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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포' 고대 교우회보, 선관위 경고에도 ‘이명박 선거운동’

선관위 "동문이라도 특정후보 관련 반복 게재시 선거법 위반"

고려대학교 동문회가 동문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유리한 기사를 교우회보에 집중적으로 실었다가 선관위의 지적을 받았으나, 이같은 지적도 무시하고 회보를 동문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고려대 교우회보는 올들어 이 학교 출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에 관한 기사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법 준수요청을 받았으나, 선관위의 자제 요청이 있은지 일주일도 안돼 문제의 회보를 전 재학생 가정과 학내에 배포했다.

서울시 선관위는 “올해 발행된 고대 교우회보가 이 후보를 지나치게 부각해 사실상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 15일 고대 교우회측에 선거법을 준수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매월 발행되는 고대 교우회보는 올들어 7차례에 걸쳐 이 후보의 동정이나 업적을 다루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 후보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문제가 된 기사는 ‘기독교 교우회 성탄 축하의 밤’(1월), ‘석탑리뷰 이화복 교우 저(著)-새벽 5시 이명박의 마음속 이야기’(2월), ‘이명박 교우 자서전 출판회 기념회 예정’(3월), ‘석탑에 새긴 100년 역사의 숨결을 느낀다’(4월), ‘다가오는 12월 대통령선거 관점 포인트는’(6월), ‘대한민국 신화에 도전하는 서울신화의 주인공’(9월), ‘이미지 메이킹 정점 부각의지, 없는 것을 꾸미는 것은 아니다’(10월), ‘불도저 산업역군이 세계적 환경전문가로 거듭나다’(11월) 등 올해에만 이 후보 관련 기사를 8번이나 반복해 게재했다.

특히 11월호에는 12~13면에 특집면을 제작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이 후보를 환경영웅 (Hero of the Environment)으로 선정했다’는 내용을 기사는 실었다.

11월호에 실린 “콘크리트 정글같은 서울을 푸른 오아시스로... 불도저 산업역군이 세계적 환경 전문가로 거듭나다”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는 “(타임지는)이명박 교우에 대해 힘든 과정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CEO로 성장한 바 있고 현재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점도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타임이 이명박 교우의 서울시장 당시의 친환경 대책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이명박 교우가 ‘환경영웅’선정 등, 이번 일로 환경전문가로서의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게재됐다.

특히 바로 앞면에는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를 비판하는 만화를 실어, 누가 봐도 특정 후보에 유리한 편집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고대 교우회보는 이 기사와 함께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우회적으로 표명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홍일식 전 고려대총장의 특별기고문도 실어 논란을 키웠다.

홍 전 총장은 기고문에서 “정책에 대한 논의가 심도 있고 철저하게 개진돼야 할 이 시점에 상대방의 발목을 잡고, 확인도 되지 않은 의혹만을 확대·과장하는 짓거리들만 넘쳐나고 있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당이 급조되고 후보가 난립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정한 경선 절차를 거치지도 않은 채 일부 국민의 지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탈당해서 무소속 후보로 나서는 작태는 한국 정치사가 어렵게 이룩해 온 정당정치의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며 무소속 이회창 후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울시 선관위는 고려대 교우회보가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된 인쇄물을 배부할 수 없다’는 선거법 93조와 선거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선거법 254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고대교우회보는 특정후보자만을 반복해서 부각했기 때문에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이에 따라 고대교우회를 직접 방문해 해당공문을 전달하고 선거법 준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대 교우회보측은 “이 후보를 지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 11월호의 경우 지난 10월 이 후보가 타임지에 실려서 어떤 특별한 의견없이 그대로 인용해 기사를 게재했고, 만약 다른 어떤 교우가 환경영웅 45인 안에 들었더라고 그렇게 기사를 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우회보 관계자는 “교우회보에 어떤 내용을 게재할 지 결정하는 것은 고유한 편집권한”이라며 “홍 전 총장의 글을 실은 것도 적절한 시기에 원로 교우한테 글을 받았을 뿐 어떤 의도도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가 사전선거 운동이니 자제하라며 교우회측에 공문까지 보낸 데 대해, 교우회 측은 선관위의 자제 요청이 있은지 일주일도 안돼 문제의 회보를 전 재학생 가정과 학내에 배포했다.

<KBS>는 이날 9시 뉴스에서 박이석 서울시 선관위 홍보과장의 "동문이라도 특정 후보와 관련된 내용을 반복적으로 실을 경우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발언을 인용, "고려대학교 동문회가 선관위의 지적을 무시하고 회보를 동문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배포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는 통상 동문회비를 내는 졸업생에게만 보내던 것에 비해 이례적인 일이지만, 고대교우회는 동문 출신 인사의 동정 보도일 뿐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으나, 선관위의 "사전선거운동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지적을 무시해 선거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처럼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 우려에 따른 정식 자제 요청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현행 공직선거법은 동문회 등 친목단체가 특정 후보에 유리한 인쇄물을 배포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있어, 이에 대한 선관위의 법적 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홍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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