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당 일당독재 붕괴...한국에 후폭풍?
도쿄도 의회, 사상최초로 민주당 장악. '일본식 피플파워' 폭발
12일 도쿄(東京)도의회 선거에서 제1야당 민주당이 1965년이래 44년만에 사상 최초로 원내 1당을 차지했다.
선거결과는 집권 자민당에게 생각보다 더없이 처참했다. 13일 새벽 NHK의 최종 개표 집계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이 총 127개 의석 가운데 차지한 것은 38석에 불과했다.
반면에 민주당은 무려 54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을 확보했다.
공동여당인 공명당도 23석을 얻는 데 그쳐, 자민당과 의석을 합쳐봤자 과반수 64석에 3석 모자라는 61석에 그쳐, 일본의 중심인 도쿄도의 권력은 사실상 야당 민주당에게 넘어갔다. 이밖에 공산당은 8석, 기타 정당과 무소속이 4석을 얻었다.
민주당은 앞서 나고야(名古屋), 사이타마(埼玉), 지바(千葉) 시장 선거, 시즈오카(靜岡)현 지사선거 등 주요 지방선거에서 4연승한 데 이어 이번 수도권 의회에서도 대승을 거둠으로써 사실상 정권 장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날 선거는 일본 국민들이 무능한 자민당 일당독재에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를 극명히 보여주었다. 이번 선거 투표율은 54.49%로, 4년전인 2005년 선거 당시 43.99%보다 무려 10.5% 포인트나 높았다.
투표율이 저조하기로 유명한 일본의 국민들이 마침내 자민당 심판에 적극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자, 일각에서 '일본식 피플 파워' 폭발이란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일본 국민들이 이처럼 분노한 것은 극우 성향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정권의 무능함에 치를 떨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후 일본경제는 최악의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하지만 아소 정권의 각료는 국제금융 위기 해법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에 술에 취한 채 참석해 횡설수설해 국제적 힐난을 사는가 하면, 일본기업들을 골병 들게 하는 엔고(高)에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일본경제는 전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 늪에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다가 과거 잃어버린 10년간 자민당 정권이 취해온 부패적 토목경기부양책으로 일본재정적자가 GDP의 200%에 육박할 정도로 파탄지경에 몰리자, 정부여당이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율을 현행 5%에서 8%로 대폭 높이려 하는 것도 결정적으로 범국민적 조세저항을 자초했다.
이처럼 무능하기 짝이 없는 자민당 정권의 무능에 일본정치 중심지인 도쿄도 시민들이 마침내 '정치적 궐기'를 한 셈. 일본언론들은 도쿄도의 참패로 자민당 일당독재는 사실상 끝났으며, 앞으로 치러질 중의원 선거 등을 통해 자민당 일당독재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지지율이 10%대에 불과한 아소 총리는 13일 "도의회 선거 결과는 국정과는 관계없다"며 총리직 사퇴를 거부, 자민당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이르면 13일 중 내각불신임 결의안과 총리문책 결의안을 중의원과 참의원에 제출한다는 방침이어서 자민당 일당독재 체제 해체는 초읽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자민당 일당독재가 붕괴하더라도, 야당 민주당 역시 국수주의적 성향이 짙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일본의 군사대국화 등 극우화 흐름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후 일본정치질서를 지배해온 자민당 일당독재 체제가 붕괴된다는 사실 자체는 일본 내부는 물론, 주변국에도 적잖은 후폭풍으로 작용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관측이다.
특히 현재 정치질서가 대통령, 여당, 지자체 등을 모두 독식하고 있는 일본 자민당식인 데다가 내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에 미칠 후폭풍이 가장 클 것이란 관측이 많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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