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적 기업사냥꾼' 박삼구 금호의 몰락
월가 '투기 금융자본주의' 몰락의 한국판, 제2, 제3의 금호 우려
한마디로 말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6개 주력계열사 가운데 대우건설,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3개는 내놓고,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과 대한통운, 항공사 등 3개는 계속 갖기로 채권단과 합의했다는 의미다.
채권단은 당초 금호아시아나 지주회사인 금호석유화학도 워크아웃에 집어넣기를 원했으나, 박삼구 명예회장 등 오너의 강한 반발로 워크아웃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금호 오너들은 외형상 일단 그룹의 반이라도 건지는 데 성공한 셈이다.
그러나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잇달아 손에 넣는 기업사냥을 통해 순식간에 자산규모를 26조원, 계열사 52개사를 거느린 재계 8위 그룹으로 키웠던 박삼구 명예회장의 도박은 결국 처참한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일각에선 금호 오너의 실패를 "승자의 저주" 같은 고상한 용어로 표현하나, 적나라하게 말하면 "무능과 탐욕"의 결과다. 더 나아가 이번 사태는 단순히 '박삼구'라는 오너만의 실패가 아니라, 2006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에 '풋백옵션' 매각을 용인했던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합작품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는 2006년 대우건설 인수때 6조4천억원이란 높은 가격을 써내 인수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 금호가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는 돈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대신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3년 뒤 대우건설 주가가 3만1천500원이 안되면 차액을 모두 보전해주겠다는 풋백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풋백옵션은 더없이 투기적인 방식. 주가의 앞날은 신도 모르는 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이나 채권단도 군소리 안 하고 이 조건을 덥석 받아들였다. 3년 뒤 어떻게 되든 손해 볼 게 없다는 안이한 판단을 했던 것.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안이한 판단은 결국 부메랑이 돼 그 피해가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금호 부실은 곧바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에게 전가되고 결국 국민과 은행주 보유주들에게 부담으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재계 서열 8위라는 덩치를 믿고 금호 주식을 산 투자자들의 피해는 말도 못할 지경이다. 한 예로 금호산업의 경우 주가가 2007년 고점 대비 10분의 1로 폭락한 상태이며, 앞으로도 대규모 감자 등으로 추가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말해 거의 휴지 수준으로 전락한 셈이다.
금호측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같은 글로벌 위기가 발발할 줄 어찌 알았겠냐"며 항변하나, 다른 대기업들이 모두 멀쩡하게 버티고 있는 현상황에서 금호의 항변은 궁색한 변명일 따름이다.
금호 오너가 한국경제에 끼친 폐해는 이뿐이 아니다.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 금호에게 넘어갈 때만 해도 알토란같던 기업들도 이미 내부적으로 골병이 크게 든 상태다.
대우건설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된 후 핵심자산을 대거 매각한 상태다. 지난 2007년에 서울역전 앞의 대우센터빌딩을 9천600억원에 모건스탠리에 매각했고 사업성이 양호한 택지와 부동산 등 알짜 자산도 상당수 팔아치웠다.
대한통운은 올해 유상감자로 1조5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계열사에 지원했고, 금호렌터카, 금호터미널, 금호리조트 등 계열사 자산을 차례로 매입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재계 일각에선 "대한통운은 이제 껍데기만 남은 상태"라는 평가까지 나돌 정도다.
박삼구 금호 명예회장은 투기적 기업사냥을 통해 금호그룹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을 뿐 아니라,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같은 대형 우량기업들까지 부실화시킨 셈이다.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다.
박삼구 명예회장은 회장 재직시절에 투기적 기업사냥에 반대하던 박찬구 회장 등을 축출하는 '형제의 난'까지 불사하며 전횡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주위에선 모두가 "M&A 귀재" 같은 용비어천가로 떠받들기에 급급했다. 이를 견제해야 할 언론, 금융당국 등도 마찬가지였다.
금호의 몰락은 얼마 전 우리가 월가에서 몰락을 목격했던 '투기 금융자본주의'의 '한국판'인 셈이다. 아울러 아무도 이 사태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모습까지도 너무나 똑같다.
더 큰 문제는 금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재계에는 '탐욕적 기업사냥'의 유혹에 빠져든 오너들이 적잖이 목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차입자금에 의존해 자기보다 덩치가 큰 하이닉스를 인수하려다가 시장의 혹독한 심판에 백기를 든 효성 등이 그런 대표적 방증이다. 앞으로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등을 명분으로 대형 매물을 쏟아낼 때 제2, 제3의 금호가 나오지 않을지 걱정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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