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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조갑제, '김경준 파괴력' 논쟁

김 "이명박, 좋은 시절 다 지나가" vs 조 "昌 때문에 발 뻗고 자"

18~19일 쏟아진 여러 여론조사결과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여론조사는 <서울신문>의 'BBK 의혹이 사실일 경우 누가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인가란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조사결과, 이명박 후보 지지층 가운데 ‘BBK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지 후보를 변경하겠다’는 응답이 28.8%로 나타났다. 후보 변경시 이회창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48.5%였다. 여론조사를 한 KSDC는 “전체적으로 BBK 변수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10%포인트 정도 하락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5%포인트 정도 상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BBK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이명박-이회창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었다.

이는 이회창 출마를 계기로 보수진영내에서 불붙은 '보수 확장'이냐 '보수 분열'이냐는 논쟁을 불붙이기에 딱 좋은 여론조사 결과였다.

실제로 보수진영내에서 또다시 '보수 확장'-'보수 분열' 논쟁이 불붙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일보> 출신들 논객들 사이에서 논쟁이 붙었다는 사실이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와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논쟁의 당사자다.

조갑제 "이회창 덕분에 발 뻗고 잔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18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이회창 때문에 발 뻗고 잔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예의 '보수 확장론'을 주장했다.

조씨는 "한 50대 변호사는 '우리 어머니가 요사이 이회창 덕분에 발 뻗고 잔다는 말을 하신다'고 했다"며 "그 어머니는 이명박 후보 지지자인데 그동안 '암살을 주의해야 한다'고 걱정이 태산 같았다고 한다. 이회창 후보가 나온 이후 그런 걱정을 덜게 되었다는 것"이라는 주장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이명박 지지층의 이회창 비난이 요사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이회창 지지자들의 BBK 의혹에 대한 태도도 그렇게 적대적이지 않다"며 "대부분의 이명박, 이회창 지지자들은 좌파정권 종식이 자신들이 미는 후보의 당선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가 충청권 민심을 장악하여 호남+충청연대의 고리를 끊어주고 있는 점도 보수층의 다행"이라며 이회창 출마에 대해 거듭 긍정적 평가를 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는 연일 좌파정권의 대북 햇볕정책이 핵폭탄이 되어 돌아왔다고 맹공을 펴고 있다"며 "영향력 있는 정치인이 햇볕정책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면서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는 5년 만에 처음"이라고 거듭 이회창 후보를 격찬했다.

그는 "BBK 사건 수사발표에 따라선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명박으로부터 떨어져나간 표가 이회창으로 모이면 정동영의 반사이익은 없지만 그 반대이면 3강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BBK 수사 발표를 3강 구도 형성의 계기로 삼으려는 세력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이들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여론이 좀처럼 급변하지 않는다. 여론 변화엔 시간이 필요하다"며 '3강 구도'가 형성되지는 않을 것으로 자신했다.

김대중 "MB, 좋은 시절 다 지나가"

하지만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생각은 달랐다.

김 고문은 19일자 <조선일보>에 띄운 'D-30 감상법'이란 칼럼을 통해 "적어도 이회창씨가 뛰어들기 전까지는 대선구도가 비교적 분명했다. 이명박 대(對) 정동영, 우파 대 좌파, 보수 대 리버럴, 그리고 영남 대 서부벨트로 가늠할 수 있었다"라며 "그런데 이회창씨의 느닷없는 출마로 대선구도는 불분명해졌다. 따라서 누가 승자로 나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대선이 정확히 한 달 남았는데 선거전은 지금부터다"라고 이회창 출마로 대선판도가 혼전에 접어든 사실을 질타했다.

김 고문은 "지금 이 나라에는 아무리 걸출한 지도자가 나와도 한나라당 또는 그 범주의 정당노선을 절대 찍지 않을 좌파 성향이 30%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로 볼 때 범여권 또는 좌파 후보군(群)의 통합지지도가 25~30% 정도 되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그 반대로 세상이 두 쪽이 난대도 범여권(또는 통합신당) 쪽을 찍지 않을 우파 성향의 사람도 30%쯤 된다"며 "결국 열쇠를 쥔 것은 나머지 40%의 유권자이고, 대선은 이들 40%의 얼마를 자기 쪽으로 끌고 오느냐로 판가름 나게끔 돼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판에 이회창씨가 뛰어들었다. 문제는 그가 어느 쪽 성향을 얼마만큼 먹어 갈 것인가다. 우선 그는 이명박씨로는 어딘가 불안하고 부족하다는 사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즉 다른 변수가 없었더라면 ‘부족해도 별수 없지 않으냐’고 체념했을 기존 우파 중 어느 부분과, 이명박·정동영 어느 쪽도 탐탁히 여기지 않고 있는 중도 가운데 보수 성향의 어느 부분을 잠식하고 있다는 얘기"라며 "그러나 그는 정동영씨를 찍겠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장담컨대 한 표도 앗아가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어차피 우파의 누가 나와도 눈길조차 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회창 출마를 보수 분열로 규정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이명박 후보에게는 이제부터 온갖 악재(惡材)만 남았다. BBK사건의 전개 여하에 따라서는 지금까지의 그의 지지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지난 연초까지 진행된 자녀들의 위장취업 문제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의 처신으로는 크게 실망스럽다고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또 엄포인지 장담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권에서 내걸었던 그 ‘한 방’의 향배도 자못 궁금하다. 지금은 겨우 ‘급한 불’은 껐다지만 당내 박근혜 세력과의 ‘휴전’도 지금으로서는 그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거기에 이회창씨가 뛰어들었으니 MB로서는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간 형국"이라고 '이명박 위기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반면에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에게는 ‘좋은 일’만 남았다. 그로서는 이제 깜깜한 터널을 막 빠져나오는 기분일 것"이라며 "집권 여당의 참담한 실패와 기회주의적 이합집산의 추악상은 점차 유권자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다.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는 노무현 세력의 막판 타협과 DJ의 지원에 힘입어 우여곡절 끝에 이루어질 것이다. 무엇보다 이회창씨의 등장은 가뭄에 단비 격이다. 정동영씨로서는 이제부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고 남은 것은 위기의식에 빠진 좌파의 단결이고 우파의 분열에서 오는 어부지리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회창씨의 경우는 어떤가? 오로지 이명박을 완전히 밟고 우파를 독점하는 것밖에는 다른 길이 없다. 그렇게 된다면 모를까, 어쩌면 이명박씨는 이회창씨에게 어설프게 밟히고 이회창씨는 이명박씨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결과로 낙착되기 십상"이라며 "그가 우파의 영원한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대선에서 이기든가 도중하차하는 양자택일밖에 없다"며 막판 후보단일화를 압박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보수·우파 쪽 사람들은 쉽게 얘기한다. 오죽하면 이회창씨가 나왔을까, 이왕 나왔으니 뛸 수 있게 놔둘 것이지 왜 연일 몰아세우는가, 여론조사대로라면 보수 대 보수의 싸움이 될 것이고 차제에 좌파를 3등으로 밀어젖히자 등등…"이라며 조갑제 전 대표 등의 주장을 소개한 뒤,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의 3자 구도가 계속된다면, 그리고 BBK가 대포는 못 돼도 수류탄 정도의 위력이라도 발휘한다면 대선의 상황은 좌파에 유리하게 굴러갈 것이다. 완고한 좌파 30%(단일화의 경우)가 단결하고 야당과 보수 싸움에 식상하고 MB에게 실망한 중간층의 10% 정도가 가세한다면 대선의 승리는 40% 선에서 낙착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보수 확장론'을 질타했다.

조갑제 전대표와 김대중 고문의 상황 인식은 이처럼 정반대이나,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한다는 점만은 일치하고 있었다. 김경준 귀국을 계기로 보수진영내 논쟁은 더욱 격렬해질 전망이다.
박태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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