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남경필', 고양이 목에 방울 달려 했다!
포항 내려가 "출마하지 마라" vs 이상득 "그럴 의사 없다"
2008년 3월, 한나라당은 공천 피바다였다. 집권한 친이계는 권력을 독식하기 위해 잔혹하게 친박계를 공천 학살했다. 친박 학살후 친이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권력 헤게모니를 둘러싼 치열한 권력암투에 돌입했다.
친이계내 암투의 최대 쟁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의 공천 박탈 여부였다. 정두언 의원 등 수도권 중심 세력과 이재오계는 '공천 혁명'과 '형평성'을 명분으로 이 부의장에게 불출마를 압박했다. 이들은 이 과정에 "이상득 진영이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는 세칭 '권력 사유화' 공세까지 폈다.
소장 개혁파 모임인 수요모임을 이끌다가 한나라당 경선막판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남경필 의원도 여기에 가세했다. 그는 정두언 의원과 깊은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로, '이상득 불출마'를 가장 먼저 공론화했다. 남들이 기피하던,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역할을 자임했던 것.
3월20일, 남 의원은 포항으로 이상득 부의장을 직접 찾아가 불출마를 건의했지만 이 부의장은 "아직 그럴 의사가 없다"며 단호히 일축했다.
그러자 그는 다음날인 3월21일 남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공천 갈등을 극복하고 이반되고 있는 민심을 다시 잡기 위해서는 이상득 부의장의 결단이 절실하다"며 "민심 이반의 가장 큰 이유는 동생이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형님께서 국회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라며 이 부의장의 불출마를 공개리에 압박했다.
이에 대해 강재섭 대표가 즉각 "남경필, 뒷북치지 말라. 남의 얼굴을 할퀴고 자기 얼굴을 화장하는 것은 할 짓이 아니다"라고 질타하는 등 이상득 진영은 강력 반발했으나, 남 의원은 개의치 않고 3월2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내에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사람들이 있다"며 박영준 비서관 등 청와대내 이상득계를 맹비난하며 이상득 불출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정두언-이재오 진영의 의원 55명은 이상득 불출마를 촉구하는 집단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치열했던 권력투쟁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상득 의원쪽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흐지부지 끝났고, 그후 정두언-남경필 의원 등은 최근 6.2 지방선거 참패후 친이계 내에서 영포라인-선진국민연대를 둘러싼 2차 '권력 사유화' 공방이 불붙을 때까지 2년여 동안 침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남 의원에 대한 불법사찰이 단행된 것도 바로 선상반란이 불발로 끝난 2008년도의 일이었다.
남 의원 자신의 표현을 빌면 그는 지난 2년간 "아침에 국회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곧바로 사람들도 만나지 않고 귀가해 책이나 읽는 모범생 생활"을 해야 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