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종시에 '33조 투자폭탄' 투하?
靑 "세종시 과학벨트에 17조", "민간투자 10조", 여론몰이 총공세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9일 청와대 정책소식지 <안녕하십니까 청와대입니다>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에 향후 20년간 17조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기초과학, 응용개발, 대학, 첨단산업, 문화·예술·교육 등 글로벌 정주 여건이 어우러진 세계 굴지의 `창조과학도시'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수석은 거점지구 입주 시설에 대해 "핵심 시설로서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첨단산업단지 등이 들어서고 국내외 석학과 탁월한 과학 인재를 초빙, 영입할 수 있도록 교육·문화시설 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조성해 쾌적한 정주 여건을 갖추게 된다"며 "첨단과학과 비즈니스가 융합·공존하도록 세금감면, 교육·의료기반 조성 등 경제자유구역 수준의 혜택이 주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수석은 직접적으로 세종시를 거론하지 않았으나 국무총리 산하 세종시민관합동위원회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세종시를 지정할 것을 최근 정부에 건의한 바 있어, 그의 글은 충청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여론몰이로 풀이된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9일자 <동아일보>에 “세종시에 들어갈 기업들의 투자규모와 고용효과는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라며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2조2천억~2조5천억원을 비롯해 세종시에 입주할 기업들의 총 투자액수가 10조원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과학벨트 17조, 대기업 투자 10조 등 두 가지만 합해도 2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를 하겠다는 것. 여기에다가 이미 세종시 건설에 정부예산 5조7천억원이 투자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며, 투자규모는 32조원을 넘는 셈이다. 이는 세종시 건설예산 22조6천억원보다 10조원이나 많은 액수인 셈. 앞서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기존예산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말이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청와대와 정부가 세종시에 천문학적 투자를 하겠다며 나선 것은 오는 11일 세종시 최종안 발표 뒤 일주일여 간이 '세종시 여론'의 향배를 결정지을 최대 승부처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반적으로 정부정책이 발표가 되면 일반적으로는 7~10일 정도 후 여론이 형성된다"며 "이번에는 한번 더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보여 2월 중순 설 연휴를 거치면 여론이 고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앞으로 한달여 동안 당정청이 여론을 세종시 수정 쪽으로 돌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 것이란 얘기인 셈.
문제는 세종시에 이처럼 당초 예산보다 많은 천문학적 투자를 할 경우 충청 민심은 일부 되돌릴 수 있을지 몰라도 가뜩이나 '세종시 블랙홀' 우려가 큰 타지방들이 가만 있을 것이냐는 점. 아울러 급속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더 증폭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거센 후폭풍이 뒤따를 전망이어서 향후 여론 향배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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