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사생결단 내전'의 끝은? 지는쪽은 '출당'
친이-친박, 극한 불신 속에서 '성역없는 전쟁' 돌입
"귀에 이상이 있는가 보다. 그런 정도 말귀도 못 알아 듣는 분들이 국정을 한다면 문제가 있는 거다."(이정현)
한나라당의 친이직계 정두언 의원과 친박직계 이정현 의원이 1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주고받은 적나라한 원색공방이다. 지난 2007년 경선때 목격됐던 사생결단식 전쟁의 재현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지난 7일 세종시 수정 거부 재천명 후, 한나라당은 지금 '성역없는 비난전'을 전개중이다.
그동안은 서로 상대방의 수장, 즉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 전 대표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삼가해왔다. 서로 '역린'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다. 역린을 건드렸다간 한지붕 아래 공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 발언을 계기로 8일부터 친이직계는 일제히 박 전 대표를 정조준한 원색적 비난을 시작했다. 정태근, 김용태, 전여옥, 전재희, 정두언 등 친이계 공격수들이 거의 총동원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친박직계도 이정현, 이성헌, 구상찬 의원 등도 직접 이명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박근혜 죽이기 배후론'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물론, 2년 전에도 비슷한 사태가 있었다. 4월 총선때 친박계가 공천 학살을 당하자 박 전 대표를 필두로 친박계와 이에 맞서 친이계는 '성역없는 비난전'을 펼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치열한 전쟁이 친박진영 승리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분당'은 애시당초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선거에서 참패한 친이진영은 '여소야대'의 늪에 빠지지 않기 위해 친박진영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고, 박 전 대표 역시 처음부터 '누가 살려 놓은 당인데?'라며 한나라당을 나갈 생각이 도통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는 게 정가 안팎의 중론이다. 물론 지금도 친이, 친박 모두 "분당" 가능성을 적극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2년 전 총선때와는 달리 '정권 중반'이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 가능성을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세종시 전쟁에서 패하면 급속한 레임덕은 불을 보듯 훤하다. 박 전 대표 역시 이번 전쟁에서 지면 차기대선 도전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전망이다.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치킨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쟁은 외형상으론 세종시 문제를 둘러싼 견해차가 동인처럼 보이나, 그 바닥에는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우선 박 전 대표측은 "MB진영이 박근혜를 차기대통령으로 만들 생각이 전무하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런 판단을 뒷받침할 무수한 예를 비공식적으로 들고 있다. 집권초기부터 차마 말로 옮기기 힘들 어려울 정도의 험한 비난이 친이진영 상층부에서 하층부에서까지 박 전 대표에게 퍼부어져 왔다고 친박은 주장한다.
이에 맞서 반대편 친이진영에선 "친박이 정권을 날로 먹으려 한다"는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있다. 정권 초기부터 사사건건 딴지를 걸며 이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는 주장이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자질론까지 거론한다. 박 전 대표 집권시 '정치보복'도 내심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렇듯, 양진영은 극한불신에 기초한 극한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엔 지는 쪽이 정말 치명상을 입을 것이란 게 정가의 지배적 평가다. 지는 쪽은 나가기 싫더라도 거의 '출당' 당할 궁지로 몰릴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 분수령은 세종시 전쟁에 이어 전개될 6.2 지방선거 전쟁의 결과가 될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이 대통령은 세종시 전쟁과 관련, "서두르는 쪽이 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권의 명운을 걸고 '장기전'을 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세종시 여론은 앞으로 한달 후 설날때까지 결정날 것이란 게 청와대 판단이기도 하다. 앞으로 한달간, 여권에선 정말 치열한 권력투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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