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룡, '엄기영 MBC사장 경질' 강력시사
"MBC, KBS보다 불신도 높아", 'SBS식 민영화' 시사도
김우룡 "MBC, KBS보다 불신도 높아"
김 이사장은 13일 오전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MBC 경영평가에 참여한 경영학과 교수가 MBC의 오늘 현상을 타이타닉호에 비유했다.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기의식에서 출발할 필요는 있다"며 "집에 비유하면 전기가 잘 안 들어오거나 창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며 현 MBC를 비판했다.
그는 MBC의 위기를 "경영의 위기, 콘텐츠의 위기, 신뢰의 위기"로 규정한 뒤, 특히 '신뢰의 위기'에 방점을 찍으면서 "신뢰도의 경우 얼마 전 발표된 <시사인> 조사가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그대로 인정한다고 해도 불신도에서 KBS보다 2배나 높은 12%로 가장 불신받는 매체 4위로 꼽혔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나 같은 기관의 신뢰도 조사에서 MBC가 KBS를 제치고 가장 신뢰받는 언론으로 꼽힌 점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신뢰의 위기'의 대표적 예로 <PD수첩>을 꼽으며 “명예훼손 소송이 걸려 있고, 손해배상소송까지 제기됐다.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나아가 1천억대, 2천억대 소송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이런 상황을 유발시켰다면 신뢰가 추락했다고 볼 수 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엄기영 사장 경질 강력 시사
김 이사장은 더 나아가 "<PD수첩>이 방통심의위에서 시청자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때 MBC가 당당하지 못했다"며 "엄기영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키로 했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그건 방송사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엄기영 사장을 맹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엄 사장이 추진해온 임금삭감 등 '경영위기 해법'을 거론하며 “MBC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로 경영이 정상화 되겠나”라며 “노력은 가상하지만 임금을 깎는 미봉책으로 MBC를 거듭나게 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이 든다”며 거듭 엄기영 사장을 힐난, 엄 사장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정부여당의 퇴진 압박에 엄기영 사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옳은 말씀이다. 하지만 뒤집어 보면 지금까지 정도를 못 갔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그는 "오는 19일부터 이틀 동안 MBC경영진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은 뒤, 경영진의 공과를 짚어볼 계획"이라고 덧붙여, 멀지 않은 시점에 엄 사장 경질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역 MBC, 지역 기업들에 줘야"
김 이사장은 또 다른 주요현안인 MBC 민영화 여부와 관련해서도 "MBC를 100% 민영화 한다는 것은 내부 사정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로, 민영화를 추진하더라도 긴 시간이 필요하고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도 "소유구조는 모든 경우의 수가 열려 있다"고 말해 민영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그는 특히 지역MBC 문제를 거론하며 "MBC가 현재 19개 지역방송사를 갖고 있으면서 얻는 실질적 이익이 뭐냐"며 "지역 MBC는 지역민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역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우선 지역기반의 기업이 소유하는 형태가 되지 않겠냐"며 "연차적으로 지역 계열사를 4∼5개씩 몇 년에 걸쳐 매각하면 MBC의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 진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지역MBC들부터 기업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SBS식 민영화'를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그는 뉴라이트 방문진 이사들의 문제 프로그램 폐지 주장에 대해선 "방문진이 편성권을 침해하거나 언론기능을 위축하는 일은 없겠지만 포괄적인 관리감독이나 방송이 나갈 길을 제시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사전내정설에 대해선 "서너달 전부터 단독후보로 노출돼 상처를 많이 입고 무고에 의한 내사까지 받았다"며 "(사전 내정설을 폭로한) 이민웅 교수가 어디서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방송통신위로부터 이사로 임명받기 전까지 어떤 언질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저 보고 관변학자라고 하는데 살면서 정부로부터 떡 얻어먹어 본 적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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