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신문들도 '김제동 축출' 질타
<조선> "김제동 복귀시켜라", <중앙> "애들도 퇴출이유 알아"
<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을 통해 "KBS가 2TV 오락프로그램 '스타 골든벨' MC인 개그맨 김제동씨를 지난 9일 전격 교체한 것은 아무리 봐도 개운치가 않다"며 "KBS는 오락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MC를 바꾸면서 마지막 녹화 사흘 전에야 느닷없이 교체를 통보했다. KBS는 김씨가 이 프로그램을 4년 동안 맡아와 분위기 변화를 위해 김씨를 교체해야 했다지만 KBS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 진행한 MC도 많았다"고 KBS의 해명을 꼬집었다. 사설은 또 "시청률도 교체에 별 관계가 있을 성싶지 않다"며 "'스타 골든벨'의 시청률은 11~12%로 토요일 같은 시간대 1~2위를 꾸준히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사설은 "김씨는 지난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때 서울시청 앞 노제의 사회를 봤고 지난주 노무현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에도 자원봉사자로 참석했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 시청자라면 누구나 김씨의 교체가 정규 프로그램 개편에 따른 정상적 교체라는 사실에 선뜻 수긍할 수 없게 돼 있다"며 "그러니 '정치적 배경은 없다'는 KBS 사장 주장이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 것"이라며 이병순 KBS사장을 힐난했다.
사설은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 개그맨 심현섭씨는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방송에 아예 출연도 못했었다. 심씨를 밉보는 노무현 정권과 그런 정권의 눈치를 보는 TV가 합작했던 것"이라며 "개그맨 김제동씨의 도중하차가 그때처럼 정권과 TV가 손을 맞잡은 결과라면 그야말로 허무개그 같은 일이다. KBS는 김제동씨에게 다시 마이크를 돌려줘야 한다"며 즉각적 프로그램 컴백을 촉구했다.
<중앙일보>의 이훈범 논설위원도 이날자 칼럼 '그들도 말하게 하라'를 통해 충신들의 고언을 외면했다가 나라를 잃은 괵나라, 우나라 왕의 고사를 거론한 뒤 "한 개그맨이 4년간 맡아왔던 프로그램에서 급작스레 하차한다는 소식에 이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 단지 걱정을 사서 하는 할머니 마음 탓만은 아닐 터"라며 "앞서 인기 가수 누구도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음악 프로그램을 석연찮은 이유로 그만뒀었다. 또 다른 개그우먼은 인기 있는 라디오 시사토크쇼 진행자 자리에서 밀려날 뻔하다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대표적 TV 시사토론을 진행하는 아나운서 출신 교수도 곧 잘릴 거라는 얘기가 무성하다"며 김제동, 윤도현, 김미화, 손석희씨의 사례를 우회적으로 거론됐다.
이 논설위원은 "이들의 공통점은 애들도 안다. 지난 정권과 친했고 딱 그만큼 현 정권과 불편한 관계였다"며 "공교롭게도 그런 인물들이 줄지어 퇴장한다는 건 아무리 넘기려도 목에 걸린다. 이유야 다 있다. 오래 해서 바꿀 때도 됐고, 비용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런 설명이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으니 딱한 일"이라고 힐난했다.
그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게 건강한 사회다. 경위 없는 말로 세상을 호리는 사람이 있더라도 끝내 퇴출되고 마는 게 세상 이치"라며 "그런 걸(그렇다고 믿는 걸) 바로잡겠다고 나서는 건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잡는 것과 다름 아니다"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