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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교수 “한미FTA 체결시 한국 제조업 궤멸할 것”

[공청회] “제조업 재기 불가능한 타격 입을 것”

2006-06-14 15:54:05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우리 측이 이익을 볼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제조업 분야가 오히려 "단기적인 피해로 한국 제조업 부문의 궤멸적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속산업연맹과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은 13일 공청회를 열어 지난 4월 ‘한미 FTA저지 제조업 연구팀’을 구성해 한미FTA가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제조업 부문의 한미FTA 대응논리와 대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한미FTA 발족시 제조업 부문은 농산물 등에 비해 심각성이 크지 않거나 오히려 기타 부문의 피해를 보상할 것으로 기대되는 성장부문으로 포장되고 있다”며 “이는 정부의 근거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더 나아가 “여타 부문이 상당한 기간을 두고 충격이 진행될 것임에 비해 제조업 분야는 시기상으로 한미FTA에 가장 먼저 피해를 받을 것”이라며 “(피해의 심각성은) 단순히 중소기업도산 및 기간산업 대량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재기 불가능한 피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조업은 투자, 고용, 지적재산권, 물가, 환율 등이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분야”

그는 우선 제조업 분야가 단순히 무역수지 증대 효과에 그치지 않고 투자, 고용, 지적재산권, 물가, 환율 등으로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업종임을 강조했다.

즉 정부와 재계의 주장처럼 ‘대미무역 수지 흑자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경우 개방에 따른 추가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은 한미FTA 협정 전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령 현재 미국의 FTA 공세안대로 외국 자본의 투자에 따른 혜택이 늘어날 경우 외국 자본의 입김이 거세지고 이는 단기성 수익에 매몰될 가능성이 커 결과적으로 제조업 고용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대부분 수출의존형 산업분야임을 감안할 때 미국과의 개방협정을 맺게 될 경우 얻게되는 관세인하 효과보다 수입량 급증에 따른 중소기업의 도산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미 무역구조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전형적인 대미 흑자구조다. 하지만 2004년을 제외하면 매년 한국의 흑자구조는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 해 감소율은 무려 (-)23.5%였다.

백교수는 이같은 제조업 분야의 대미 흑자 급감의 원인으로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국가를 제외한 타 국가에 대한 역차별, 미국의 저달러와 저금리, 슈퍼 301조 등 보호무역조치, 미국경기침체와 내수부진 등을 꼽았다.



백 교수는 “한국정부가 제조업 분야에 대한 한미FTA 실익을 거론하는 배경은 세계의 가장 거대한 시장인 미국시장의 큰 규모(1조 7천억불)와 NAFTA 비회원국에 대한 역차별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백 교수는 FTA로 급감하는 대미 무역비중을 높일 수 있다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에 대해 “유력한 수출 품목은 이미 무관세 품목으로 FTA 관세율 인하 품목에서 제외돼 무역규모는 증대하지만 수출효과는 크지 않고 수입량만 증대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수입이 증대되는 비교열위 제조업분야의 대량 도산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양국의 개방수준을 의미하는 관세율 차이를 강조했다.

현재 양국의 평균관세율은 11.9%(한국)로 4.9%(미국)과 6%의 격차를 보이고 있고 그중에서 한국은 5~10%대의 고관세율 품목이 61%에 달하는 반면 미국 측은 무관세 품목이 45%, 5%이하 관세품목이 70%에 달해 실질적인 양국 관세율은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백교수 “양국 관세율 차이 볼 때 미국은 FTA로 잃을 게 별로 없다”

이는 미국 측이 FTA를 진행해도 낮은 관세율로 인해 크게 피해를 보지 않는 반면 한국 측은 미국 측이 고집하고 있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 일정기간 동안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경우 한시적으로 특혜관세 중지)를 폐지하지 못할 경우 별다른 이익을 보게 되는 불평등한 구조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대표적인 제조업 분야로 FTA에 따른 무역증대로 인해 이득을 볼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 사업의 경우 “이같은 현실에서 자동차 부문은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가 거의 작용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가장 큰 피해부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요구대로 협정이 체결될 경우 ▲관세인하조치로인한 미국측 대형 승용차의 수입증가 ▲미국 현지 생산 일제 중소형차의 우회적 수입 증대 ▲배기가스 규제완화에 따른 미국 수입차의 추가인하 등은 이유로 꼽았다.

이밖에도 그는 우리 정부가 미국에 공세를 가하는 몇 안돼는 분야 중 하나인 섬유분야도 당장은 20억불(2005년)의 흑자를 내고 있지만 한국 측의 주력 수출상품인 중저가 의류와 직물의 총괄적인 과격 인하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국기업이 투자하되 외국에서 생산하는 방식, 가령 남북경협에 따라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한국으로 인정받는 방식이 일종의 사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른바 Yam Forward 기준(섬유류의 엄격한 원산지 관리규정)을 내세우며 한국정부의 해제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섬유분야도 장기적인 흑자를 내기위한 시스템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측의 빈곤한 협상여력으로 FTA 추진하면 안돼”

마지막으로 백 교수는 ‘실패한 FTA의 전형’으로 알려지며 사회양극화의 심화만 불러 온 NAFTA를 거론하며 “미국의 FTA 협상지침은 예외 없이 멕시코 사례와 같은 기준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대다수 품목이 무관세, 저관세 구조의 환경에서 거의 효력없는 FTA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교수는 “현재 어떤 기관의 보고서를 분석해도 2006년 한미FTA는 한국 측의 출혈이 주로 예상되는 최악의 무역협상으로 파악되는 것은 한국 측의 협상여력이 빈곤한 사정때문”이라며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협상해도 미국 측의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우리의 대안은 이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협상을 늦추자는 것”이라며 “그렇지 못하면 94년 멕시코, 97년 IMF사태가 그랬던 것처럼 비교열위 산업의 중소기업부터 FTA라는 새로운 세계화의 거대한 파고가 조만간 해일로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병성 기자 T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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