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아들 나가니 힘드시죠?", 권양숙 "절실히 느껴"
권 여사, 건호에게 "어려움은 나 혼자 이겨내겠다"
이광재 의원은 이날 밤 노 전 대통령 공식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글을 통해 "봉하마을에 도착한 이희호 여사님은 마중 나온 권양숙 여사님과 악수를 나눈 뒤 포옹을 합니다. 손을 잡고 노 대통령님 묘역으로 걸어가 함께 헌화, 분향을 합니다. 고개를 숙인 채 긴 묵상을 하던 이희호 여사님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립니다"라며 "묘역 주변, 부엉이 바위, 사저 등을 둘러보면서도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칩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이 모두 숙연해집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희호 여사님은 묘역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라며 "전직 국가원수의 묘역이라기엔 너무 황량한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셨던 게지요"라고 전했다.
권양숙 여사님은 이에 이 여사에게 “묘역을 제대로 정비한 다음에 모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민망해 했고, 이 여사는 “묘역 조성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희호 여사는 또 권 여사에게 “아드님이 외국 나가서 힘드시죠?”라고 말했고, 권 여사는 이어 “직장에 복귀하라고 제가 강하게 주장했지만 그래도 아들이 없으니 혼자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고 고독한 심경을 밝혔다고 이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건호씨가 계속 한국에 남아 있으려 할 때 권 여사님께서 '젊을 때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어려움은 내가 혼자 이겨 내겠다'라면서 건호씨 등을 떠미는 것을 보고는 ‘어머니는 위대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며 건호씨가 LG전자 미국법인으로 복귀할 때 상황은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그 마음을 이희호 여사님이 헤아려 걱정을 하신 것이지요. 두 분의 대화에선 진심 어린 걱정과 연민이 그득 배어 있습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두 분은 1시간가량 오찬을 하고 사저 앞에 있는 생가를 둘러봤습니다"라며 "생가를 관람하던 이희호 여사님은 기념품 매장에 들러 손주들에게 선물하신다며 대통령님 캐릭터 상품을 직접 구입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짧은 만남을 끝으로 이희호 여사님은 봉하마을을 떠나셨습니다. 반가운 만남 뒤의 이별은 그 허전함이 더 큰 법입니다"라며 "이제 가을이 끝나가고 겨울이 오는 빈들에 권 여사님 혼자 계실 생각을 하니 더 힘드시겠구나, 더 많은 상념의 시간을 보내시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고향 강원도를 볼 때 산이 봄, 여름, 가을은 괜찮은데 잎이 떨어진 겨울은 참 쓸쓸합니다. 차라리 눈이라도 쌓여 있으면 괜찮은데, 이곳은 눈도 잘 오지 않으니 이리저리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권 여사님께 힘내시란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는 안타까운 심경 토로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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