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이 공사수주를 받기 위해 입찰 심의평가위원에게 KTX 통로에서의 억대의 돈을 건넨 사실이 경찰수사로 드러나, 또다시 건설업계의 검은 뒷거래 관행에 비판 여론이 쏠리고 있다.

부산경찰청 수사과는 10일 부산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화전산업단지 조성사업 2공구 입찰과 관련, 당시 심의평가위원인 대한주택공사 이모부장(48)과 이씨에게 1억원을 건넨 롯데건설 전 상무이사 최모씨(61), 당시 이 회사 이사대우 권모씨(52)에 대해 뇌물수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뇌물을 직접 건넨 혐의로 이 회사 현장소장 이모씨(45)와 롯데법인을 불구속 입건했다.

문제가 된 것은 부산도시개발공사가 발주한 759억 원짜리 화전산업단지 조성사업 2공구 공사. 입찰심의 위원회가 열리던 지난 2006년 5월 29일 새벽, 주택공사 간부인 이모 부장이 공사 입찰 심의평가위원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대전 집을 나서, 위원회가 열리는 부산 해운대로 가기 위해 대전역에서 KTX열차를 타자 롯데건설 현장소장 이모씨를 비롯해 입찰에 참가한 3개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동승했다.

경찰조사결과 롯데 측은 직원 500여명을 동원해 심의평가위원으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들의 집 근처에 대기시킨 뒤 이 부장을 따라가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KTX열차에 탄 롯데건설 소장은 평가위원 이씨가 화장실을 가려 하자 이씨를 따라서 KTX 객실통로에서 5천만원짜리 자기앞 수표 2장, 총 1억원을 건넸다. 돈을 받은 이씨는 이날 평가심의원에서 롯데건설에 1위, 100점의 평가점수를 줬다.

그러나 롯데건설은 총 5억원의 로비자금을 준비했으나 더이상의 평가위원을 매수하는 데 실패, 최종적으로 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측은 이와 관련, "이사 개인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회사차원에서 개입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앞서 금호건설도 최근 평가위원 매수 시도가 적발하자 개인 차원 문제로 돌렸다가 수사가 진행되자 회사차원의 행위였음을 뒤늦게 시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