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친이 내전', 한쪽이 죽어야 끝날 것"
친이 내전으로 영포회-선진국민연대 등 '스캔들' 연쇄폭발
특히 주목할 대목은 연일 터져나오는 영포회, 선진국민연대 의혹의 진원지가 다름 아닌 '친이 내부'라는 점이다. 친이끼리 내전이 붙었기에 평소엔 알 수 없었던 숱한 내부정보가 봇물 터진듯 외부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가에선 이번 싸움의 성격과 관련, 지난번 총선 공천을 앞두고 폭발했던 '이상득 대 정두언-이재오'간 권력투쟁이 이 대통령 후반기 권력 재편을 앞두고 다시 폭발했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때문에 정가에선 "이번 친이 내전은 어느 한쪽이 완전히 죽어야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6.2참패로 가뜩이나 당이 침몰 위기에 봉착한 마당에 이게 뭣하는 짓들이냐. 다 죽자는 거냐"는 탄식도 나오고 있다. 권력투쟁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러다간 공도공망한다는 위기감의 표출이다.
실제로 권력투쟁 과정에 이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각종 의혹이 분출되면서 국민적 분노는 들끓고 있어, 가뜩이나 6.2참패로 큰 타격을 입은 이 대통령 레임덕에 가속이 붙은 양상이다. 개각 등을 통해 '분위기 변신'을 도모하려던 이 대통령에겐 예기치 못한 돌발적 상황 전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 냉소를 보내며 사태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내부세력도 있다. 친박이 그렇다.
친박 이성헌 의원은 7일 당대표 TV 토론회에서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이-친박 간 계파 대결 외에 친이계 내부의 권력 투쟁이 불거질 것이란 우려를 했었는데 실제 상황이 돼 버렸다"며 ”민간인 사찰 파문과 영포목우회 문제가 권력 다툼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경악스럽다”고 힐난했다
친박은 이번 내전으로 친이가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친박핵심 의원은 "친이의 권력 독식욕은 대단하다"며 "한 예로 대선후 친이쪽에 선거를 도운 박근혜 전 대표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인수위원 자리 몇개를 우리쪽에 달라고 했으나 일축 당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그렇다면 인수위원 말고 명함만 박아주는 인수위 주변자리 500개 가운데 한 100개만 배려해달라고 했으나 1개도 받지 못했고 얼마 뒤 '친박 공천학살'로 이어졌다"며 "이렇듯 친이는 처음부터 모든 걸 독식했고, 결국 이번에 자기들끼리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도진영은 위기감이 크다.
쇄신모임의 김성식 의원은 8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영포회 사건 등을 '정신 나간 일부의 오버'로 규정하며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데 대해 "검찰이 도마뱀 꼬리 자르기를 한다든가, 이런 게 명백해지면 국회차원에서 어떤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야당의 요구를 떠나서 만약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하면, 민간인 사찰 부분이나 인사농단 부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국정조사를 한나라당 의원들도 많이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건의 본질을 송곳 같이 꿰뚫고 있는 국민이 속 보이는 봉합을 용납할 리 만무이고, 그럴 경우 중도진영 의원들은 '생존 차원'에서라도 야권과 공조전선을 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향후 여권의 세력 판도가 요동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정치원로인 김종인 전 수석은 사석에서 역대 여권의 권력투쟁에 대해 이렇게 전했다.
"전두환 정권부터 현 정권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권 내부에선 언제나 치열한 암투가 있어왔다. 친인척 그룹과 참모 그룹간 전쟁이었다. 전두환 때는 전경환 등과 쓰리 허가 맞붙었고, 노태우 때는 박철언, 김영삼 때는 김현철, 김대중 때는 3홍 등과 참모그룹이 맞붙었다. 이렇게 전쟁이 붙으면 결국 대통령은 마지막엔 친인척 쪽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피가 물보다 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퇴임후 안전을 생각할 때 친인척이 미덥다는 이유에서였을 거다. 그러나 정권의 결말은 항상 같았다."
친이 내전이 과연 역대정권과 동일한 결말로 이어질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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