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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한국판 '분노의 포도'를 원하는가"

"그 알량한 자전거도로 때문에 농민들 쫓겨나고 있어"

이상돈 중앙대 법대교수가 22일 "무모하고 불법적인 4대강 사업으로 인해 4대강 하천변 곳곳에서 한국판 ‘분노의 포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4대강 사업 저지 국민소송을 진행중인 이상돈 교수는 이날 자신의 홈피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 북한강변에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4대강 사업 저지 단식농성 등이 진행중임을 전한 뒤, 두물머리와 조안면 등 북한강변에서 유기농사를 짓다가 이를 금지 당한 농민들이 "자신들을 생업의 현장으로부터 몰아내는 이유가 그 알량한 자전거 도로 건설 때문이라는 데 특히 분노하고 있다"며 농민들의 분노를 전했다.

이 교수는 대공황때 존 스타인 벡의 <분노의 포도>를 거론한 뒤, "<분노의 포도>는 성경에서 말하는 ‘순교’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노의 포도’는 십자가를 지고 수난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의 마지막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분노의 포도’는 포도를 밟고 가는 것이고, 그러면 길바닥은 핏자국으로 점철되는 형상을 띄게 된다"며 4대강 사업 현장에서도 동일한 저항이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다음은 이 교수의 글 전문.

두물머리와 북한강변 : 기도와 분노

천주교와 불교에 뒤이어 개신교에서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독교 장로회 생태공동체 운동본부(공동집행위원장 : 윤인중 목사) 소속 목사님들이 양수리에서 멀지 않은 남양주군 조안면 송촌리 북한강변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릴레이 금식기도를 펼치고 있다. 2월 17일에 시작된 이 금식기도는 4월 4일 부활절까지 계속될 것인데, 기독교인들에게 이 기간은 ‘4순절’이다.

내가 지난 토요일(20일) 늦은 저녁에 잠시 찾았던 금식기도 현장은 북한강변 하천부지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였다. 금식기도회의 규모가 교세를 자랑하는 듯이 여겨지는 요즘의 세태와는 동떨어진 현장이었다. 생명의 강 지키기 운동을 이끌고 계신 조영희 목사님이 계셨고, 잠시 후 인근 영진교회 김선구 목사님이 도착하셨다. 컨테이너에서 멀지 않은 높은 지대에 기도장소를 마련해서 목사님이 한 분씩 릴레이로 홀로 철야 금식기도를 하고, 컨테이너에는 목사님 한두 분과 신자분들이 같이 기도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46명의 목사님과 200여명의 신자가 4월 4일 부활절까지 계속될 이 기도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두 분 목사님과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는데, “4대강 사업과 MB 정권이 무너지면 한국 개신교, 특히 대형 개신교에는 일종의 아노미 현상(정신적 공황)이 오지 않겠는가?”는 나의 물음에 대해, 두 목사님들은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하셨다.

두물머리에선 천주교 신부님들의 릴레이 단식기도가 벌써 40여 일째 이어져 오고 있다. 2월 17일부터는 매일 오후 3시에 4대강을 지키기 위한 야외 미사가 열리고 있다. 2월 20일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의 조해봉 신부가 집전을 했다. 남한강 위쪽에선 중장비가 강바닥을 마구 파헤치고 있고, 강 아래에선 이에 반대하는 신부님들과 목사님들의 간절한 기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22-23일간으로 예정된 토지 측량을 앞둔 유기농 대책위원회에는 긴장이 감돌았다. 많은 농민들이 지난번의 1차 측량 때 공무원들과 충돌을 빚어 불구속 기소가 되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충돌이 있으면 구속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물머리 및 그 주변지역 유기농가 문제

두물머리와 조안면 등 북한강변의 유기농가는 대부분 하천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하천부지는 국유이며, 국가(하천관리청)는 5-10년을 기간으로 하천점용허가를 내어주고, 허가를 받은 사람은 일정한 점용료를 국가에 납부하고 허가 조건에 따라 사용을 한다. 기간을 정해서 허가를 주기 때문에 기간이 지나면 이론적으로 하천관리청은 기간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고, 허가 내용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수차례 기간 연장을 통해 오랫동안 합법적으로 평온하게 하천부지에서 농사를 지어오고 있는 농민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농사를 계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게 된다. 행정청은 이런 신뢰를 함부로 파괴해서는 안 되는 데, 이를 ‘행정상 신뢰보호 원칙’이라고 한다.

국토해양부가 두물머리와 조안면 등지의 유기농가에 대해 하천점용허가를 취소하고 보상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유기농가들이 갖고 있는 점용권이 함부로 취소할 수 없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다. 정부는 ‘보상’이란 당근을 던져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나, 사실 그 ‘보상’이란 것도 국민이 낸 세금이다. 국민의 2/3가 반대하는 사업을 이렇게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대단한 보너스나 되는 식으로 보상금으로 내어 놓는 것이다.

유기농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은 그들에게 주어질 보상이 충분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대통령 후보와 도지사 후보 시절에 그들을 찾아와서 같이 사진을 찍고, 그런 자신을 들어 자신들을 ‘친환경후보’로 내세웠던 이명박 대통령과 김문수 지사의 위선과 가식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생업의 현장으로부터 몰아내는 이유가 그 알량한 자전거 도로 건설 때문이라는 데 특히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포도’를 원하는가

1930년대 미국 중서부의 황폐한 농촌을 그린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The Grapes of Wrath’)라는 소설이 있다. 여기서 ‘포도’가 포장도로인지 과일 포도인지를 둘러싼 ‘논쟁 아닌 논쟁’으로도 유명한 소설이다. 물론 여기서의 ‘포도’는 과일 포도를 의미한다. 포도가 나지 않는 미국 중서부를 무대로 한 소설에 ‘포도’가 나오니까 그런 오해가 나오는 것인데, 당시 미국 농촌의 도로는 대개 비포장이었기 때문에 ‘포장도로’라는 해석은 우스운 것이다.

‘분노의 포도’는 성경에서 말하는 ‘순교’의 의미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노의 포도’는 십자가를 지고 수난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의 마지막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다. ‘분노의 포도’는 포도를 밟고 가는 것이고, 그러면 길바닥은 핏자국으로 점철되는 형상을 띄게 된다. ‘분노의 포도’는 ‘순교’와 ‘신(神)의 분노’를 상징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 중서부를 휩쓸었던 거대한 먼지 폭풍으로 황폐해진 농촌을 떠나 이리저리 떠돌아야만 했던 이농민들의 ‘분노’를 존 스타인벡은 그렇게 전했던 것이다. 무모하고 불법적인 4대강 사업으로 인해 4대강 하천변 곳곳에서 한국판 ‘분노의 포도’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김혜영 기자

댓글이 12 개 있습니다.

  • 3 1
    wlsl

    이 정부의 전반적 통치 행태는 분노의 포도를 넘어 칠흙 어두움과 숨막히는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한 지경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국민이 현실을 직시하지 않음이 이 막돼먹은 정권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자각에 수치스럽고 슬픔뿐입니다

  • 4 1
    4대강정지

    4대강 사업 더 이상 진행 못하게 작업정지 행정소송이라도 먼저해야 하는게 아니가요?
    사업은 진행되고 있는데 검증도 제대로 안된 사업이 계속 된다면 복구비용도 엄청날 텐데 국민세금만 이래저래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만 도와주네요.
    아이고 내 세금 아까워라
    빨리 공사정지 가처분신청이라도 해야되는데...

  • 0 4
    111

    현재 야당 들도 다 죽음을 사약을 선사해야 함......
    세종시에 올인한 야당들 사약을 선사해야 함

  • 4 1
    면바기

    정말한심한 정권이다 자전거 도로로 전국 좌악 깔고 사대강에 배띠워 띠까띵까 놀판만 만들자는 심산인가 ??실업자 들 위해서 놀장소 재공하자는 애긴대 매우 어리 석은 썩은 똘머리다 한심한 인간들 다 갓다 버리고파""'

  • 1 12
    개수지의 저들

    그동안 보수인척 쇼하느라 용썼다. 너까지 나서는거 보니 북한이 그렇게 다급하냐?

  • 12 0
    40대 시민

    이상돈 교수를 빨갱이라는 미친 놈들이 다 있구나... 진짜 보수주의자인 이교수를 빨갱이로 모는 것을 보니, 뭐지 않아 전원택 변호사나 보수세력 대부분이 빨갱이로 전락하겠다 ㅋㅋㅋ
    진짜 빨갱이는 빨간 눈을 가지고 온통 세상을 빨갛게 보는 푸허허 같은 친일 매국세력이겠지

  • 7 1
    베이스타스

    2MB 정권은 이미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지는 오래되었고....
    잔인한 심판을 기다라고 있는거 같은데....
    그래 100일후에 똑똑히 보여주마....
    이상돈 교수님은 진정한 보수주의자....

  • 10 1
    개그맨

    1등만을 위한 사회룰 원망하는 할 것이 아니라 한사림만의 실적을 내기 위해서 미쳐 날뛰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란 말인가? 전 국민의 7~80%가 4대강을 반대합니다.
    우리 국민이 바보입니까? 이제라도 늦지 않습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저지투쟁을 합시다.

  • 3 1
    guliver

    이상돈 교수님 지금 4대강이고 세종시이고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종교적인 문제로 이명박 장로가 그의 추종자들과 밀고 나가는 형국입니다 분노의 포도는 이명박 잘로도 같은 생각과 각오로 진행 하고 있는데 해결책을 찻기 힘들것입니다 그는지금 서울을 하늘에 바치고 이제 대한 민국을 바찰 차래라고 생각하고 요단강을 만드는 중이지요- 작전을 잘세우세요

  • 12 1
    투표나잘하자

    이참에 멩박이 패거리들 몰아낼 마지막 기회다...6.2 선거 제대로 하자 민주당 직기 싫거던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등 창조한국당등을 찍지..무조건 진보성향쪽에 표를 찍자....그것만이 국민들이 살길이다....

  • 45 1
    책임은 국민들에게

    현 정부는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다만 잔인한 심판 날만 기다리는 형국처럼 보인다..
    이로 인해 발생될 기나긴 고통의 터널을 벗어나야할 책임은 국민들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더욱더 부자가 되겠지?
    이 모든 책임은 전 국민들에게 있다는 것도 우리는 알아야 할 것이다.

  • 22 0
    쪽 팔려

    그냥 상식이 통 하는 그런 사회가 되면 안돼나 ????????? 누구룰 위한 편의로 인하여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생겨나면 안돼는거 아닌가 ????? 더구나 삶에 담보가 들어 있다면 더 더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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