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조선일보> 사설, 그리고 오늘 사설
2006년 "사소한 불법도 사퇴해야" vs 2009년 "성과가 가장 중요"
2009년 9월15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자 사설 '후보자 검증, 과거 자리서 무엇을 어떻게 했나 따져보라'를 통해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는 청문회에서 철저히 다뤄져야 한다"면서도 "다만 그 검증의 기준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 통념을 토대로 해서 후보자의 도덕성의 하자가 공직에 부적합할 정도의 것이냐를 상식의 저울에 달아보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이어 "공직 후보자 검증에서 도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자의 업무 능력과 각종 현안에 대한 견해"라며 "미국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가 과거에 재직했던 자리에서 어떤 성과나 오점을 남겼느냐가 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다뤄지고 있다. 수십년에 걸친 신문 기고문이나 논문·발언을 통해 드러난 후보자의 견해가 과연 이번에 취임할 자리의 성격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활용된다"며 미국 인사청문회를 이같은 주장의 근거로 들었다.
사설은 구체적으로 "정운찬 총리 후보자에 대해 그가 병역을 면제받은 이유나 아들 국적 문제를 규명하는 일도 중요하다"면서도 "그러나 정 후보자가 서울대 총장 시절 학교 재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학교를 어떻게 발전시켰고, 어떤 방법으로 교수들이 연구와 교육에 전념하도록 북돋웠으며, 학생들을 더 높은 단계로 이끌었는가 여부를 엄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며 정운찬 내정자를 적극 감쌌다.
사설은 이어 "임태희 노동장관 후보자의 위장 전입 의혹만이 아니라 그가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 시절 남긴 실적은 무엇이며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떤 소신을 피력해 왔는지를 짚어봐야 하고,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가 대검 중수부장과 법무차관으로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지 검증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우리 청문회도 후보자의 공직 수행 능력과 도덕성을 일반 국민의 건전한 상식의 토대 위에서 엄밀하게 검증하는 단계로 한 계단 올라설 때가 됐다"는 주장으로 글을 끝맺었다.
2006년 2월9일자 <조선일보> 사설
하지만 3년반 전의 <조선일보> 사설은 달랐다.
<조선일보>는 노무현 정권하인 2006년 2월9일자 사설 '대통령은 또 인사청문회 결과를 무시할 것인가'를 통해 "장관 5명과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결과를 담은 경과보고서가 9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로 보내진다"며 "이번 청문회에서는 편법 증여와 위장전입 의혹부터 소득세 탈루, 경력 허위 기재, 국민연금 미납, 상습적인 교통법규 위반까지 최고위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부 내정자들의 치부가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사설이 '치부'로 지적한 의혹들은 지금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대동소이한 내용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상습적 교통법규 위반까지 문제 삼을 정도로 더 혹독했었다.
당시 사설의 압권은 오늘자 사설과 마찬가지로 미국 인사청문회를 그 근거로 들고 있다는 점이다.
사설은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공직을 맡겠다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의 인격 수양은 돼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늘자 사설은 "미국 인사청문회에선 후보자가 과거에 재직했던 자리에서 어떤 성과나 오점을 남겼느냐가 그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로 다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3년반 전 사설은 "200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에선 내정자들이 사소한 불법이나 도덕성에 상처받는 사안이 불거지면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과연 <조선일보>가 말하는 '미국 인사청문회의 실체'는 무엇일까.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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