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의 "한국, 작년 4분기 -20%", 맞나?
<심층분석> '한국 비관론' 확산의 한 요인, 적극대응 필요
루비니 교수는 최근의 세계위기 심화와 관련, "그동안에는 심각한 U자형 경기침체를 예상해 왔으나, 점점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스태그디플레이션과 같은 장기간의 L자형 침체로 빠져드는 게 아닌가 싶다"며,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쁘다는 점을 꼽았다.
루비니는 구체적으로 4분기 GDP 성장율을 전기비 연율(at an annual rate) 방식으로 계산할 때 "미국 -3.8%, 유로존 -6.0%, 독일 -8%, 일본 -12%, 싱가포르 -16%, 그리고 한국 -20%"라고 주장했다.
루비니 분석대로라면, 한국은 지난해 4분기부터 세계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 국가이며 앞날도 가장 캄캄하다는 얘기가 된다.
루비니는 앞서 중국경제 분석을 하면서도 전기비 연율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중국은 지난해 4분기에 제로(0) 성장을 했다며 중국의 전분기 대비 방식에 잘못됐다는 뉘앙스의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문제는 루비니 뿐 아니라 최근엔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한국 경제를 분석하며 마찬가지 전기비 연율 방식으로 '비슷한 숫자'를 뽑아내 사용하고 있으며, 서방사회에 이런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국 비관론'이 확산되는 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루비니의 분석 방식은 맞는 것인가.
우리 정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로는 -3.4%, 전기 대비로는 -5.6%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기비 연율' 방식으로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루비니가 사용한 '전기비 연율' 방식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저성장 선진국'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국가는 분기별로 크게 요동치는 일이 없으니 이 방식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등 고성장 신흥국가의 경우는 다르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외부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계절성도 큰 까닭에 '전기비 연율' 방식을 동원하면 착시현상을 일으키기 십상이라는 것. 한 예로 정반대로 4분기가 앞서 극심한 침체를 겪다가 전기대비 '+5.6%' 성장을 한 것으로 나온 것을 루비니처럼 전기비 연율 방식을 적용하면 '+20%'가 된다는 얘기가 된다.
이처럼 전기비 연율 방식을 신흥국가들에 적용하기에는 문제점이 많기에 전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통계를 작성하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전년동기 대비라는 보편타당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국 경제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고, 루비니 교수가 발군의 국제경제전문가인 것도 분명하다. 루비니의 성가와 영향력은 최근 그가 미국 상업은행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진만큼 국유화외에 해법이 없다는 주장을 펴자,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준의장은 물론 공화당 의원들까지 즉각 공감을 표시한 것 하나만 봐도 극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루비니는 신흥국 전문가는 아니며 특히 한국은 잘 모른다. 단지 나오는 '숫자'만 갖고 분석할 따름이다. 이 과정에 선진국 분석시 사용하는 틀을 갖고 한국을 재단하기에 '-20%' 같은 숫자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국제사회 일각에서 이런 식의 분석이 급속 확산되면서 '한국 비관론'을 실체 이상으로 부추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당국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것부터 제대로 챙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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