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위기론', 트릭인가 팩트인가
서울 '남북', 경기 '도농 양극화' 뚜렷. 야권단일화가 관건
"녹록지는 않지만 비관적 상황은 아니다."(정병국 한나라당 사무총장)
공개리에 나온 한나라당 수뇌부의 각기 다른 소리다.
비공식석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친이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인천, 대전, 충남 빼고는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친이계 의원은 "무슨 소리냐. 16개 시도 가운데 확실한 곳은 5~6개밖에 안된다"고 상반된 얘기를 했다.
트릭인가...꼭 그렇지는 않아
'트릭'인가. 실제로 역대 선거때마다 '뻥튀기 엄살'과 '뻥튀기 낙관'은 공존해왔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한 양동전술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 비공개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나 여권 관계자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꼭 그렇게 '전술적 시각'에서만 해석할 일도 아닌듯 싶다.
정두언 의원은 지난 27일 "전화면접조사하고 ARS조사하고 다르다. 전화면접조사는 또 거품이 더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전화조사로는 우리가 좀 앞서 있는데 ARS로 하면 거의 근접해 있다. ARS는 적극적 투표층이 대답을 많이 한다. 따라서 전화조사보다는 ARS조사 쪽이 더 정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여론조사전문가들의 말과도 일치하는 지적이다. 여권 지지율은 나오는 숫자보다 -10%포인트를 해야 정확하다는 게 중론이다. 야당표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가 사회 분위기가 속내를 드러내기 부담스러운 '공안기류'라면 -15%포인트를 해야 정확하다고 한다.
정두언 의원이 "보통 여론조사가 현역 여당이 10% 앞서면 비슷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하고, 유시민 전 장관이 "현역 여당은 10~15%는 빼고 봐야 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얘기다.
서울의 '남북 양극화', 경기의 '도농 양극화'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서울의 '남북 양극화', 경기의 '도농(都農) 양극화' 현상이다.
정두언 의원은 "서울의 강남 빼고는 수도권에서 모두 뒤지고 있다"고 있다. 이는 엄격하게 말하면 광역단체장이 아닌 기초단체장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서울의 25개 구청장 모두를 싹쓸이했다. 지금은 그러나 결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철옹성인 강남권을 빼곤 나머지는 야권후보 강세가 뚜렷하다는 게 여야의 일치된 상황 판단이다. 이른바 '남북 양극화'다.
경기도의 경우도 엇비슷하다. 경기도에는 31개의 기초단체가 있다. 이 중 11개가 농촌권, 20개가 도시권이다. 그런데 최근 실시한 한나라당 내부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농촌권에서만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당 지도부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한다. 보수적 성향의 수원을 비롯해 성남 등 도시권 전역에서 야권이 앞서고 있다는 것. 이른바 '도농 양극화'다.
이밖에 인천은 호남과 충청 출신 표가 거의 절반에 달해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고전을 예상한 지역이다. 호남표의 결집에다가 세종시 수정에 뿔 난 충청표까지 결집하면 선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안갯속'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이렇듯, 수도권의 기초단체장은 '야권 우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광역단체장에 이르러서는 야권도 아직 승리를 자신하지 못하는 기류다.
야권은 그 원인을 '천안함 사태'에서 찾는다. 한명숙 무죄판결후 급등하던 상승세가 천안함 사태로 벽에 부딪쳤다는 주장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천안함 때문에 겨우 숨통이 트였다"는 얘기를 한다.
야권은 특히 천안함 조사결과가 지방선거 직전에 발표될 경우를 두려워하고 있다. 실제로 민군합동조사단은 최종결과 발표 시점을 "한달 정도"라고 예고한 상태다. 실제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도 유권자들은 지방선거 최대 쟁점을 '4대강 사업'과 '천안함 사태'로 꼽고 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가 선거 전체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결정적 사안인지는 미지수다. 침몰원인, 대처과정 등을 둘러싼 미스테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변 4강 등 국제사회가 냉철히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과연 한달 뒤에 똑 부러지는 '원인'과 '주체'를 발표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언빌리버블"
따라서 야권에서 수도권 광역단체장 부진의 원인을 '천안함'에서만 찾는 것은 또 하나의 남 탓이라 하겠다. '내탓'이 더 크다. 경기도의 경우 야권후보들은 아직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 역시 최대변수인 한명숙-노회찬 후보단일화 문제를 아직 얘기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과연 서울-경기에서 단일화를 할 수 있을까. 단일화만 안되면 이길 수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2002년 대선 막판, 노무현-정몽준은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했다. 그때 김경재 의원 같은 경우 "언빌리버블(믿을 수 없다)"이라고 외쳤고, 국민 다수도 마찬가지였다. 그 감동이 결국 노무현 당선으로 이어졌다.
여든 야든, 수도권 선거에 명운이 걸려 있다. 지는 쪽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지금 '위기론'이 한나라당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진정 '위기론'이 나와야 할 곳은 야권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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