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의 오만, "내 돈으로 아방궁 짓든말든"
도곡1동에 '855억짜리 호화판 주민센터', 공동체의식 파괴
강남구청 "우리 주민이 낸 돈으로 호화센터 짓든 말든"
서울 강남구는 19일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옛 부지(2812㎡)에 지하 5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4443㎡ 규모의 '도곡1동 주민센터'를 짓는다고 밝혔다.
주민센터는 공사비 573억원, 설계비 24억원, 감리비 23억원 등 강남구 예산 623억3천1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부지 구입비(232억원)까지 포함하면 전체 공사비가 855억원에 달한다.
도곡1동 주민 수가 2만1천명을 감안하면, 1인당 407만원의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가는 셈이다.
여기에는 600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 실내 골프연습장, 헬스장 등을 갖출 예정이며, 센터 내에 들어설 뮤지컬 극장의 설계를 위해 영국, 덴마크, 독일의 뮤지컬 극장 10여곳을 방문해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강남구는 도곡1동 주민센터의 설계를 11월까지 마무리하고 12월 착공해 2011년 12월 준공한 뒤 2012년 3월 개관할 예정이다.
강남구는 초호화판 주민센터를 짓는 데 따른 위화감 논란과 관련, "강남구는 땅값이 비싸 보통 주민센터 한 곳을 짓는데도 500억여원 정도 든다"면서 “주민 이용도가 높은 주민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지역발전에 투자하는 것"이라며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지역 내 주민들이 낸 돈으로 지역민들이 이용할 전용시설을 짓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 결정은 최근 상류층은 아파트값, 주식값 급등 등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반면 다수 국민은 전세값 폭등 등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가뜩이나 계층 간 양극화와 위화감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조치여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논란을 더욱 뜨겁게 할 전망이다.
라이시 "상류층은 더이상 서민-중산층과 동맹 원치 않아"
문제는 강남구에서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 신자유주의가 지구촌을 휩쓸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는 점이다.
클린턴 미 정부 때 초대 노동부장관을 지냈으며 지금도 <뉴욕타임스>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5인 중 1인으로 꼽은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대 교수는 일찌감치 <국가의 일>이란 저서에서 더이상 상류층과 중산-서민과는 '공동운명체'가 아님을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미국의 상위 20% 계층은 더이상 하위 80%와 '경제적 공동운명체'라는 허구적 동맹에 머무르려 하지 않고 있다. 이 동맹에서 탈퇴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들이 창조하고자 하는 공동체는 자신과 비슷한 소득을 올리는 시민들로만 구성된 공동체다."
"이들은 이미 대중들로부터 조용히 떨어져 나가 자신들만의 동질적 소수집단을 형성해가고 있다. 한 예로 이들은 자신의 돈을 모든 대중이 공유하는 공적 공간에 투자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이 공유하는 사적 공간에 투자하고 있다. 공원이나 운동장이 황폐해 가는 반면, 개인 헬스클럽, 골프클럽, 테니스클럽, 스케이트클럽 및 여타 레크레이션 조직이 날로 번창하고 콘도미니엄이나 빌리지촌 같은 거주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체제도 크게 양극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대도시들은 두 가지 학교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최고시설의 사립학교는 상위층 자녀들을 위한 것이고, 공립학교는 나머지 하위층 자녀들을 위한 것이다."
"상류층의 기부도 빈곤한 시민들을 위한 더 좋은 학교, 공동체 헬스클럽, 휴식시설로 들어오지 않고 대부분이 박물관이나 오페라하우스, 극장, 심포니 오케스트라, 발레, 개인병원, 명문대학처럼 부자들이 즐기고 치료받고 교육받는 곳으로 들어간다."
본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개념 자체가 중세 봉건귀족의 도덕률이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강남구청이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이같은 형식적 도덕률조차 더이상 개의치 않겠다는 셈이어서, 한국사회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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