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율엔 '강만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전문가 4인 릴레이인터뷰] "일본 이어 중국도 크레딧라인 끊어"
A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최고경영진, B 외국계 IB 한국대표, C 경계연구기관 연구원, D증권사 대표 등을 잇따라 만났다. 해당분야 최고권위자들인 이들은 '익명'을 전제로 작금의 금융위기에 대한 자신들의 솔직한 생각을 털어 놓았다.
서브프라임 관련 글로벌 금융부실 얼마나...3조~4조달러
우선,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원인 '글로벌 금융부실'이 얼마나 될지가 관심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초 서브프라임모기지 관련 전세계 금융회사들의 부실을 1조4천억달러로 추정했다. 그러나 C금융연구기관 연구원은 "실제로는 이보다 2~3배 가량 많은 3조~4조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계 은행들이 현재 장부가로 자산을 매기고 있지만 이를 시가로 전환할 경우 서브프라임 관련 자산 상각액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것.
그는 "이와 별도로 정부나 금융회사, 제조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신용부도스왑(CDS) 설정액이 전세계적으로 55조~60조달러에 달하고 있다"며 "금융위기에 이어 실물경제위기로 전이된 복합 불황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금융 부실액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A 금융지주회사 전략담당 최고경영진은 “앞으로 미국, 유럽의 구제금융대책은 훨씬 강력한 내용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면서 “현재까지의 구제금융조치는 시작 단계에 불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소비자대출 부실화되면 대형상업은행도 휘청
또다른 관심사는 미국의 소비자대출 부실화 여부다.
B 외국계 IB 대표는 “미국의 경우 다음 단계에 학자금 대출, 자동차 대출, 카드 대출 등 소비자 금융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브프라임 자산에 이어 소비자 대출까지 불량자산(toxic asset)으로 분류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곧 대형 상업은행의 파산과 직결돼 그 파급효과는 대형 투자은행의 파산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며 "세계 금융위기의 진화여부는 대형 상업은행의 안전 여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물경제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그 불똥이 씨티 등 대형상업은행과 아멕스 등 신용카드사 등으로 번지면, 제2의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에 이어 중국도 크레딧 라인 끊고 있다"
외국 언론 등은 한국을 부도국가 후보군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정부가 시중은행의 외채에 대해 지급보증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까지 폭등하는 등 제2 환란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왜 2천400억달러의 세계 6위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는 한국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B 외국계 IB 한국대표는 “외환보유고가 전부 즉시 사용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며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부채가 340억달러라고 하는데 그것이 전부인지 아닌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의 표출이었다.
그에 따르면, 제 발등의 불을 끄기 급한 미국-유럽 금융기관들외에 최근 들어서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에 대한 크레딧 라인(신용공여한도)을 끊고 있다. 중국 현지은행들은 최근 국내 은행들에 대해 끊은 크레딧 라인은 2억7천만달러에 달한다. 중국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서방 은행들에 대해서도 크레딧 라인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일본은 이미 2개월전에 국내 은행에 대한 크레딧 라인을 끊어 외화 자금난을 촉발시킨 바 있다.
이는 최근 시중은행의 외화자금난과 환율 폭등의 원인을 보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크레딧 라인 한도는 외환보유고에 잡히지 않는다. 그것이 끊긴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추가적인 외환수요를 의미한다는 게 B 대표의 지적이다.
환율 폭등의 또다른 원인, '강만수 프리미엄'
릴레이 인터뷰를 한 이들 4명이 한 목소리로 한국의 환율 폭등의 또다른 요인으로 지적한 것은 '신뢰의 위기'였다.
글로벌, 국내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데 ‘한국호’의 선장격인 정부가 뒷북을 치다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율에 대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시장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한 관계자는 "환율은 위기에 처한 일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국제시장의 바로미터"라며 "경제의 펀더멘탈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외환시장의 개방도 및 수급, 증시 상황 등이 한데 녹아 있는 종합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원화가치가 다른 경쟁국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한 것을 놓고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라며 "원-달러 환율 1400원에는 ‘MB 프리미엄’, ‘강만수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는 시장의 비아냥을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매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환율시장에서는 자신이 들고 있는 패를 상대에게 읽혀서는 안된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선 포커페이스가 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 경제팀은 너무나 속내와, 그 실력이 잘 읽힌다"고 덧붙였다.
"환율, 향후 2~3 개월이 고비"
C 경제연구기관 연구원은 "앞으로 최소한 연말까지 환율문제가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헤지펀드와 금융회사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무차별적으로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워 자국으로 송금하는 바람에 최소한 연말까지는 환율 불안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 유럽계 금융회사의 경우 그동안 매수했던 채권까지 팔아 치우고 있다. 그는 "이는 자국의 모회사의 자금 사정이 나쁜 면도 있지만 한국을 비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가의 신용위험도를 대표하는 CDS 프리미엄의 경우 우리나라가 경쟁국들보다 월등하게 높다. 지난 17일 현재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380bp(3.8%)로 중국 124bp, 말레이시아 215bp, 태국 212bp 등에 비해 살벌하게 높다.
C 연구원은 "지금 한국의 CDS 프리미엄이 펀더멘탈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며 "대외적인 평판과 신뢰도면에서 한국은 분명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살린 건 살리고 버릴 건 버려야"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한다.
A 최고책임자는 "불확실성과 대혼란의 시대에는 시장에 뒤쳐지는 정책을 가지고는 효험을 발휘하기 곤란하다. 시장의 기대를 뛰어 넘는, 선제적이고 과감하고, 단호한 대책을 일찌감치 마련했어야 했다"며 "우리보다 형편이 훨씬 나은 홍콩과 싱가포르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 넘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아니한가"라며 더이상 '뒷북 정책'이 나와선 안됨을 강조했다.
D 대표는 현재 시장의 가장 뜨거운 감자인 건설사-저축은행의 부실 처리와 관련, “모든 것을 껴안고 갈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며 “시장의 잣대로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 살릴 것은 살리고 버릴 것은 버려야 전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B 대표는 “미국, 유럽 등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시중은행에 정부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시장에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연구원은 “한국의 개인 부채비율은 너무 과도하다”며 가계부채 축소 필요성을 강조한 뒤, “산업측면에서 국내 경기를 선도하는 건설업과 조선업종에 속한 기업들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산만한 쓰나미 파도 앞에서는 항공모함이든, 구축함이든, 소형 전투함이든 큰 차이가 없다. 엔진과 선체 등 배가 아무리 튼튼해도 파도에 역행하거나, 키를 잡은 선장이 판단을 잘못할 경우 침몰하기 마련이다.
현재 한국은 망망대해에서 쓰나미 삼각파도를 맞고 있다. 상황이 워낙 심각한 데다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다. ‘제2차 환란’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향후 최대의 역사적 변곡점이 될 2~3개월을 정말 잘 넘겨야 한다. 릴레이 인터뷰를 한 네명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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