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대 권력형비리 의혹' 수사 본격화
골프장게이트, 한상률게이트, 대한통운 의혹..."사정정국이 도래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하는 긴장감 어린 말이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지난달 26일 취임 100일을 맞아 소집한 부장급 이상 간부회의에서 "앞으로 권력과 여야의 눈치를 보지않고 사정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본지 11월27일자 <김준규 검찰총장 "사정수사 본격화하겠다"> 단독보도)
김 총장 언급은 '골프장게이트', '한상률 의혹', '대한통운 의혹' 등 세칭 '3대 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정가는 여야가 연루된 의혹을 사고 있는 이들 건에 대한 본격수사 착수 지시로 받아들여졌다.
그 후 검찰의 행보는 눈에 띄게 빨라졌다.
우선 '골프장게이트'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1일 이재오계 핵심인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이 운영하는 여의도의 국가위기관리포럼 사무실과 충남 당진에 있는 모 전기자동차 업체, 이 업체의 서초동 지사 등 5~6곳에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공 의원이 거액을 수뢰했다는 혐의를 받고 공 의원을 곧 소환할 예정이란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공 의원이 "나는 박근혜처럼 정치테러를 당하고 있다"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은 또 다른 한나라당 H의원의 보좌관에 대해서도 2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H의원 역시 골프장게이트와 관련해 여의도에 실명이 나돌아온 수도권 친이계 의원이다. 이 영장은 기각됐으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혐의 소명자료를 추가,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한상률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한상률 전 청장이 로비를 위해 `학동마을' 그림을 직접 구입했다는 진술을 국세청 장모씨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한 전 청장은 그동안 그림로비 의혹에 대해 "그림을 본 적도 없다"며 강력 부인해왔다.
이처럼 한 전 청장의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미국에 도피중인 그에 대한 강제구인이 불가피해진 양상이다. 특히 '안원구 폭로'로 세간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어, 언제까지 한상률 국내소환을 미룰 수는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대한통운 의혹'과 관련해선,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2일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될 수 있도록 로비를 해주겠다며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모 경제지의 곽모 대표이사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동시에, 곽 대표를 긴급체포했다.
검찰은 앞서 곽영욱 전 사장에게서 참여정부 거물급 정치인인 J 씨와 K 씨, H 씨에게 인사청탁 명목의 돈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곽영욱 전 사장과 체포된 곽모 대표, 그리고 곽 전 사장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J 씨와 K 씨는 모두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이렇듯 이달 들어 검찰은 '3대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사정의 칼을 빼어 들었다. 여야가 바짝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 3대 의혹 가운데 앞의 2건은 연루의혹을 사고 있는 인사들이 현정권 실세들이라는 점에서, 뒤의 1건은 구정권 실세들이며 현재도 정치일선에서 움직이고 있는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하나같이 메가톤급 폭발력을 가진 사안들이다.
야권은 아직 공식적 반응을 삼가고 있으나, 물밑에선 "물타기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골프장게이트', '한상률게이트', '효성게이트' 등 MB정권의 권력형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자, '대한통운 의혹' 수사를 병행해 MB정권에 대한 비난 여론을 희석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다. 또한 검찰이 성역없는 수사를 천명하고 있으나, 과연 살아있는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 있겠냐는 의문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앞으로 권력과 여야의 눈치를 보지않고 사정수사를 본격화하겠다"고 한 김준규 검찰총장이 얼마나 소신껏 수사를 진두지휘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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