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거품 엄청난데 어떻게 반등하나"
[전문] 최근의 강남 아파트-골프회원권값 급반등 힐난
이종우 센터장은 24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버블, 그 잔인함에 대하여>란 글을 통해 일본의 주가가 정점이었던 19년전에 비해 현재 20%, 대만은 35%, 미국 나스닥지수는 30% 수준임을 지적한 뒤, "경제든 자산 가격이든 거품이 터지고 나면 가격이 다시 정상이 될 때까지 정말 어렵고 힘든 고통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버블이 터진 대표적인 기간은 외환위기 때"라며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자산 가격이 급등한 것도 아니고 경제가 그다지 좋지도 않았는데 무슨 버블인가 싶지만 외환 위기는 근본 원인이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부채 버블'의 붕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이한 것은 우리는 단기 침체만으로 버블의 후유증을 넘겼다는 점"이라며 "원동력은 세계 경기 호전이었는데 우리가 버블 후유증에 본격 시달리던 ‘99~2000년에 신경제와 IT에 의한 세계 경기 호황이 최고조에 달했고, 그 결과 외환위기에서 촉발된 버블 후유증을 겪은 것은 실질적으로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런 경험 때문에 우리 투자자들은 잠재 의식 속에 이번 금융 위기도 버블 후유증을 쉽게 극복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며 "2008년 10월 급격한 금융 시장 불안을 넘긴 후 12월부터 가격 변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주가지수와 수도권 일대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30% 넘게 올랐고 부동산은 잠실과 과천 등 하락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모두 이런 기대에서 나온 것"이라며 최근의 비정상적 강남 아파트값 반등과 골프회원권값 급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번에는 자산 가격 회복이 외환 위기 직후만큼 빠르지 못할 것"이라며 "앞에서 얘기한 경제 환경 악화 외에 당시와 현재의 자산 가격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주가는 당시가 300P였고 지금은 1,100P다.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외환 위기 직후가 평당 600만원이 못 됐지만 지금은 2,500만원 이상이다. 가격은 높고 상황은 더 어려운데 어떻게 당시와 같은 극복 과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1929년 세계대공황 발발때도 수개월동안 뉴욕주가가 안정세를 보였다가 그후 1930년대 내내 급락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외환 위기도 좋은 경험이지만 상황 전개가 항상 그 때 같으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경고로 글을 끝맺었다. 'IMF 착시현상'에 빠져 부동산-주식 등에 투기적으로 달려들었다간 큰 낭패를 볼 것이란 경고에 다름아니다.
이 센터장은 재작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설 때 코스피 폭락을 고집해 증권가에서 왕따 취급을 당하다가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폭락하자 거액 연봉을 받고 다른 증권사로 스카웃된 대표적 비관론자로, 그는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800대까지 급락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다음 이 센터장의 글 전문.
버블, 그 잔인함에 대하여
1989년 12월 29일 일본 사람들은 19년이 지난 후 주가가 당시 수준의 20%로 떨어지리라 예상했을까? 당시 일본 주가는 38,915엔 이었고 지금은 7,200엔이다.
1990년 2월 12일 대만 사람들은 19년이 지난 후 주가가 당시의 35% 수준에 지나지 않으리라 상상했을까? 당시 대만 주가는 12,424P였고 지금은 4,450P다.
2000년 3월 10일 미국 사람들은 9년이 지난 후 나스닥 지수가 당시의 30%에 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을까? 당시 나스닥 지수는 5,048P였고 지금은 1,400P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인 나라와 이머징 마켓 중 탄탄한 경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사례를 보면 기술이 발전하기 때문에 주가가 계속 오른다는 얘기가 맞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물론 더 오랜 기간을 놓고 보면 이 얘기가 맞겠지만 20년 세월 동안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장기 상승이란 가정이 틀린 얘기일 수도 있다.
경제든 자산 가격이든 거품이 터지고 나면 가격이 다시 정상이 될 때까지 정말 어렵고 힘든 고통이 따른다.
거품이 터진 후 일본 정부 역시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경기 부양 대책만 8번 발표했고 이중 가장 규모가 컸던 ‘98년 11월 경기 부양대책은 지출 규모가 GDP의 4.6%에 달했다.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서 마음먹고 내놓은 경기 부양대책이 미국 GDP의 5.2%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큰 액수다.
강력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버블 이후 경제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버블 붕괴를 계기로 경제 전반에 누적됐던 여러 취약점들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경우도 처음 시작은 서브프라임이었지만 사태가 발생하고 난 후에는 개인의 과다한 부채와 세계적인 생산 과잉 등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렇게 경제 구조가 흔들리면 치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이번 위기 역시 진정한 회복이 이루어지려면 위기를 가져왔던 과잉 부채 부분의 개선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산 시장이 악화될 가능성이 언제든지 있다.
우리나라에서 버블이 터진 대표적인 기간은 외환위기 때다.
외환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자산 가격이 급등한 것도 아니고 경제가 그다지 좋지도 않았는데 무슨 버블인가 싶지만 외환 위기는 근본 원인이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부채 버블의 붕괴였다. 그렇게 볼 때 ‘98년은 버블의 후유증이 본격화되는 시간이었다.
특이한 것은 우리는 단기 침체만으로 버블의 후유증을 넘겼다는 점이다.
원동력은 세계 경기 호전이었는데 우리가 버블 후유증에 본격 시달리던 ‘99~2000년에 신경제와 IT에 의한 세계 경기 호황이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핵심 산업이 유래 없는 호황을 겪은 만큼 회복이 빨라 외환 위기 5개월 후부터 수출이 일정 수준 올라오기 시작했고, 환율의 영향으로 채산성도 급격히 좋아졌다. 위기 발생 초기에는 대외 거래 호전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정책으로 심각한 내수 위축을 겪었으나 정책 금리를 인하화면서 이 또한 빠르게 개선되었다. 선행지수상 경기 저점이 5~6월, 그리고 전환 이후 경기 회복이 어떤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외환위기에서 촉발된 버블 후유증을 겪은 것은 실질적으로 반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런 경험 때문에 우리 투자자들은 잠재 의식 속에 이번 금융 위기도 버블 후유증을 쉽게 극복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2008년 10월 급격한 금융 시장 불안을 넘긴 후 12월부터 가격 변수가 회복되기 시작했다. 주가지수와 수도권 일대의 골프장 회원권 가격이 30% 넘게 올랐고 부동산은 잠실과 과천 등 하락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상승하는 것도 모두 이런 기대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산 가격 회복이 외환 위기 직후만큼 빠르지 못할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경제 환경 악화 외에 당시와 현재의 자산 가격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우선 주가는 당시가 300P였고 지금은 1,100P다. 강남 아파트의 가격은 외환 위기 직후가 평당 600만원이 못 됐지만 지금은 2,500만원 이상이다.
가격은 높고 상황은 더 어려운데 어떻게 당시와 같은 극복 과정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킨들버그가 쓴 ‘The World in Great Depression 1929~1939’를 보면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1929년 대폭락이 있은 후) 뉴욕 주식 시장은 수 개월 동안 상승도 하락도 없는 안정세를 보였다. 공업 생산과 수입 및 고용을 비롯한 여러 변수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상품 가격의 경우 1930년 1/4분기에도 하락했으나 1929년 4/4분기만큼 급격하지는 않았다. 5월 1일 후버대통령은 미국이 난국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나 최악의 사태는 넘긴 것으로 확신한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그리고 위기는 30년대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외환 위기도 좋은 경험이지만 상황 전개가 항상 그 때 같으리라 생각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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