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이 24일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 홍혜경 가인갤러리대표의 잇단 폭로로 '그림로비' 의혹 차원을 넘어서 '게이트' 차원으로까지 급속 발전하는 조짐을 보이는 최근의 사태에 대해 내린 규정이다. '정권실세에의 10억 상납 의혹', '청와대 최고위인사의 안 국장 사퇴' 압력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폭발력을 예고하는 폭로들이기 때문이다.
파괴력을 감지한 야권은 이미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실체를 파헤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며, 정가 일각에선 향후정국의 최대 핵폭탄이 될 것이란 전망까지 벌써 나오고 있다.
<학동마을> 파동
이번 의혹의 키를 쥐고 있는 홍혜경 대표는 지난 22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자신들이 압수수색한 게 전부인 줄 알지만, 우리는 1년여를 협박받아 오면서 그렇게 허술하게 대비하지 않았다”며 "그동안 괘씸죄에 걸릴까봐 이야기를 못했지만, 앞으로 재판 등 필요한 때가 오면 돈을 전달하려던 대상이 누구인지 등 따로 보관해둔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4일, 통화녹취록이 전격 공개됐다. 말 그대로 '상당한 대비'를 해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간의 관심은 당연히 홍 대표가 더 갖고 있을 또 다른 '내용물'로 쏠리고 있다. 홍 대표가 갖고 있는 카드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선 지난 몇 년간의 사건 전개상황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2007년 11월6일,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이 승진인사 대가로 부하직원들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직전인 까닭에 고심을 하다가 그해 11월14일 한상률 국세청차장을 후임 국세청장에 임명했다. 당시 대선 승리가 유력시되던 이명박 후보캠프는 불만이 컸다. 정권교체 직전에 '빅4'중 하나인 국세청장을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쩐 사유에서였는지, 정해진 임기가 없어 교체해도 무관한 한상률 청장은 정권교체 이후에도 그대로 유임됐다. 한 청장의 놀라운 생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누구도 예기치 못한 사건이 터졌다. 구속중이던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이 1월12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2007년 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 부부와 시내 모처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폭로한 것. 이른바 <학동마을> 그림파동의 시작이다.
이때 주목할 대목은 최근 폭로를 주도하고 있는 홍혜경 가인갤러리 대표가 전 전 청장 부인 폭로에 대해 "평소 알고 지내던 전군표 전 청장 부인인 이 모씨가 작년 10월께 이 그림을 들고 와 돈이 필요하니 되도록이면 빨리 팔아 달라고 부탁했다"며 "전 전 청장 부인은 나에게 `이 그림은 한상률 현 국세청장이 차장 재직 시절에 준 선물`이라는 말을 했다"고 폭로가 사실임을 뒷받침해줬다는 점이다.
한 청장은 당연히 혐의를 강력부인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 내사결과 "사실"로 밝혀졌다고 청와대가 비리의혹을 시인했다.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을 한 것은 <시사저널>이 2008년말 한 청장이 경주로 내려가 이 대통령 형 이상득 의원과 가까운 포항 유력인사들과 골프를 친 사실을 보도했기 때문. 불똥이 자칫 이상한 방향으로 번지려 하자, 청와대가 즉각 진화에 나선 모양새였다.
한 청장은 이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사의를 표명할 생각이 없다고 반발했으나 결국 1월16일 사의를 표명했고, 박연차 사건이 터지기 며칠 전인 지난 3월 외국으로 도피성 장기외유에 나섰다.
홍혜경 대표가 운영하는 가인갤러리. 홍 대표 입에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률 해외도피후 盧 수사 본격화
한 청장이 해외로 빠져나간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박연차 수사가 본격 시작됐다. 당시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조선일보>가 보도하고 한나라당이 받아 공세를 펴기 시작한 '노 전 대통령 의혹'에 다름아닌 한 청장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3월25일 여권과 검찰 관계자 말을 빌어 "작년 11월초 한상률 당시 국세청장이 박연차 회장 소유의 태광실업, 정산개발 등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를 민정수석실을 건너뛰고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국세청 보고서는 모두 5개 항목으로 작성됐고, 거기에는 박 회장이 관리하던 출처 불명 비자금의 존재, 박 회장이 로비를 펼친 것으로 의심되는 정·관계 인물들의 명단, 박 회장 기업들의 탈세 내역과 규모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더 나아가 "특히 박 회장이 빼돌린 수백억원 가운데 '괴자금' 50억원의 실소유주가 노무현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언급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은 국세청이 결론을 유보한 이 '괴자금'의 실소유주가 노 전 대통령인지에 대해 집중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안상수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수뇌부는 이 보도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필요성을 역설하기 시작했고, 그 후 결국 얼마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서거로 이어졌다.
'국세청 그림 5점설'
<학동마을> 파동이 한창이던 지난 1월, 세간에는 전군표 청장에게 건네진 <학동마을>외 4점의 그림이 더 국세청에 전달됐다는 '그림 5점설'이 나돌아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에 사정당국이 진위 파악에 나섰다는 보도까지 있었으나 그후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당시 정가에는 "그림 4점 중 3점이 실세 모씨에게 건네졌다더라"는 등 각종 카더라통신이 나돌아, 이름이 거명된 당사자를 펄쩍 뛰게 하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남편이 구속되자 잇단 폭로를 하고 있는 홍혜경 대표가 바로 문제의 <학동마을>의 매매를 중개했던 화랑 대표라는 점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그림 5점설'이 사실일 경우 홍 대표가 '결정적 키'를 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림이 정치자금 창구가 되고 있다는 의혹은 지난해 4월 총선 등을 전후해 여러 차례 제기됐었다. 그러다가 한상률 사건을 계기로 이 의혹이 사실임이 확인됐다. 그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홍 대표가 과연 앞으로 어떤 매가톤급 폭로를 할지, 정가를 비롯한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판도라 상자, 일파만파의 파문... 너무 상투적입니다. 문제제기와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후속보도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와 대안제시 그래야 조선보다 깊고 나은 언론으로 갈수 있습니다. 뷰스에 한계겠지만 편집장님도 고민해주시고요. 좌나 우나 꼴똥들에 질려서 한마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