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고 박종태의 유서, 그리고 부인의 만류글

[전문] 유서 현수막 "대한통운은 노조탄압 중단하라"

경찰 수배를 받던 중 자살한 화물연대 광주지부 고 박종태(38) 지회장이 자살직전 자신이 소속된 민주노동당의 게시판에 자살을 시사하는 글을 남기고, 이를 만류하기 위해 부인이 애끓는 글을 올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 박종태 지부장은 3일 정오께 대전시 대덕구 읍내동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고인 목맨 나무에는 "대한통운은 노조탄압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함께 걸려 있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은 집단해고. 대한통운 광주지부는 3월 중순 그를 포함한 78명을 집단해고 했고, 이에 항의해 집회 등을 갖는 과정에 경찰로부터 지명수배까지 되기에 이르렀다.

민노총 소속 노조원이자 민노당 당원인 그는 30일 새벽 0시, 민노당 게시판에 한편의 글을 올렸다. 이날은 4.29 재보선 결과가 나온 날이었다.

고인은 우선 민노당의 승리를 축하한 뒤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대오는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가정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적 고통과 타지역에서 투쟁하는 소외감, 외로움은 물론 강한 투쟁을 하고자 하나 우리의 약점이 많아 맘껏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감까지...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대화와 교섭을 더욱더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가 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라며 "조직을 사수할 수 있다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무엇이든지..."라며 자살을 강력 시사했다.

그는 "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동지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라며 "이제 여러분들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지켜주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 동지들을 믿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며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라는 서명으로 글을 끝맺었다.

자살을 시사하는 이 글을 접한 고인의 부인은 즉각 당원게시판에 자살을 만류하는 애끓는 글을 올렸다. 고인은 당시 가족들과의 연락도 두절한 상태였다.

부인은 기륭전자 등의 장기투쟁을 열거한 뒤, "당신곁에도 동지들이 있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XX와 OO가 있잖아"라며 어린 두 자녀의 이름까지 거명하며 자살을 만류했다.

부인은 "여보! 싸우다보면 언제나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끈질기게 싸우면 끝내 이긴다는 걸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우린 배운다고 생각해"라며 "여보! 제발 연락 줘. 기다릴께"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글을 끝맺었다.

하지만 고인은 이 글을 보지 못한 듯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의 시신을 검안한 병원측은 고인이 사망한지 3,4일이 지난 것 같다고 해, 고인이 민노당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곧바로 자살을 했음을 보여주었다.

'가정의 달'에 또 하나의 가정이 이렇게 애끓는 사별을 했다.

다음은 고 박종태씨의 유서와 그의 부인의 애절한 자살 만류 글 전문.

생전의 고 박종태 지부장. ⓒ화물연대

고 박정태씨의 유서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지역당의 아성을 깨고 승리한 것은 당원 동지들의 승리입니다.또한, 이번 선거를 계기로 시도민이 민주노동당을 지켜보고 있음을, 민주노동당이 제발 더 노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야 겠습니다.

대한통운이 아니 금호자본이 화물연대라는 조직을 깨기 위해 드러나게 탄압한 지 43일째입니다. 물론 이명박정권의 재벌키우기와 노동조합 말살정책이 뒷배경이긴 하겠으나 공권력의 잔인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노동조합이 깨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수렁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대전에서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힘겹고 외롭게 투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노동조합은 튼튼한 조직대중이 고난을 이겨내고 살아 남았을 때 가능할 것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탄압속에 희망은 보이지 않고, 갈수록 조직대오는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정을 이어갈 수 없는 경제적 고통과 타지역에서 투쟁하는 소외감, 외로움은 물론 강한 투쟁을 하고자 하나 우리의 약점이 많아 맘껏 대응하지 못하는 무기력감까지...이런 상황에서 자본은 대화와 교섭을 더욱더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선거가 끝났습니다.힘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조직을 사수해야 합니다. 사람의 죽고 사는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고 하지만, 현재 적들은 죽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죽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또한, 화물연대본부는 답답하기 그지 없습니다. 대체 얼마나 더 큰 희생을 보아야 할런지..

조직을 사수할 수 있다면, 투쟁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면 바쳐야지요. 무엇이든지..

산자의 몫이 얼마나 중요한 지 동지들은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화물연대와 민주노총을 지켜주시고, 길거리로 내몰린 동지들이 정정당당하게 회사에 들어가 우렁찬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오.동지들을 믿습니다. 함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 올림

XX, OO아빠에게

우리보다 힘들지만 끝까지 싸워서 승리하는 동지들이 있잖아
기륭도 벌써 3년이 넘었지만 계속 싸우고 있고
민하아빠도 두달이 되어가도록 그 좁은 곳에서 추위와 더위와 싸우고 있고
그렇게 싸울 수 있는 힘은 그들이 특별해서,잘나고 똑똑해서가 아니라
언제든지 안아줄 수 있는 가족이 있고 동지들이 있어서라는걸 잘 알잖아

여보!
당신곁에도 동지들이 있고 그야말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XX와 OO가 있잖아
너무 힘들어서 잠시 어딘가에서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을거라고 믿어

여보!
싸우다보면 언제나 승리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서서 끈질기게 싸우면 끝내 이긴다는 걸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우린 배운다고 생각해

여보!
제발 연락줘
기다릴께
김혜영 기자

관련기사

댓글이 6 개 있습니다.

  • 10 3
    소소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서민, 노동자 대중을 죽음으로 내모는
    천박한 권력, 천박한 자본에게 죽음을!

  • 12 3
    전 노조원

    먹고 살자고 노조를 했는데 죽다니....
    사회가 답답합니다.

    그래도 힘 냅시다

  • 24 8
    힘네세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사라질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잘못된 일이 있다면 죽음보다는 끝까지 힘을 모아 바꿀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함께 고통을 나누고 사회에 문제점들을 알리는 등 많은 노력을 해야 겠죠.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 15 7
    과객

    살벌한 세상이다.
    무엇 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할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탄압 받다 자살하고, 철거민들이 대항하다 사망한다.
    21세기 한국.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더욱 더 슬픈 것은 저들의 죽음을 조롱하는 인간들까지 있다는 사실이다.

  • 15 11
    Mad Bull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화물연대는 고인의 뜻을 받드어 좋은 세상을 만드시길 빕니다.

  • 23 17
    ㅠㅠ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화물연대 여러분도 힘내시구요.

↑ 맨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