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응징풍', 미국 이어 일본 상륙
日민주당 308석 획득, '암장군' 오자와의 행보 주목해야
일본국민의 분노, 자민당 일당독재 붕괴시키다
NHK의 개표 방송에 따르면 민주당은 총 480개 의석 가운데 단독 과반수(241석)를 크게 웃도는 308석을 확보하면서 압승했다. 반면 여당인 자민당은 119석에 그치며 1955년 창당이래 최초로 1당 자리를 내주었다.
이어 공명당 21석, 공산당 9석, 사민당 7석, 국민신당 3석, 무소속·기타 13석 등의 순이었다. 특히 자민당의 '2중대' 역할을 해온 공명당은 당 대표 등이 출마한 지역구 선거 8개소에서 전패, '자민당 2중대'에 대한 국민의 혐오감이 얼마나 큰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1993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수 획득에 실패해 자민당이 아닌 군소야당 8개당에 의한 호소카와 연정이 10개월간 발족한 적은 있으나, 양대 정당간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이번에 민주당이 획득한 308석은 지난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에서 자민당이 얻은 최고 의석 기록(300석)도 상회하는 것이어서, 자민당 일당 독재 체제를 바꾸자는 일본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거센가를 보여주었다.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이날 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뜻이 마침내 결실을 보아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며 '변화'를 선언했다. 하토야마 대표는 오는 14일 열리는 특별국회에서 차기 총리로 선출된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수 의석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국회 모든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면서 강력한 국정운영이 가능한 토대를 구축했다.
신자유주의 응징풍(風) 일본열도 상륙, 서민-중산층 복지 본격화
이번 '일본식 선거혁명'의 동인은 '경제'였다.
일본언론들은 한목소리로 일본 유권자들의 반란의 동인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의 신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반발에서 찾고 있다. 부시 미정권의 신자유주의를 추종한 고이즈미 정책이 일본 내 빈부-도농 양극화 심화와 재정 파탄, 경제 위기를 불러왔다고 국민들이 판단하고 있는 것. 실제로 이번 선거에서 고이즈미가 키운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아이들)'은 예외 없이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 거의 몰살 당했다.
이에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선거기간에 '양극화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고등학교 무상교육, 농가에 대한 호별 소득 보상, 고속도로 통행 무료화, 중소기업 법인세 인하 등 파격적 사회복지정책을 내걸었고 이것이 일본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얻기에 이르른 것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이에 필요한 재원을 자민당과 관료, 재벌간 정경유착을 타파하고 특히 관료체제를 혁파함으로써 절약한 재원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따라 하토야마는 취임하는대로 '행정쇄신위원회'를 만들어 대대적 행정개혁에 착수하고, 관료들이 쥐고 있던 중앙권력도 지방자치체로 대거 이양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파탄이 경제위기를 몰고 오면서 '변화'를 앞세운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권이 출범했듯, 마찬가지 위기에 직면한 일본에서도 '변화'를 주창한 하토야마 정권이 출범하기에 이른 것이다. 미국에서 일어난 신자유주의 심판 태풍이 태평양을 건너 일본열도에 상륙한 모양새다.
'암장군' 오자와 이치로
일본의 혁명적 변화는 내정뿐 아니라 대외정책에서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동아시아 공영' 발전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등 자민당정권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으며, 대북 접촉에도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다. 민주당 내 최대 파벌을 장악하고 있는 그는 향후 민주당 정권의 막후에서 사실상의 권력을 행사할 '암장군(暗將軍)'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자민당 간사장 시절부터 일찌감치 가장 확실한 차기 총리감으로 불려왔다. 하지만 '총리에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인물'이란 평가처럼 그는 한 번도 총리를 하지 못했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 전력 때문이다. 이번에도 정경유착 사례가 드러나면서 대신 하토야마에게 총리직을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변함 없는 일본 민주당의 최대주주이며,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인물은 민주당 내에 없다.
그는 뿌리깊은 '관료망국론자'다. 관료주의 혁파 없이는 '새 일본'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동시에 '보통국가론자'다. 전후 일본은 미국의 지배하에 있는 '반쪽국가'로 자주권을 확실히 회복한 '보통국가'를 건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우에 따라선 민주당 정권이 극우 군국주의화를 가속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민주당 정권이 경제문제 해결에 실패할 경우 더욱 그러하다.
자민당 일당독재 붕괴는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양극화 주범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심판이 가해졌다는 점에서 동일한 위기에 직면해 있는 한국 등에도 미칠 영향이 크다. 하지만 일본의 우경화 가속 등 부정적 여파도 예상돼, 일본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다.
또한 과연 일본 민주당이 국민의 뜨거운 염원을 제대로 충족해줄지도 미지수다. 민주당이 추진하고자 하는 대대적 사회복지는 이미 재정채무가 GDP의 200%에 달해 파산상태인 일본의 재정상황에 한층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민주당의 집권 롱런 여부는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결판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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