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만성적 저성장 시대' 도래하나
이종우 "금융위기로 공급과잉 더 심화", "과잉부채도 문제"
스타 애널리스트인 이종우 K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6일 '만성적 저성장 시대 도래'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윤 실장과 다른 점은 저성장 시대가 한국 차원이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차원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 것.
이종우 센터장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경제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를 통해 "1995년 이후 선진국 경제의 트랜드는 ‘저물가-고성장’ 이었다. 이른바 ‘신경제’인데 생산성 증가가 트랜드 형성의 원인이었다. 신경제는 IT버블 붕괴로 인해 1차 타격을 받은 후 2007년 금융 위기와 함께 사라졌다"며 신경제의 종언을 선언한 뒤, "2010년에는 신경제를 대신해 ‘저성장-저물가’라는 새로운 트랜드가 형성될지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만일 이런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이런 우려는 1월 3일 미국 아틀란타에서 열린 미국 경제학회 연차 총회에서 이미 제기됐다"며 "이 자리에 모인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고용 사정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은행권 불안으로 향후 10년간 2%를 밑도는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앞서 세계경제계의 큰 관심을 모았던 미국경제학회 소식을 전했다.
그는 저성장의 근원으로 "공급과잉"을 꼽았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세계경제가 상당한 공급 과잉 상태"였던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금융 위기로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 압력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실업률은 ‘8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있고, 설비 가동률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현재 공급 과잉 압력 정도를 보여주는 예"라고 덧붙였다.
그는 "공급 과잉에 의해 저물가가 될 경우 처음에는 경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른바 ‘착한 인플레이션’"이라며 "그러나 ‘착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급 과잉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이는 공산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민간 소비를 압박하는 형태인데 올해 이런 국면이 나타나면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투자는 공급 과잉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크게 늘어날 수 없다"며 "미국을 기준으로 볼 때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동률이 80%를 넘은 후에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당분간 이런 상황이 오기 힘들기 때문"이라며 만성적 투자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장기화를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장기적 저성장을 초래할 또하나의 복병으로 '과도한 부채'를 꼽았다.
그는 "과거 형태를 보면 부채 비율이 피크를 친 후 최소 고점대비 15% 정도 줄어드는 조정이 있었으나 지난 1년 동안은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채 축소가 없었다"며 "이번 조정이 부채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80년대초 이후 상황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부채 조정이 오랜 시간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정부의 기능이 살아있고 새로운 침체를 막으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더블딥이 발생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저성장이라는 트랜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막을 수 없다"며 장기적 저성장이 몰고올 후폭풍을 우려했다.
극심한 투자부진과 이에 따른 실업대란과 내수 침체, 그리고 사상최악의 가계부채 등의 악재가 즐비한 우리 경제 상황을 볼 때, 결코 한귀로 흘려보낼 경고가 아니다.
다음은 이종우 센터장의 글 전문.
경제구조 변화 가능성에 대해
1995년 이후 선진국 경제의 트랜드는 ‘저물가-고성장’ 이었다. 이른바 ‘신경제’인데 생산성 증가가 트랜드 형성의 원인이었다. 신경제는 IT버블 붕괴로 인해 1차 타격을 받은 후 2007년 금융 위기와 함께 사라졌다.
2010년에는 신경제를 대신해 ‘저성장-저물가’라는 새로운 트랜드가 형성될지 여부가 주목 받고 있다. 만일 이런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는 1월 3일 미국 아틀란타에서 열린 미국 경제학회 연차 총회에서 이미 제기됐다. 이 자리에 모인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고용 사정 악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은행권 불안으로 향후 10년간 2%를 밑도는 성장에 그칠 수 있다고 얘기했다.
공급과잉이 저성장-저물가의 원인
작년 하반기에 집중 제기됐던 더블딥은 현실성 없는 가정이다. 정부의 기능이 살아있고 새로운 침체를 막으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있는 한 더블딥이 발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성장이라는 트랜드는 정부의 의지만으로 막을 수 없다.
새로운 트랜드가 형성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잉이다.
이는 현재를 디플레이션 상황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보느냐와 일맥 상통하는 문제인데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무엇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원자재와 자산 가격을 보면 인플레를 걱정해야 한다.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었고 각종 비금속 가격이 상승했으며,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지표들은 인플레가 현실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같은 모양이 만들어진 것은 금융위기 이전에 이미 세계 경제가 상당한 공급 과잉 상태에 있었기 때문이다. 신경제 때에도 물가는 낮은 수준이었는데 이는 지금 경제 구조가 필요한 수요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공급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 위기로 수요가 줄어든 만큼 공급 압력이 더 커졌다. 미국의 실업률은 ‘8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에 있고, 설비 가동률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이 현재 공급 과잉 압력 정도를 보여주는 예로 생각된다.
공급 과잉에 의해 저물가가 될 경우 처음에는 경제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 이른바 ‘착한 인플레이션’ 상황이기 때문인데 이 시기에는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물가가 오르지 않아 정부가 자유롭게 금융 정책을 펴고 자산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09년 금융 정책은 이런 구조하에서 짜여졌다.
그러나 ‘착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공급 과잉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다. 이는 공산품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민간 소비를 압박하는 형태인데 올해 이런 국면이 나타나면 성장률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 위기 이후 1년간 공급 과잉 압력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았다. 일부 재고조정이 있었지만 이는 과잉 구조는 그대로 둔 채 가동율을 조정하는 형태였을 뿐 근본적인 개선은 아니었다.
장기적인 부채 조정 과정도 부담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민간으로 경제 운용 주체 변경이 필수적이며 소비와 투자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2009년에 선진국의 부채 조정이 진행돼야 했지만 경기가 나빠 부채 조정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어정쩡한 상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어 올해는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형태를 보면 부채 비율이 피크를 친 후 최소 고점대비 15% 정도 줄어드는 조정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은 금융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채 축소가 없었다. 이번 조정이 부채가 구조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 80년대초 이후 상황을 전체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임을 고려하면 부채 조정이 오랜 시간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는 공급 과잉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 한 크게 늘어날 수 없다. 미국을 기준으로 볼 때 투자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동률이 80%를 넘은 후에도 한동안 시간이 지나야 하는데 당분간 이런 상황이 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성장-저물가가 만들어질 경우 정부가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고, 개선시키려는 의지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경제를 보는 눈과 정부가 시장을 보는 눈은 다르다. 정부는 수준이 낮더라도 경제가 확장하고 있으면 되지만 시장은 확장 정도가 점점 높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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