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예산 날치기...알고보니 '여야 공범'
국회 국토위 '은근슬쩍' 선심성 예산 3조4천여억 증액
하지만 막상 '날치기' 현장은 여느 날치기 현장과 달랐다. 약간의 고성이 터져나왔을뿐, 통과를 막으려는 그 어떤 '액션'도 없었다. 통과후에도 '평화'는 유지됐다. 단지 통과 하루 뒤인 9일 한나라당을 비난하는 민주당의 성명만 쏟아져 나왔을뿐이다.
이유는 곧 드러났다. 이날 국토해양위에서는 4대강 예상뿐 아니라, 여야 의원들이 증액한 지역구 선심성 예산 3조4천여억원도 끼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8일 회의때 이병석 위원장은 "(4대강 예산이 그대로 예결위로) 넘어가 버리면 의원님들이 추가로 증액하거나 신규비목으로 설정해서 추가한 3조4천660억원 예산안 그것도 예결특위에 올라가지 못한다"고 야당 의원들에게 경고했다. 4대강 예산은 국회의장이 심사기일을 정한 까닭에 국토위에서 처리되지 않으면 정부안 그대로 예결위로 넘어가게 되는 반면, 국토위 소속 의원들이 증액한 지역구 예산은 '없던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엄포가 그대로 약발을 발휘한 셈이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대부분 지역구 예산을 무더기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100억원 이상 늘린 의원만 15명에 달했다.
증액 랭킹 1위는 포항이 지역구인 이병석 위원장이었다. 울산-포항 복선전철, 포함-삼척 철도건설 등에 무려 2천774억원을 늘렸다. 지역구가 같은 이명박 대통령 형 이상득 의원의 관할인 울릉도 일주도로 건설 예산 50억원도 함께 끼어넣었다.
랭킹 2위는 민주당 중진 김성곤 의원으로, 지역구인 여수 국가산단진입도로 공사 등에 1천530억원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3위는 '정몽준계'인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으로, 성남-장호원 간선도로 2차 건설 등으로 1천260억원을 늘렸다. 4위는 한나라당 박상은 의원 1천150억원, 5위는 한나라당 간사인 허천 의원 908억원, 6위는 민주당 이시종 의원 510억원, 7위는 친박계인 유정복 한나라당 의원 468억원, 8위는 강창일 민주당 의원 380억원, 9위는 송광호 한나라당 의원 361억원, 10위는 윤영 한나라당 의원 340억원 등, 랭킹 10위까지만 살펴 봐도 여야가 고루 포함돼 있다.
이같은 야합적 실태가 드러나면서 비난여론이 일자,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9일 "국토해양위에서 증액한 예산은 모두 예결특위에서 삭감하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과연 포항예산 등을 전액 삭감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민주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의원 지역구인 포항예산이 가장 많이 늘어났다. 대한민국이 포항민국이냐"며 포커스를 '형님예산'에 맞추려 애썼다.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견제론'이 끊임없이 분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민주당 지지율이 계속 바닥을 헤매는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래서, 일각에서 "국토해양위에선 지역구 의원들을 모두 배제하고 비례대표들만 뽑아야 한다"는 힐난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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