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박근혜 대응문건' 작성 파문
문건 "우호적 靑 출입기자 통해 박근혜 비판 글 쓰게 하라"
또한 청와대는 이와 별도로 각 정부부처에 각 지역을 맡아 대대적 세종시 수정 홍보전을 펼치라는 지시도 내린 사실이 확인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靑 출입기자 등 활용해 박근혜의 여론개입 차단 글 쓰게 해야"
14일 <한겨레>에 따르면, <한겨레>는 국무총리실이 한 홍보기획사에 의뢰해 지난 6일 작성한 '세종시 현안 홍보전략' 제목의 문건을 13일 단독입수했다.
문건은 박 전 대표를 그의 영어 이니셜을 따 ‘피 팩터’(P Factor)로 명기한 뒤,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은 박 전 대표가 11일 정부 발표 뒤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박 전 대표가 정부 발표 뒤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하드랜딩’(경착륙), 침묵할 경우 ‘소프트랜딩’(연착륙), 여론의 추이를 관망하다가 입장을 표명할 경우 ‘뉴트럴’(중립적 상황)로 구분했다.
문건은 이 가운데 ‘하드랜딩’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며, “정부 안 발표 직후 ‘피 팩터’가 ‘반대’를 표명하여 여론조사 결과에 직접 개입하는 상황은 현재 여론 추이로 볼 때 ‘정부안 지지율’의 대폭 하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문건은 ‘하드랜딩’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우호적 논조의 청와대 출입기자 등을 활용해 ‘특정 정치지도자의 발표 직후 여론개입’이 바람직하지 않음을 지적하는 기자칼럼을 게재”하는 사전 홍보전략을 정부에 제시했다. 친정부적 성향의 기자들을 홍보에 활용하라고 조언한 것.
문건은 또 “‘피 팩터’의 즉각 반대시 충청권 주민들의 상경투쟁과 한나라당의 ‘분당 위기’, 대통령의 리더십 약화 등의 변수가 맞물리며 중대한 위기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며 “‘피 팩터’가 심사숙고할 수 있도록 예우를 갖추고 비공개 사전 브리핑을 하는 정무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하드랜딩’의 위기 상황에서도 ‘친박계 총력 비판과 홍보광고 대량 투입’ 등의 정면돌파형 고강도 전략보다는 ‘대통령의 충청 방문과 친박 포용, 대국민 호소’ 등 저강도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강도 전략이 실패할 경우 이명박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차선책이 없어 ‘원안 수용’이라는 굴욕적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조기 레임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靑 "10개 부처 장관, 각각 지역 맞아 홍보전에 나서라"
<한겨레>는 이와 별도로 모든 부처 공직자들이 대언론 접촉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 관철을 위한 적극적 홍보전을 전개하라는 지시를 내린 청와대 문건도 단독입수, 공개했다. <한겨레>가 입수한 문건은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지난 10일 작성해 관계부처에 내려보낸 ‘세종시 수정안 홍보 계획’이란 제목의 문건.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는 지난 11일 정부의 수정안 발표 직후 “모든 부처의 고위 공직자들이 언론을 접촉할 때 ‘지역차별이 없다’라고 수정안을 집중 홍보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내렸다.
청와대는 특히 지역 여론 대응을 위해 10개 부처 장관이 각각 지역을 나눠 ‘언론 오찬’을 통한 혁신도시 발전안 등 지역 비전 홍보에 나서도록 방침을 세웠다. 여기엔 국토해양부(대전·충남)와 교육과학기술부(충북), 지식경제부(대구·경북) 등 세종시 유관 부처뿐 아니라 통일부(제주)와 문화체육관광부(강원), 환경부(광주·전남), 노동부(경기), 농식품부(전북) 등 연관성이 없거나 얕은 부처의 장관들도 많이 열거됐다.
청와대는 또 △수정안 홍보 리플릿과 브로슈어, 소책자 등을 제작해 충청권에 집중 배포하고 △랭킹 10위 그룹의 카페와 파워블로거를 대상으로 홍보물을 전파하며 △다음 아고라에도 ‘네티즌과의 대화’라는 단체를 등록해 토론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청와대는 방송매체를 통한 홍보 계획과 관련해선 “<한국방송>(KBS) ‘뉴스라인’ 20분 특집 편성(세종시 및 과비벨트 정책 설명-총리실장, 민동필 이사장, 강병주 교수 등)”이라고 기술해, 방송 편성에도 개입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밖에 12일 열린 대통령 주재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등 대통령 홍보 일정을 제시하면서, 13일 또는 15일 대통령 기자회견 개최를 검토하되 이슈 상황에 따라 판단하겠다고 문건에 명기했다. 실제로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표가 초강력 발언을 하고 나서자,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내달로 순연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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