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세종시 토론회' 사전각본 강요 파문
방송국에 오프닝멘트부터 클로징멘트까지 담은 각본 보내
정운찬 총리는 이날 저녁 6시부터 대전MBC 공개홀에서 대전MBC와 대전 KBS, 대전방송(TJB) 등 지역방송 3사와 '세종시 발전방안 대토론회'를 90분간 녹화했고, 방송3사는 이를 밤 11시 15분 90분간 방송했다.
문제는 녹화방송에 앞서 총리실이 오프닝 멘트에서부터 사회자 인사말, 각 토론 주제 및 질문문항, 사회자 클로징 멘트까지 담은 방송진행 시나리오를 방송국에 전달했다는 것.
12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사회자 오프닝멘트는 "오늘 대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발전방안의 주요 내용을 진단하고 국가 미래에도 바람직하고 충청권에도 도움이 되는 방안이 진정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참석자들에게 던질 질문들도 상세히 적시돼 있었다.
한 예로 세종시 수정에 반발해 농성중인 진영은 연기군의회 의장에 대해선 "세종시 문제로 단식과 삭발까지 하셨는데 발전방안을 보시고도 여전히 원안 고수 입장이신가요?"라고 물은 뒤, 이어 정 총리에게 "총리께서 답변해 주시죠"라고 적시했다.
또한 진행자가 던져야 할 질문과 관련해선 "다음 질문 중 몇 개 유도"라고 적시한 뒤, "원안에 비해 크게 달라진 것이 무엇이고, 무엇이 더 나아졌는지?", "원안+알파가 안 되는 이유?", "지난 정부 것도 바꿨는데 이번 것은 그대로 된다는 보장 있나", "투자유치 한 것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있나, 안되면?" 등의 질문을 예로 들었다.
또한 사회자가 토론회를 끝내며 해야 할 클로징 멘트로는 "공은 우리 충청인들에게 넘어왔습니다. 이제 우리 충청인들이 선택할 때입니다. 요란한 정치적, 이념적 구호보다는 과연 우리나라와 충청인의 미래에 바람직한 것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적시했다. 세종시 토론을 정부가 의도한 방향으로 매듭지으려 한 것.

대전 MBC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마이뉴스>의 확인 취재에 대해 "총리실이 방송 시나리오를 오프닝멘트에서부터 클로징멘트까지 완성된 대본을 보내왔다"며 "하지만 조금도 반영한 적 없고 반영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세종시기획단 홍보지원팀 관계자는 "토론회가 기획된 때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기 전이어서 방송사 측으로부터 수정안의 흐름이라도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고 자료를 제시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우리가 제공한 질문 내용대로 하지 않고 모두 변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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