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도 미쳤고, 은행도 미쳤었다!
유동외채비율 100% 육박, 외환금고 텅텅 빌 위기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유동외채 비율은 지난해 말 현재 96.4%로 전년말의 77.8%에 비해 18.6%포인트나 높아졌다.
유동외채는 만기 1년이내의 단기외채에다 남은 만기가 1년 이내인 장기외채를 합한 것으로, 이 비율이 100%에 육박했다는 것은 돈을 빌려준 외국계가 만기연장(롤오버)을 안해주고 모두 상환요구를 할 경우 1년내에 외환금고가 텅텅 빌 수 있다는 심각한 의미다.
이 비율은 1999년 89.3%를 기록했다가 2004년 38.6%까지 떨어졌으나 2005년 41.1%, 2006년 56.1% 등으로 계속 올라가다가 지난해말 마침내 100%에 근접했다.
유동외채 비율이 이처럼 급등한 것은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보다 훨씬 빨리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은 작년말 현재 2천12억2천만 달러로 전년말의 2천622억2천만 달러에 비해 23.3%, 600여억달러 줄어든 데 비해, 유동외채는 2천339억9천만 달러에서 1천939억6천만 달러로 4.9%, 400억달러 감소하는 데 그쳤다.
2007년 2천600억 달러를 넘었던 외환보유액이 1년새 600억달러나 급감한 것은 만기도래한 달러화가 없어 위기에 처한 은행들에게 꿔준 것도 있지만, 그 중 상당액을 정부당국이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한 외환시장 개입에 금쪽같은 외환보유고를 탕진하며 외국계 배만 불려준 셈이다.
하지만 유동외채 위기를 초래한 주범은 은행들이다.
유동외채는 1997년 863억3천만 달러를 기록, 끝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야 했다. 그후 유동외채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반성아래 2001년에는 593억4천만 달러까지 낮아졌다. 그후 2002년 672억5천만 달러, 2003년 713억2천만 달러, 2004년 768억6천만 달러, 2005년 864억1천만 달러 등으로 액수는 소폭 늘었으나 외환보유고가 더 빠른 속도로 늘면서 유동외채비율은 30~40%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돼 왔다.
그러던 것이 유동외채는 2006년 1천340억6천만 달러, 2007년 2천339억9천만 달러로 수직폭등했다. 은행들이 'IMF의 교훈'을 망각하고, 중장기외채보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단기외채를 마구 끌어다가 부동산대출 등에 남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기외채가 급증하면서 당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고음'이 잇따랐으나 은행도, 금융당국도 외면했다. 외환보유고도 넉넉하고, 외국계가 앞다퉈 돈을 꿔주겠다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세계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상황은 급변, 외국계들의 자금 회수가 잇따르면서 벌써 5개월째 환란 당시를 방불케하는 외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코앞의 이익에 눈멀어 'IMF의 교훈'을 까먹은 데 대한 무서운 인과응보이나, 그 피해는 애꿎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저작권자ⓒ뷰스앤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