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감시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송호근 교수 개탄 "시민들 마음, 정권 거부감으로 확산될 것"
송호근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에 기고한 칼럼 <감시견 길들이기>를 통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부패와의 전쟁' 선언을 거론한 뒤 "국가가 날을 세우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기강을 바로잡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런데, 날 선 권력의 다른 한쪽에 ‘김제동 전격 교체’ ‘손석희 하차’ 같은 장면이 어른거린다. 정권의 행보에 자신감이 실릴수록 괘씸죄에 걸려 보따리를 싸는 스타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정부의 언론통제를 탄식했다.
송 교수는 이어 "KBS, MBC 길들이기는 정권교체에 따른 통과의례라고 치부하면 그만이다. 희망제작소 박원순 변호사가 눈물을 흘린 것은 정권의 풍향에 민감한 기업들이 발 빠르게 조치한 때문이고, 시민단체의 사령부인 참여연대가 위축된 것도 화려했던 시절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라며 시민단체 압박까지 거론한 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지난 정권의 ‘이념청소’가 슬슬 재현되고 있는 듯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그 많던 감시견들도 보무당당한 권력 앞에서 꼬리를 내린 것인지"라고 개탄했다.
그는 특히 "주요 언론들마저 민감한 사안에는 몸을 사리는 게 요즘의 분위기"라며 "지난 정권에서는 사사건건 덤벼들었던 그 치열한 검열정신을 무엇에 쓰려고 저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보수 메이저언론들을 강도높게 질타했다. 그는 "그 사이, 국가권력이 성큼성큼 다가와 자신들을 굽어본다는 환상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사찰기관들이 이단아(異端兒)들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그 물증 없는 의구심이 세간에 안개처럼 슬슬 퍼지고 있는 것"이라며 "아, 감시견(監視犬)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라며 언론의 감시기능 쇠퇴를 거듭 탄식했다.
그는 이어 화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려 "권익위가 이재오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공중부양을 하는 사이, 인권위는 몰락한 잔반 신세가 되었다"며 "인권문제가 개혁의제에서 제외되었던 인수위 시절에 예상 못한 바 아니지만, 인권 근처에 가본 적이 없고 평생 권력기관과 각을 세운 적이 없는 인물이 수장에 임명되자 공들여 짠 인권의 사회적 신경망이 마비될 운명에 처했다"며 인권위 축소를 질타했다.
그는 더 나아가 "신임위원장은 의기에 바람을 빼고, 행안부발(發) 조직축소 지시를 다소곳이 받들고, 정부와의 불편한 의제를 유보하고, 조금 나대는 전문가들을 내쳤다. 더 나아가 70개 인권선진국 회의체인 국제조정위원회 의장국 선임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며 "대통령이 눈뜬 그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 청와대가 귀국 비행기에서 만세삼창을 외치는 동안에 말이다"라며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람들을 내치는 좌파정치에 등을 돌렸던 민심은 ‘끌어안는 보수정권’을 기대한다"며 "인권은 포용정치의 길잡이이자 좌우를 묶는 통합정치의 이정표다. 인권위 정도의 쓸 만한 감시견을 못 견딘다면, 시민들의 마음에 권력공포증 같은 그 물증 없는 의구심이 터를 잡고 급기야 정권 거부감으로 확산되는 데에는 그다지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강도 높은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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