백용호 당시 국세청장 내정자, 허병익 당시 국세청 차장을 가리킨다고 이 의원측은 주장했다.
안 국장이 이에 "본청 감찰에서 꼭 (이현동) 서울청장의 지시를 따라야 됩니까"라고 반발하자 임 감사관은 "그렇게 형식적인 걸 따지면..."이라며 말을 흐리기도 했다.
그후 안 국장이 이현동 내정자를 만나 자신의 사퇴를 종용했냐고 따지자, 이 내정자는 "내가 그걸 지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할 위치와 입장에 있는 것도 아니고 소관상황도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이 내정자는 그러나 안 전 국장이 계속 따지자 "그래, 그건 편하게 생각하시라니까요. 내가 설명해줄 이유가 없고, 뭐 해줄 것도 없고..."라고 말했다.
음성파일을 공개한 이종걸 의원은 "당시 서울청장 신분이던 이 내정자가 월권해 본청 감찰조직을 지휘하는 등 안 전 국장 사퇴에 개입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며 26일 예정된 이 내정자 청문회에서 안 전 국장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계속해 안 전 국장 증인 채택에 강력 반대하고 있어 증인 채택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제의 음성파일은 민주당이 지난해 11월 안 전 국장측으로 입수했다고 밝혔던 테이프로 알려져, 파문은 급속 확산될 전망이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라고 적시돼 있는 포스코건설의 전표를 봤다고 주장해 정가를 뒤흔든 바 있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이번 음성파일 공개가 이현동 내정자에 대한 인사검증 차원을 넘어서 자칫 '도곡동 땅' 의혹이 재점화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최근 조현우 경찰청장 내정자 발언을 계기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의혹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고 한나라당이 '차명계좌 특검'을 주장하는 데 대해, 민주당의 반격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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