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가 '모라토리엄' 선언을 한 후 이와 유사한 지방자치단체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강원 속초시의 부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5일 속초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시가 지고 있는 공식적인 부채는 970여억원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4억원이 대포항 개발사업 공사비다.

시 관문에 있는 대포항을 종합관광항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시작한 대포항개발사업은 시공사인 쌍용건설이 자부담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속초시는 호안을 매립해 조성된 부지를 분양한 돈으로 추후에 공사비를 정산하는 채무부담행위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채무상환 기간은 준공 후 3년 상환으로, 속초시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부터 오는 2012년까지 연차적으로 쌍용건설에 공사비를 갚아야 하며 우선 올해 안에 330억원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속초시는 채무상환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3월 부분 준공된 7필지 6천145㎡에 대한 부지매각에 나섰다.

하지만, 부동산경기침체 등의 영향으로 단 한 필지도 팔지 못한 데다 콘도미니엄과 호텔 건립사업자로 선정돼 땅을 분양받기로 약속한 업체까지 여러가지 사정을 이유로 계약을 미루고 있어 속초시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업체로부터 받은 땅값과 부분 준공한 매립지 매각으로 마련한 347억원으로 급한 불을 끄려던 속초시는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가운데 연말까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속초시는 7%나 되는 이자를 물어야 해 원금에다 이자폭탄까지 떠안아야 하는 '설상가상'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는 '속초시가 제2의 성남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포항개발사업비의 경우 추진과정에서 계획보다 공사규모가 커지고 이에 따른 공기연장과 설계변경 등으로 공사비가 690여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져 속초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성남시 문제가 불거진 후 전국 자치단체의 심각한 재정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속초시청 내에서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면 직원들이 월급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소문까지 나도는 등 어수선한 분위가 이어지고 있다.

김준섭 속초경실련 사무국장은 "대포항개발사업 부채는 6.2 지방선거 때는 물론 그동안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던 것으로, 속초시가 시민과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확한 상황파악을 위해 속초시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며 답변을 받는대로 전반적인 현황을 정리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속초시는 "콘도, 호텔 부지는 사실상 매매 계약을 체결한 상태나 마찬가지"라며 "어떻게 하든 부채는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방채 발행도 더는 어려운데다 그동안 추진해 왔던 땅 값 무이자 1년 분할납부 조례개정도 특혜시비와 시민부담을 우려한 시의회의 제동으로 실현이 불투명해 속초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시는 7%보다 낮은 이자의 돈을 빌리거나 땅을 사려는 업체에 융자를 알선해 주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민선 5기 지방재정 건전화 5대 과제' 자료를 보면 속초시의 지방채무잔액지수는 59.31로 시 단위 자치단체의 평균 17.21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최근 4년간 채무상환비율도 10%를 넘는 전국 6개 자치단체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