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64차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5백여명의 시민들이 10일 종교계의 가두행진 이후 닷새만에 기습적인 종로 일대 가두시위에 나섰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대신 '촛불을 지켜내려는 시민들의 모임'이 주최한 이날 촛불문화제는 각계단체의 기자회견을 마친 오후 8시 10분부터 25여분간 약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시국기도회를 가진 감리교시국대책회의 목회자 50여명이 인도행진을 통해 오후 6시 50분께 보신각으로 합류했고 오후 8시까지 시민들의 합류가 이어졌다.
시민 5백명, 종로 일대 기습시위
시민들은 이어 오후 8시 35분께 감리교시국대책회의 소속 목회자와 학술단체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교협 등 교수 3단체 소속 대학교수들이 선두에 서서 종로 방면으로 인도행진에 나섰다.
경찰들은 행진 초기 인도를 막아섰지만 일반 시민들과 촛불집회 참석 시민들이 뒤섞이자 행진을 허용하는 대신 차도 진입을 막았다.
보건의료단체들의 '공안탄압 중단' 촉구 기자회견.ⓒ김혜영 기자 시민들은 이어 종로2가 사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차도에 진입해 2개 차선을 점거했다. 그러나 경찰은 곧바로 행진 대열의 중간을 가로막아 차도로 진입하지 못한 시민들은 인도를 통해 함께 행진했다.
경찰은 인도로 스크럼을 짰지만 시민들은 갑자기 뛰기 시작해 을지로 1가 내외빌딩 앞까지 가두행진을 이어가다 오후 9시께 증강된 경찰 병력에 의해 인도에 고립됐다.
경찰, 시민 6명 연행-부상자 2명 발생
경찰은 이 과정에서 시민들의 들고 있던 깃발과 현수막을 빼앗으려하다 시민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전경 1명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40대 여성의 허리를 10여미터 가량 달려와 발로 가격해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인도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던 경찰은 9시 12분부터 30분까지 3차 경고 방송을 하며 '전원 검거' 방침을 밝히다 오후 9시 40분께 연행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종교계의 촛불집회 참여 이후 첫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했다.
남대문경찰서장은 6명의 남성이 용산경찰서로 연행됐고 2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어 국립의료원으로 응급 후송됐다. 나머지 시민 1백여명은 현장을 지키며 대치를 계속하다 오후 10시 20분께 명동성당으로 이동해 마무리 집회를 열고 오후 11시 40분께 자진 해산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오후 10시 40분께 노마 강 무이코 국제엠네스티 동아시아지역 조사관이 나타나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 열린 64차 촛불문화제.ⓒ김혜영 기자 엠네스티 국제조사관 현장 조사
그는 기자들의 취재를 여러 차례 피해다니다 계속해서 40여명의 취재진이 따라붙자 대치 현장에서 짤막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집회 과정에서 연행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나왔다"며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됐기 때문에 오늘 상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몰집회를 불법으로 해석하는 정부의 집회 규정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말하고 부상시민이 치료 중인 국립의료원으로 향했다.
학계.보건의료계.문화계 '공안탄압 중단' 촉구 릴레이 기자회견
한편 이날 촛불문화제에 앞서 종각역 보신각 앞에서는 교수 3단체, 보건의료연합, 문화예술단체들이 '공안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릴레이 기자회견이 열렸다.
교수3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기업도, 사적 종교 활동 기관도 아니며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고용된 '종'에 불과하다"며 "종이 안방을 차지하고 주인을 몰아낼 때 국가는 해체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은 이를 자각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사회약사회, 치과의사회, 인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도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들은 "대책회의가 집계한 부상자만 2천여명에 육박하고 80% 이상이 안면부위 및 두부 부상을 입었으며 두부 부상의 절반이 후두부 부상이었다"며 "이는 도망치는 시위대를 쫓아가 뒷머리를 가격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전쟁터에서조차 벌어지지 않는 비인도적 만행이 대통령과 경찰청장의 사주 하에 버젓이 자행된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공안탄압과 경찰폭력으로 맞서는 이명박 정권은 이미 정부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5백여명의 시민들이 오후 8시 40분께 기습적으로 인도 및 가두행진에 나섰다.ⓒ김혜영 기자 "부상자 대부분 후두부 부상, 경찰이 뒤쫓아와 방패 가격
한미FTA저지와 문화다양성 확보 공대위도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주의를 외치는 국민들을 연행하고 구속하는 군사독재시절과 같은 공안탄압을 행사한다면 그 말로는 군사독재의 말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촛불의 민심을 제대로 읽고 국민들의 뜻을 배반하지 말라"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중간에는 조계사에서 엿새째 농성 중인 박원석 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이 전화연결을 통해 "정부의 탄압이 계속되고 전면 재협상이 이뤄질 때까지 촛불은 내려서는 안된다"고 말해 시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한편, 11일에는 민주노총이 주관하는 세 번째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역 광장에서 전 간부가 상경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대회'를 열고 이어 오후 7시 청계광장까지 행진해 65차 촛불문화제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