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민투표론' 급부상..."모험주의적 발상"
조갑제-공성진에 이어 김진홍 등도 주장, "너무나 위험한 도박"
김진홍 뉴라이트전국연합 고문 등 보수인사 2천여명은 3일 세종시로의 정부기관 이전에 반대하는 ‘수도권 분할반대 국민회의’ 출범식에서 “이 일은 정치권에 의해 포퓰리즘적으로 결정돼서는 안되고 반드시 충분한 국민적 토론이 선행돼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국민의 뜻에 따른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세종시 국민투표'를 주장했다.
'세종시 국민투표'론을 가장 먼저 제기한 인사는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다. 이어 친이계인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차명진 의원 등이 잇따라 같은 주장을 폈다.
이들 개인의 아이디어 차원에서 나온 '세종시 국민투표론'은 김진홍 목사를 비롯한 친이명박 성향의 보수인사 2천여명이 대거 같은 주장을 펴면서 큰 무게가 실리게 됐다. 특히 김진홍 목사는 누구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에서 국민투표론이 이 대통령의 '복심'을 반영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이들의 '세종시 국민투표론'에 대해 민주당은 3일 즉각 "국민투표를 할 대상은 세종시가 아니라 4대강 사업"이라는 '4대강 국민투표론'으로 맞불을 놓고 나왔다. 국민투표를 하려면 국민 다수가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반격인 동시에, 만에 하나 정부여당이 '세종시 국민투표론'을 실제로 밀어붙인다면 '정권 심판 선거'로 몰아가겠다는 강력 경고를 하고 나선 셈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범친박계로 분류되는 김성조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역시 "세종시 문제는 국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라고 일축하고 있다. 친이계가 말로만 엄포를 놓고 있을뿐, 실제로 이를 실행에 옮길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이렇듯 현재 분위기로선 '세종시 국민투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는 게 중론이다. 특히 여권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많다. 너무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세종시가 과연 국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인지 자체가 의문이며, 더 큰 문제는 만에 하나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이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띄는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국민투표에서 만약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국민투표에서 세종시 수정이 부결되더라도 이 대통령이 물러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정치적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은 곧바로 임기 중반에 끝없는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다른 한나라당 의원도 "세종시 국민투표 주장은 너무 모험주의적 발상"이라며 "만약 이 대통령이 근자의 높은 지지율에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이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말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지금 정치생명을 걸고 세종시 원안 고수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태"라며 "이런 마당에 선거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중 한쪽이 치명상을 입게 될 세종시 문제를 국민투표에 붙인다면, 현재의 이 대통령 지지율에 포함돼 있는 박 전 대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하면서 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투표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모험주의는 좌든 우든, 어느 쪽에나 늘 있어 왔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볼 때 모험주의가 득세한 시대는 극도로 사회정치적 불안정이 높거나, 집권세력이 내심 정상적 통치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을 때였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일부 보수진영에서이기는 하나 '세종시 국민투표' 주장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사회정치적 불안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얘기도 된다.
대단히 모험주의적인 '세종시 국민투표론'의 향배가 과연 어떻게 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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