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러다 우리도 천안함처럼 침몰?"
야권의 '천안함 총공세'에 여권 '패닉', "보수-진보 협공 받아"
민주당, '군의 MB 농단' 의혹 등 총공세 개시
민주당의 노영민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사고에 대해 말을 아껴왔다. 정부의 사고 초기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기대하며 참고 참으며 기다려왔다"며 "그러나 더는 참고 기다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의 구멍 난 위기관리 능력에 실종자 가족마저 수색작업 포기를 결정하고 말았다"며 대대적 공세를 시작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의 최대 메가톤급 공세는 '군당국의 MB 농단' 의혹이었다.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사고 사전예방도, 사후 실종자 구조도 사고원인 규명도 특히 사고발생시각조차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는 정부는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 당국으로부터 허위와 조작된 보고로 우롱당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군을 대통령이 정확하고 확실하고 명확하게 통솔할 수 있는 것인지 지극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농단 의혹을 제기했다.
군 당국의 초동대응 미숙 등이 연일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초기에 "대응을 잘했다"고 극찬한 것은 군당국이 거짓정보로 대통령을 농단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중차대한 의혹제기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밖에 각종 의혹이 무더기 제기되며 MB정권의 통치·안보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노영민 대변인은 "해경이 천안함 함미 침몰 위치를 사고 다음날 해군에 알려줬는데도, 군은 하루가 더 지난 시점에서 어선의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다는 보도도 있다"며 "더욱이 천안함 격실에는 환풍기가 여러 개 있어 사고 직후 격실에 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천안함의 실종 장병들이 격실에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당초 기대는 사실상 허황된 것이었을 가능성조차 제기되고 있다"며 언론들이 연일 쏟아내는 새로운 의혹들을 열거했다. '환풍기 의혹'은 구조활동에 참가했던 SSU전우회가 새로 제기하고 나선 의혹이다.
그는 "‘정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정부는 지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우리 국민의 의혹"이라며 "그런데도 군 당국은 사고의 진실을 그나마 알고 있을 생존자에 대한 면담을 일체 불허하고 있다. 정부가 실종자 구조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해 온 것이 아니라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감추기에만 전전긍긍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밖에 "천안함 실종자를 찾기 위해 사고 인근 해역에서 수색 작업에 참여했다가 돌아가는 길에 금양98호가 침몰해서 2명이 사망하고 7명이 실종하는 대형 사고가 있었다"며 "그런데 해경은 늑장 출동을 했고 정부는 나 몰라라 하며 빈소에 조화 하나 갖다 놓지 않았다고 한다"며 정부의 금양호 침몰 홀대를 질타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을 4월국회에서 거듭 제기한 뒤, 6일 열린 국회 정보위, 한나라당이 이날 수용키로 한 국회 진상조사특위 활동 등을 통해 낱낱이 파헤친다는 계획이다. 다른 야당들도 진상조위특위 활동을 통해 세간의 각종 의혹을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한나라 패닉, "이러다가 천안함처럼 침몰하는 것 아니냐"
야권의 총공세에 한나라당은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의 공식입장은 "정부와 군을 믿고 발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는 초조, 그 자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야권의 국회 진상조사특위 요구를 수용했다. 실종자가족들의 요청으로 수색작업이 중단된 만큼 더이상 특위 구성에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안 원내대표는 '책임자 엄중문책'을 주장하고 나섰다.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서는 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나라당의 더 큰 고민은 그러나 '다른 데' 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지금 정부여당이 처한 최대 딜레마는 보수·진보 양쪽 모두에게서 협공을 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보수진영은 천안함 침몰을 북한소행으로 몰아가고 있고, 진보진영은 그게 아닌 정부의 무능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정부가 조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한쪽은 이를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다"며 "MB정권 출범후 직면한 최악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나라당 강경파 일각에서는 천안함 침몰을 북한소행으로 몰아가다가, "예단하지 말라"는 이 대통령의 급제동으로 멈칫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청와대는 "북한소행이란 근거는 아직 없다"며 보수진영 매파들의 북한소행 기정사실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사결과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이 인정할 수준이 돼야 한다는 판단아래 미국에 직접 조사작업에 참여해달라는 요구까지 한 상황이다.
여기에다가 박근혜 전 대표까지 "국민들이 이해 못하는 의혹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압박하고 나서자, 정부여당은 완전 패닉 상태다. 당초 정부는 4월국회에서 세종시 문제를 처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천안함 사태로 세종시 문제는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이며, 천안함 의혹을 계속 미적거리다간 박 전 대표 등 당내세력과 야권의 협공으로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는 극한 위기감에 빠져 있다.
이런 대혼란은 불과 두달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 최대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정부여권의 우려다. 지난 대선때 진보진영이 대거 선거에 불참해 이명박 후보가 530만표 차의 압승을 거둘 수 있었다면, 천안함 파문은 정반대로 MB정부에 실망한 보수층이 선거에 대거불참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요즘 매일같이 보수지지층의 표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며 "이렇게 계속 헤매다가는 한나라당도 천안함처럼 침몰하지 않을지 걱정"이라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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