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사태? 어디선가 본 영화 같다"
'재정부실 은폐', 그리스 사태와 붕어빵. 한국에도 타격 우려
헝가리 사태를 접한 많은 투자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미국증시 등 세계주가를 폭락시킨 '헝가리 사태'는 앞서 세계를 뒤흔들었던 '그리스 사태'와 붕어빵처럼 흡사하게 진행중이다.
8년만에 정권을 잡은 헝가리 보수정권은 구정권이 '재정 분식'을 해왔다고 스스로 밝히면서 "우리나라는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이란 폭탄선언을 했다. 헝가리 총리 공보관은 4일 "우리나라의 재정은 절망적 상황에 있다. 전 정권이 통계를 분식, 우리나라 처한 상황을 은폐했다"고 밝혔다.
이미 IMF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헝가리의 경제는 그렇지 않아도 구조적으로 대단히 위험한 상태다. 우선 은행 시스템이 위태롭다. 헝가리 은행들은 수신액의 120%를 대출해준 상태다.
이들 대출액 중 절반을 외국계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오스트리아가 24%, 독일이 21%, 이탈리아가 17% 등이다.
2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발발후 한국의 은행들이 혹독하게 경험했듯, 방만한 '오버 론'으로 외국계가 꿔준 돈을 회수해가면 은행은 물론이고 국가도 곧바로 파산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이렇게 되면 망하는 건 헝가리뿐이 아니다. 헝가리에 막대한 대출을 해준 유럽 국가들도 함께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재정 부실을 은폐해온 사실이 이번에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헝가리는 지난 2008년 10월말 IMF로부터 157억달러의 긴급구제금융을 지원 받으면서 2010년 재정적자를 GDP의 3.8%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헝가리 총리 공보관은 "전 정권을 제외하곤 GDP 대비 3.8%의 재정적자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국내에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헝가리 새 정권이 집권후 구성한 진장규명위원회는 금주말 정부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는 이와 관련, 헝가리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어 "헝가리의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7~7.5%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제2의 그리스 사태'로 불리는 '헝가리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 주가는 대폭락해 다우지수 1만선이 붕괴하는 등 세계금융시장은 2차 재정위기 공포로 전율하고 있다.
문제는 그리스에 이어 헝가리도 재정 상황을 '분식'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의혹의 눈길이 던져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헝가리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라트비아 등 동유럽국가들은 리먼브러더스 사태후 집단 디폴트 위기에 직면하자 IMF로부터 거액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간신히 불길을 끈 상태다.
이런 와중에 헝가리의 분식 회계가 드러나면서 다른 국가들도 속사정은 비슷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되면서 신흥시장에서 재차 외국계 자금이 이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동유럽국가들이 외국계로부터 빌어온 국외부채는 총 1조7천억달러. 대부분이 서유럽 유럽 은행들이 꿔준 돈이다. 동유럽이 망하면 서유럽도 같이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따라서 헝가리를 신호탄으로 남유럽 재정위기가 동유럽으로 전이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유럽은 동반 몰락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어서 세계경제는 이제 새로운 위기국면에 진입하는 양상이다.
이처럼 신흥국가들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경우 2년전 리먼브러더스 사태때 혹독하게 경험했듯 한국 또한 결코 안전지대일 수 없는 상황이다. 과도한 가계대출, 부동산거품 파열 조짐 등, 외국계가 이미 여러 차례 지적해온 심각한 문제점을 한국경제는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에는 '전쟁 리스크'까지 가세했다.
2년전 한국은 디폴트 직전까지 몰렸었다. 2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실수를 범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범국가적으로 경제 비상관리 체제에 진입해야 할 상황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