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충청인들, 한나라호 격침시키다!
"충청을 적으로 돌리면 정권 재창출은 불가능하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이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계가 세종시 수정 카드를 들고 나오자 어이없다는듯 한 말이다.
"역대 모든 정권이 충청 지지를 얻기 위해 온갖 공을 들였다. 충청을 잡지 못하면 집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천하의 DJ조차 상극인 JP와 손잡았지 않나. 노무현은 세종시 카드를 꺼내들었고. 그런데 이 대통령 집단은 충청을 적으로 돌리겠다니. 충청인이 결사 반대하는 세종시 수정을 강행하려 한다면 한나라당은 앞으로 수십년간 집권을 포기해야 할 거다."
충청인은 6.2지방선거에서 충남-북, 대전 등 한나라당이 차지하고 있던 단체장 후보들을 전멸시킴으로써 세종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세종시 수정 지지 여론이 급증하고 있다고 강변해온 정운찬 국무총리 등을 완전히 꿀벙어리로 만든 무서운 투표 결과다.
충청의 분노는 단지 충청권에서만 한나라당에 치명타를 가한 게 아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한 것도 충청의 분노가 결정적이라는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인천에는 충청 출신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오래 전부터 "인천에서 한나라당이 패한다면 그것은 세종시를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다. 예상했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밖에 여론조사만 보면 압승이 예상되던 서울에서 한나라당이 충격적 대반전을 허용한 요인중 하나도 서울내 충청인들의 분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모든 지역에서 충청 여론조사가 가장 힘들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번번이 틀리곤 한다."
정부는 그동안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는 충청을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갔다. 속 보이는 각종 관제 집회와 여론조작 등을 통해 충청을 고립시키려 해왔다. 그런 면에서 한나라당을 결정적으로 침몰시킨 충청의 반격은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인과응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투표 직전에 한나라당 압승을 확신하며 "야당이 세종시 문제나, 4대강 사업 문제를 선거 이슈로 들고 나왔고, 또 이번에 그것을 심판하자고 들고 나왔기 때문에 압승할 경우에는 그 문제, 야당 주장에 대한 우리 심판은 간접적으로 된 것이 되겠지요?"라고 말했다.
개표 결과, 한나라당 대참패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래도 세종시 수정 드라이브를 걸 것인가. 아마 당내 통과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이 대통령이 무리수를 두려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등 친박계의 대반격에 직면해 한나라당은 분당적 내홍에 빠져들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세종시 수정은 완전히 물 건너간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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