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선택의 기로, '전두환이냐 YS냐'
누가 된들 '세종시 총리' 후임은 '4대강 총리' 될 숙명
"나오는 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부 실망이다. 또 '고소영'하겠다는 것인가, 또 '강부자'하겠다는 것인가, 또 '회전문 인사'하겠다는 것인가.
나도 공직자 생활 오래 했다. 내 밑에 나와 함께 뛰는 동료들 40~50명 가지고 20년 넘게 같이 뛰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넣기 싫어한다. 왜 나를 이해해주니까, 내 말 따르니까, 쉬우니까.
그런데 이번 인사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그렇게 했다간) 이제 며칠 있으면 이명박(에게서) 다 돌아선다. 그러면 레임덕이냐 아니냐, 이명박 제대로 갈 것인가 (아닌가를) 국민들이 심판한다. 이런 상황에 또 그런 인사를 하는가."
이윤성 한나라당 의원이 7일 비대위-중진 연석회의라는 공개석상에서 개각 및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나도는 각종 인사설에 대해 작심하고 한 말이다. 이번엔 단행될 개각은 MB정부 출범후 3번째 개각. 이번 개각마저 또 실패하면 곧바로 레임덕으로 직행할 것이란 경고까지 내포된 발언이다.
면면, 말 그대로 점입가경'
국회부의장을 지낸 여권중진까지 이처럼 개탄할 정도로, 요즘 각종 언론을 통해 나도는 면면은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총리후보만 봐도 박세일 교수, 강만수 대통령특보, 김덕룡 국민통합특보, 임태희 노동장관, 강현욱 전 전북지사, 김태호 전 경남지사 등이 쉼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대통령실장 후보로는 임태희 노동장관, 백영호 국세청장, 원세훈 국정원장, 권철현 주일대사 등이 거론된다.
이밖에 개각과 관련해선 박재완 보건복지부장관설, 진수희 여성부장관설, 이동관 주일대사설 등 각종 설이 넘쳐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새로운 인물은 없고, 이 대통령과의 친소 관계, 즉 충성도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윤성 의원이 "회전문 인사하겠다는 거냐"고 일침을 놓은 것도 무리가 아니다.
더 가관은 언론마다 다른 인사설이 나오는 배경에 '권력 암투'의 냄새까지 짙게 배어 있다는 점이다. 야당인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가 7일 "여권내 권력투쟁이 시작됐다. 박영준 국무차장이 청와대로 들어오겠다고 하니까 이를 막자는 것"이라며 "청와대 내부나 한나라당쪽에서 '박 차장의 횡포를 민주당이 막아달라'며 제보를 해오고 있다"고 비아냥댈 정도다.
지나친 과장화법이 아니다. 실제로 치열한 암투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여권 세력들간에 얼굴을 붉히며 상대방을 원색비난하는 소리가 언론에도 참 많이 들려오고 있다.
영남 언론들까지 가세
이 와중에 일부 중앙지는 물론, 일부 영남권 언론들도 노골적 개입을 시작했다.
대구의 <매일신문>은 6.2참패후 이상득 의원이 전면에 나서 TK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영포회 사건으로 이 의원이 궁지에 몰리자 '한나라당 내부 적'들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 신문은 7일 영포회 파문과 관련,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차장을 정점으로 한 TK 인맥과는 더더욱 무관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그럼에도 정치권이 이 사건과 TK 인맥을 연결지으며 연일 TK 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인적 쇄신을 앞두고 반사이익을 노린 세력들의 기획에 따른 것이란 풀이까지 나오고 있다"며 한나라당내 반(反)이상득 라인을 맹비난했다.
부산의 <부산일보>는 같은 날,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청와대와 정부 등 여권 인적개편의 핵심으로 떠올랐다"며 "여권 핵심부에선 김 전 지사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부산·경남의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최상의 카드인 데다 이 대통령의 남은 최대 국정현안인 4대강 사업의 계속 추진을 위해서도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며 노골적으로 김 전 지사를 치켜세웠다. 4대강사업의 문제점을 연일 다루던 최근 보도 태도와 정반대 논리다.
'4대강 총리'의 운명은...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이 '정운찬 총리 카드'를 뽑아들자 야권은 물론, 한나라당 친박도 초긴장했다. 하지만 곧 긴장을 풀었다.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과 '4대강 강행'이란 두가지 족쇄에 발목 묶였음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그후 정 총리는 '세종시 총리'가 돼 아무런 정치적 변수도 되지 못하고 퇴장을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정 총리 다음 총리에겐 이 대통령이 상당한 권한을 위임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이해찬 총리를 염두에 둔 구상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이 총리를 발탁한 뒤 "참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공격적으로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의 공세에 맞서며 일사천리로 전진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차기 총리가 누가 되든, 최소한 한가지는 분명한 주문을 할 것이다. "4대강사업은 중단없이 밀어붙이라"고. 다음 총리는 '4대강 총리'가 될 숙명을 안고 있는 셈이다.
4대강은 '불통의 상징'이다. 절대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고 모든 종교단체까지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섰다. '정부와 민(民)의 대립'인 것이다. '4대강 총리'가 된다면 끝은 보나마나다.
물론 한가지 변수는 있다. 1987년 벼랑 끝의 전두환이 노태우에게 "나를 밟고 가라"고 한 것처럼, 이 대통령이 친이 후임총리에게 "4대강을 중단시키고 새 대권후보가 되라"고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 보인다. 순식간에 숙원인 '박근혜 대항마'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럴 확률은 0.0001%로 보인다. 이 대통령 스타일을 보면 그럴 것 같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스타일상 전두환보다는, 정권 재창출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신의 등에 칼을 꽂은 이회창을 응징한 YS에 더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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