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백, "세종시 땅값은 거의 공짜"
재계와 협상에서 완전패, '세종시 블랙홀' 갈등 재연 우려
정부가 5일 세종시 입주 대기업에게 땅을 3.3㎡(평)당 36만~40만원에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가 <문화일보>에 했다는 말이다.
'거의 공짜'가 맞다. 세종시 조성원가인 평당 227만원의 6분의 1도 안되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타 지역의 공단 땅값 등과 비교해도 그렇다.
한 예로 대구의 <매일신문>의 구랍 14일자 기사에 따르면, 대구테크노폴리스와 성서5차산업단지 분양가는 각각 평당 72만원과 133만원이고, 첨단의료복합단지가 들어설 대구경북의 신서혁신도시 조성원가는 256만원이다. 또한 <강원도민일보>에 따르면 원주 기업도시의 땅값은 60만∼70만원선이고, <부산일보> 등에 따르면 부산 일대 공단은 평당 200만원 전후다.
정부가 발표한 가격은 재계가 요구했던 금액, 그대로다.
앞서 전경련은 지난해말 주요기업 82개사를 대상으로 세종시 입주 의사를 물은 결과 24개 기업이 입주의사가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경련은 또 공장을 지을 산업용지 분양가는 "평당 40만원 미만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47.6%, 사옥이나 아파트 등을 지을 업무용지는 "47.6%가 50만원 미만을 원했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헐값 특혜' 논란이 일자 전경련은 "남는 게 있어야 하지 않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해말 파격적 세종시 땅값이 알려지면서 타지방들이 '세종시 블랙홀' 우려를 제기하며 강력 반발하자 "세종시만의 특혜는 없다"며 긴급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결국 기업들과의 줄다리기에서 결국 정부의 패배로 결론났다.
재계는 땅값 특혜만 얻어낸 게 아니다. 정부는 입주기업에게 아파트와 상가, 학교, 병원 등 '생활필수시설' 개발권도 넘겨주겠다고 했다. 아파트 분양 등을 통해서도 막대한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다는 의미다.
애시당초 정부가 '루저'가 될 운명이었다. 협상학의 ABC중 하나가 "급한 쪽이 진다"이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오는 1월11일까지 세종시 최종안을 발표해야 하는 정부가 '급한 쪽'이다. 특히 정권이 이 문제를 레임덕과 연관짓고 있으니 더욱 그러하다. 그러다보니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인 재계가 이길 수밖에 없는 협상이었고 게임이었다.
정부는 이같은 땅값 특혜 논란에 대해 "공급하는 땅값이 비록 싸더라도 기업이 들어와 제대로 작동돼 일자리와 국부를 창출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업이 일정 기간뒤 땅을 되팔고 '먹튀'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일정 기간내에 개발에 착수하지 않거나 주목적 용지를 전매할 경우 환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정부 발표로 한동안 수면 밑에 가라앉았던 '세종시 블랙홀' 논란은 다시 폭발할 게 분명하다. "30만~40만원대 세종시 땅값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누차 경고했던 타지방들이 가만 있을 리 만무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뜩이나 공단 과잉공급으로 미분양률이 40~50%에 달하는 상황에서 '매머드 산업 세종시' 출현으로 타지방의 공단 미분양 사태는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정부가 공단에 들어갈 기업·산업을 키울 생각을 하지 않고, 공단에 기업을 집어넣을 생각만 한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정부의 '세종시 최종안'은 이제 나왔다. 남은 것은 어느 기업, 대학이 들어갈 것인가뿐이다. 이 또한 이미 거의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걱정은 앞으로다. 또 한차례 국론을 분열시키는 어지러운 논란이 신년 벽두부터 전국을 휩쓸지 않을까, 벌써부터 우려될 뿐이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