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래권력이 현재권력을 구석에 모는 통쾌한(?) 모습"
'송광호 경고' 전하며 미묘한 사설 써
<조선>은 이날 사설을 통해 전날 친박 송광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 회의에서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골목에서, 어떤 정치적 입지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 모른다"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 탈당까지 압박한 홍준표 의원 등 친이계에게 경고한 발언을 소재로 다뤘다.
사설은 송 최고위원 발언과 관련, "박 전 대표측 중진인 송 최고위원의 그 말은 국회의원이건 아니건 간에 한나라당에 속한 모두가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가볍게 받아들인 사람은 이마가 잠시 서늘했을 것이고 무겁게 받아들인 사람은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라며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 모습이 한나라당 아래를 흐르고 있는 심리적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사설은 이어 "박 전 대표는 대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부동(不動)의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래 권력'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낮엔 친이 쪽에 있다가 밤에는 담을 넘어 친박으로 넘어간다는 '주이야박(晝李夜朴)이란 말도 뭔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중압감에 가위눌려 지내는 이런 당내 사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그렇기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하는 한마디는 상대방을 겁주는 위하 효과를 충분히 발휘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위하'란 '위협'을 뜻한다.
사설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마지막 대목.
사설은 "1948년 건국 이래 '다음 대통령 세력'이 '현재 대통령 세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구석에 몰아붙이는 '통쾌한(?)' 모습은 처음 구경하는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끝맺었다.
사설을 단순히 한나라당내 정치공학을 풍자적으로 다룬 글로도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친박세력이 친이세력을 구석에 몰아붙이는 게 '통쾌(?)'하다고 한 마지막 문장은 다분히 '감정이입적 표현'이어서, 글을 본 이들 사이에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한 예로 박근혜 전 대표 지지모임인 박사모 홈페이지에서는 "어렵다"는 반응에서부터 "<조선일보>가 노선 변경을 하려는 거냐"는 반응에 이르기까지 구구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특히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최근 세종시 논란과 관련,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이 박 전 대표에게 세종시 문제를 양보하라고 권유했던 것을 상기시키기는 등, <조선일보>의 풍향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에서 불붙은 치열한 계파전쟁이 타 분야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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